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YG 등 국내 엔터주, 중국 규제 발표 이후 소폭 반등
"국내 엔터기업, 중국 매출 비중 크지 않아...영향 적을 것"

베이징 CSRC 건물밖에 걸린 중국 국기[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건물밖에 걸린 중국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중국 당국이 자국 내 빅테크, 게임에 이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까지 규제의 폭을 넓히자 `중국발 리스크` 불똥이 국내 시장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관련 산업계는 K-팝 등 한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매체도 중국 내 한류 팬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의 규제 여파로 국내 IT기업과 게임 관련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에 이어 엔터테인먼트 주들 역시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악영향은 적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의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8월 31일~9월 7일) 동안 BTS 소속사 하이브의 주가는 1.2% 감소했다.

눈에 띄는 부문은 8월 31일~9월 3일 하이브의 주가가 2.9% 하락했다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 대장주로 꼽히는 에스엠도 8월 31일~9월 3일 사이 5% 내려앉았지만, 이날 소폭 반등해 지난달 말 기준 하락폭을 5%에서 1%로 줄였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주인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또한 지난 3일 큰폭으로 하락한 이후 이날 다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이처럼 국내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들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중국 당국이 대중문화 산업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이 지난 2일 `문예프로그램 및 관계자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를 통해 방송 및 연예계에 대한 규제 내용을 발표했다.

이 규제안은 꽃미남을 의미하는 `냥파오` 등 남자 아이돌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 아이돌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송출과 스타의 자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금지했다.

국가광전총국은 "불법을 저지르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단호히 배제할 것"이라며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은 프로그램 출연 배우와 게스트 선정시 정치적 소양, 도덕적 품행, 예술 수준,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명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규제 당국이 단순히 연예인 개개인을 단속하는 것을 넘어 대중문화 산업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현지화에 성공한 만큼 중국의 규제가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예컨대 대중문화 사업을 강타한 중국발 리스크가 앞선 빅테크·게임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규제 당국의 발표 이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도 20여개의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을 정지시켜,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의 규제가 한국의 K팝 산업에 추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중국발 리스크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정엽 미래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엔터테인먼트 4사의 중국 음반 매출은 0.6~2.0%로 추정된다"며 "중복 구매 금지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드 보복 이후 신뢰도와 의존도가 모두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중국의 규제는 `찻잔 속 태풍`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중국 매출 비중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K팝 팬덤 확대와 수익 모델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당국의 규제 이슈는) `센티먼트`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단기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 측면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는 파급력이 큰 산업이다. 중국 당국의 규제는 당장의 분위기를 주춤하게 할 수는 있지만 완벽한 통제가 없는 한 팬덤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도 이같은 논리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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