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확산에 7~8월 경기활동 감속...인플레이션·공급망 병목 우려 가시화
테이퍼링 조기착수 주장 잇따라...이달 FOMC 회의서 결단 나올지 주목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졌다고 평가하면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조기 착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8일(현지시간) 연준은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전체적인 경제 성장이 중간 속도로 살짝 저속기어 변환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오는 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경제 회복이 느려지고 있는 배경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타격이 거론됐다.

연준은 "경제 활동의 감속은 외식·여행·관광 축소 때문으로 분석된다"라며 "델타 변이 급증에 따른 안전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 확산에서 번진 기업들의 공급망 대란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연준은 "기업들은 단기적 전망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계속되는 공급 교란과 자원 부족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는 여전하다"라며 "자원 부족으로 생산 가격 압력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은 높아진 수준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상태"라며 "12개 관할 구역 중 절반은 강한 물가 압력을, 3곳은 보통의 물가 압력을 받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의류점에서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베이지북 발표가 나온 직후 관심을 모은 건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하게 된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상 등을 결단하기까지 여러 요소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 하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였다.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큰 그림은 테이퍼링을 올해 개시한 뒤 내년 상반기 안으로 최종 종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OMC 당연직 위원인 존 윌리엄스 미 뉴욕 연은 총재도 뉴욕 세인트로렌스대 행사에서 "경제 개선이 이어진다면 올해 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은 뉴욕 연은이 시장 공개조작 등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테이퍼링에 돌입하기 위한 조건은 분명히 충족됐다"라며 "연준의 최대 고용 목표를 위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8월 미국 신규고용이 7개월 만에 최저로 나온 것과 관련해 고용 회복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의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은 연준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미 CNBC방송은 이날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핵심은 미국이 약간의 둔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당분간 델타 변이 등과 관련해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더 많은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라 공급망에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하루아침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라며 "연준은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준은 이달 말로 예정된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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