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만 180조원 , 향후 10년간 100억달러 이상 투자, 유니콘 넘어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

【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한국에서 흔히 쓰는 사자성어에 당대발복(當代發福)이라는 것이 있다. 원래는 부모의 묫자리를 잘 써 자식의 대에 부귀를 누리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본인의 대에 창업 등을 해 크게 성공했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이런 사실에서 보면 현재 중국 재계를 주름잡는 기업들은 하나 같이 당대발복의 케이스라고 해야 한다.

창업주를 승계한 2세들이 경영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는 현실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보다 훨씬 더 빠른 케이스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말을 만들어낸 스마트폰, 가전업체 거목인 샤오미(小米)그룹 계열의 전기자동차 신설회사 샤오미치처(小米汽車. 샤오미EV)의 존재를 살펴보면 분명히 있다고 단언해도 좋다.

지난 1일 출범과 동시에 업계에서 유니콘 이상 가는 위상의 기업으로 일거에 평가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샤오미치처는 당대발복에서 더 나아가 당천발복(當天發福. 출범 당일에 성공함)을 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샤오미치처의 출범을 알리는 광고. 광고에서부터 일거에 유니콘을넘어 데카콘이 되겠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당장 자본금만 살펴봐도 분명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려 100억 위안(元. 180조 원)에 이른다. 웬만한 유니콘의 기업 가치를 훨씬 능가할 만큼 많다.

여기에 향후 10년 동안 무려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더할 경우 샤오미치처는 유니콘을 뛰어넘어 가볍게 데카콘이 될 가능성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전망이 좋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모국 중국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 채 땅 짚고 헤엄 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올해 200만 대 남짓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얼핏 보면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500만 대에 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중국의 경우는 매년 글로벌 평균보다 10%P 이상 높은 50% 전후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할 만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샤오미가 나름 일정한 파이를 향유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현대의 부사장을 역임한 둥젠쥔(董健軍) 자동차 평론가의 분석을 보충 설명으로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건너뛰기를 많이 했다. 현금만 사용하는 시대에서 카드를 건너뛴 채 스마트폰 결제를 일상화하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동차 산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에 전력하지 않은 채 바로 전기차 쪽으로 눈을 돌려도 된다.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압도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전기차 분야의 기술을 대부분 보유한 샤오미치처의 성공을 자신한다.”

‘대륙의 실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모기업 샤오미의 특유의 강력한 경쟁력도 거론해야 한다. 비록 후발주자이기는 하나 전기차 사업에서도 또 다른 ‘실수’를 하는 사고를 충분히 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샤오미치처의 초창기 직원 500여 명이 하나 같이 엄선된 글로벌 및 중국 내 인재들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나 싶다.

누구나 눈독을 들일 법한 세계 최고의 시장임에도 강력하고도 압도적인 절대 강자가 보이지 않는 현실 역시 샤오미치처의 성공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전문가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국 시장은 미국의 테슬라를 비롯, 토종 업체 비야디(比亞迪), 상하이(上海)GM우링(五菱) 등이 비교적 선전하면서 이끌어가고 있다. 이를테면 이들이 빅3라고 할 수 있다.

이어 그 뒤를 최근 본격 양산 체제를 갖춘 전기차 스타트업 삼총사인 웨이라이(蔚來)·샤오펑(小鵬), 리샹(理想)이 바짝 뒤좇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폴크스바겐, 벤츠, GM, 현대기아차, 도요타(豐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토종 브랜드도 모두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토종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百度) 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전기차 사업 투신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한마디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군웅할거의 춘추전국 시대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누구라도 패자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과도 통한다. 4차 산업 분야 사업에 투신해 분투한 지난 10여 년 동안 실패라는 것을 몰랐던 샤오미의 최후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샤오미치처가 패자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은근한 밀어주기 역시 샤오미치처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외국의 기술 기업이라 하더라도 자국 내에서 시장을 석권하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외국 기업들이 자율주행을 통해 도로나 사람들의 생활 패턴 같은 데이터를 쌓고 해외로 가져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어떻게든 이들의 자국 시장 진입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샤오미치처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그야말로 천군만마의 원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바보라고 해도 좋다.

전기차 사업 출범을 알리는 현장에서 사업 설명회에 나선 레이쥔샤오미치처 CEO. 모기업 샤오미의 CEO도 겸하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현재 샤오미치처는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지리(地利. 지리적 이점), 천시(天時. 적절한 시점), 인화(人和. 사람들 간의 조화) 등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그렇다고 샤오미치처가 팔짱만 낀 채 여유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후발주자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한 듯 나름 상당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회사를 진두지휘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확실하게 키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엿보인다.

그 역시 샤오미치처 출범에 즈음해 “전기차 사업은 기업가로서의 내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라면서 전의를 불태운 바 있다.

회사 출범을 약 1주일 앞둔 8월 25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딥모션’을 7737만 달러(905억 원)에 인수한 것 역시 주목해야 하는 노력으로 손색이 없다.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는 헝다(恒大)그룹의 전기차 계열사인 헝다신능원(新能源. 신에너지)자동차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행보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인수에 성공할 경우 올해 내에 회사 최초 자동차의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 자동차 제조 산업 사슬의 완벽한 구성을 위한 노력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모기업 샤오미가 자체 구축한 독자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인 미유아이(MIUI)를 L4(운전자 없는 상태를 의미) 레벨의 자율 주행 전기차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이를 잘 말해준다.

샤오미치처는 모기업의 스마트폰과 전자 제품이 그렇듯 궁극적으로는 세계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성공한다면 진짜 ‘대륙의 실수’ 신화를 다시 한 번 창조할 수 있다. 이 경우 수년 내에 데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히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