방송규제기구 "오락화 배제 및 우수 전통문화 성장 위해 단속"
연예인 개인 아닌 대중문화 및 이념 통제가 목적이라는 분석 나와

중국 베이징 한 식당에 중국계 캐나다 팝스타 '크리스 우'의 광고 사진이 걸려있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최근 중국 당국이 IT·게임·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에 대한 단속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규제 당국이 연예계와 팬덤 문화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예고한 데에 이어 이번에는 '예쁜 남자 아이돌'의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이 전날 발표한 방송·연예계 관련 통지에는 '냥파오'를 언급하며 '냥파오 등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냥파오'는 모습과 행동이 여성스러운 남성으로, 꽃미남을 뜻한다.

국가광전총국은 통지에서 "과도한 오락화를 단호히 배격하고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대대적으로 키우며 정확한 미적 기준을 세우고 냥파오와 저속한 '왕훙'(온라인 인플루언서)을 단호히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냥파오' 트렌드와 관련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SCMP는 "규제 대상이 되는 냥파오는 전통적인 중국 문화 속 전형적인 남성상인 '마초'에 부합하지 않거나 화장을 하는 아이돌 가수 등이 포함된다"며 "그런 인기 아이돌은 종종 '샤오시엔로우'(잘생긴 젊은 남자)라고도 불리는데, 일각에서는 이들이 전통적인 사회적 가치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광전총국은 아이돌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송출과 스타의 자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중국 현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제공업체 마오얀 엔터테인먼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국과 영국 등의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현지화에 성공했음에도 중국 당국의 규제에 위협을 받게 된 셈이다.

중국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연합뉴스]
중국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연합뉴스]

중국에서는 이러한 아이돌 문화가 흥행하면서 '냥파오'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왔다.

일부 학자들은 아이돌과 관련 '여자보다 예쁜 남자'와 같은 표현과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아이돌' 등이 청소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성 정체성 등을 연예계 활동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한 비정부기고 종사자 아창은 "젠더에 대한 표현은 재능이나 성격, 애국심이나 사회 기여도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는 중성적이거나 좀더 여성적인 표현을 하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며 현대사회의 개별화와 퇴보하는 미적 기준 간 충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가광전총국은 통지를 통해 "불법을 저지르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단호히 배제할 것"이라며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은 프로그램 출연 배우와 게스트 선정시 정치적 소양, 도덕적 품행, 예술 수준,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명시했다.

아울러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로부터 마음이 떠나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 법규를 위반하고 사회공정성의 마지노선을 넘어선 사람,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위배하고 언행이 덕성을 잃고 규범을 상실한 사람 등은 절대 써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단순히 연예인 개개인을 단속하는 것을 넘어 대중문화 산업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를 통해 중국 당국이 이념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는 "중국 당국은 비이성적인 연예인 숭배 문화인 팬덤의 활동들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유명인사와 엔터테인먼트 쇼를 통해 형성된 사회 문화가 중국 당국이 홍보하는 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의 장위 연구원은 "중국정부는 '무분별한 자본 확장' 단속의 일환으로 연예계와 아이돌 팬덤문화를 단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연예산업을 이념 통제의 핵심으로 바라보며 부정적 영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가 이념적 문제를 넘어 경제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대의 미셸 호크스 아시아연구소장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중문화 산업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를 단순히 금지하고 중국 당국의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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