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다임러 등 반도체 타격 계속...포드는 원자재 수급 차질까지 호소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반도체 10배 더 필요해"

6일(현지시간) 올라 켈레니우스 다임러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수급 상황이) 4분기에 회복되기를 바라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글로벌 자동차 모터쇼에서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에 연이어 우려를 표했다.

일부 기업은 전기차 등 차세대 먹거리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까지도 문제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자칫하면 이들이 계획한 미래 비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미 CNBC는 독일 'IAA 모빌리티 2021' 행사장에서 폭스바겐·다임러·포드 등 유럽과 미국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을 만났을 당시 위와 같은 우려가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세계 4대 모터쇼로 불리는 IAA 모빌리티는 70여 년간 독일에서 열리며 '자동차 축제'로 잘 알려졌지만, 올해에는 행사 시작부터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자동차 기업의 수장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 사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반도체 부족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라며 "특히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며 많은 타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대란이 여름 휴가철 이후에 나아질 것으로 봤지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제조사 및 하청업체들이 공장이 문을 닫은 게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스 CEO는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회복세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오는 4분기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반도체 혼란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에 완화되기를 희망한다"라면서도 "생산 시스템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부족이 특히 자동차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그 여파가 3분기 넘게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4분기 상황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CNBC의 설명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 5일에도 "반도체 부족은 내년까지 계속되고 그 다음 해에야 완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23년까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 [사진=EPA/연합뉴스]

반도체뿐만 아니라 필수 원자재 공급망에도 수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미국 포드의 유럽이사회 의장인 군나르 헤르만은 "반도체만이 아니다"라며 "리튬·플라스틱·철강 모두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자동차 시장은) 어디서나 부족함과 제약을 맞닥뜨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자재 공급 물량이 수요를 채우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만 의장은 "포드 유럽에 들어오는 주문량은 환상적"이라며 "실제로 수요가 정말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MW의 올리버 집세 CEO는 "앞으로 6~12개월 동안 전반적인 공급망이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 공급 차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헤르만 의장은 "(예를 들어) 포드 포커스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는 300개지만, 신형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는 3000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만드는 것보다 약 10배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한 셈이다.

이에 CNBC는 "수요가 전기자동차로 옮겨가면서 반도체 부족이 더 악화하고 있고 이제는 원자재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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