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가시밭길' ...부켈레 대통령 "이용자 몰려, 추가 서버 도입할 것"
"비트코인 채택, 금융혁신 가져올 것"...주변국가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비트코인 전용 계산대가 마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가 첫날부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공식 디지털 지갑인 `치보`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물론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한 것.

여기에 1000여명이 넘는 현지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비트코인 채택` 반대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비트코인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해 쓰기로 한 이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자지갑인 `치보`를 한동안 다운로드 할 수 없었다.

엘살바도르의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일반 소매점에서는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가능하게 했지만, 정작 국민이 이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치보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개발한 전자지갑으로, 신분증 번호를 입력하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치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30달러(약 3만5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화난 얼굴의 이모지와 함께 애플·구글·화웨이 등 주요 앱마켓 사업자를 언급하며 "그(치보)를 풀어달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이후 치보는 이들 플랫폼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었지만, 기술적 결합이 발생하며 수 시간 동안 먹통이 됐다.

부켈레 대통령은 치보의 서버에 많은 사람이 몰려 일시적으로 사용이 중단됐다면서 서버 용량을 늘려 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에 설치된 비트코인 지갑인 '치보'를 인출할 수 있는 비트코인 ATM.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치보뿐만이 아니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폭락하기까지 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0.5% 내린 4만7048달러(약 54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한때 비트코인은 4만4672달러(약 5194만원)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 기대감에 연일 상승하며 5만달러를 돌파했지만, 막상 상용화 첫날 치보앱 먹통 등 문제가 불거지자 폭락한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 전문매체 CNBC는 이날 가상자산과 관련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코인베이스의 주가도 각각 9%, 4%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가상자산 투자 업체 발키리 인베스트먼트의 리아 왈드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가격 하락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엘살바도르의 인구 수가 뉴욕시보다도 적고 주민 상당수가 빈곤한 것은 물론 비트코인 거래를 위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률이 많지 않다"면서 "(비트코인의 사용이) 거래 수수료, 처리 시간 등 엘살바도르의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시범 테스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신들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시민 가운에 약 3분의 1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4분의 1인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가격 폭락과 관련해 음모론도 제기됐다.

엘살바도르의 소식이 비트코인 가격에 선반영됐고, 일부 기관들이 고점에서 매도했다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이용자들은 "이날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제미니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지연시켰다"면서 "개인들의 매수를 유도하고 기관들이 고점 매도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7일(현지시각)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시민들이 모여 비트코인 채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엘살바도르의 1000여명의 시민들은 수도 산살바도르에 나와 타이어를 불태우는 등 비트코인 채택 반대 시위에 나섰다.

한 시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경제적 자원을 가지고 투기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통화"라고 말했다.

최근 엘살바도르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 이상이 비트코인의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하는 등 현지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크다.

이와 달리 부켈레 대통령를 비롯해 그의 지지층과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비트코인이 금융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금속 침대 프레임를 제조하는 사업자인 페르난도 알바렌가는 WSJ에 "어머니는 비트코인이 악마의 자산이라고 믿지만, 비트코인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2001년 미국 달러를 국화로 채택한 이후 이번 비트코인 채택은 금융 혁신과 다각화를 향한 또다른 단계"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인 루이스 알레만도 "미국에 사는 자녀들에게 송금받을 때 치보를 사용해 수수료를 절약할 것"이라면서 "먹통과 같은 문제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루 더 기다리는 것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진짜 돈이 되는 엘살바도르의 야심 찬 실험에 대해 회의론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어 향후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번 실험의 결과가 주변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왈드 CEO는 "가장 주목해야 할 부문은 라틴아메리카의 이웃 국가 또는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을 자국의 통화로 채택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단테 모시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총재 또한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통용이 잘 진행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며 "송금 비용이 상당히 줄어든다면 다른 나라들도 (비트코인을)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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