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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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금까지 얘기했던 CEO에서 조금 범위를 좁혀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큰 기업에서 CEO라 하면 보통 이사회에서 선임된 전문경영인을 얘기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혹은 중견기업일 경우는 대부분 창업주와 같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성공한 창업주는 우리가 유추할 수 있듯이 몇 명 안되는 직원과 함께 업을 일구어내 종업원을 늘려가고 기업을 성장시키곤 한다.

이런 창업주는 많은 시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본인 스스로 해왔을 텐데, 분명 의사결정을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그보다 훨씬 큰 부담감이 있다.

여러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는 채용과 평가이다.

회사가 이미 큰 상태라고 한다면 한 명의 채용과 교육, 평가가 매우 작은 일이기도 하겠지만 회사가 작은 규모에서 막 성장을 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5명 조직에서 1명을 추가 채용하는 경우는 회사 전력의 20%를 추가 채용하는 셈이지만 1000명의 조직에서 1명을 추가 채용하는 경우는 회사 전력의 0.1%를 추가 채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직급, 직책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평균에 회귀한다는 가정하에 그렇다)

어떤 창업주가 5명 조직에서 1명을 추가채용 한다고 할 때, 혹은 몇 명 안되는 직원에 대해 인사평가를 한다고 할 때,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오류는 단언컨대 ‘기본적 귀인 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이다.

기본적 귀인 오류는 보통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설명할 때 주변 환경의 영향보다는 그 사람의 내재적 자질, 예를 들면 인간성 등에서 찾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기서 귀인은 사회심리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어떤 사건에 대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문제를 의미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겪는 일을 하나 들어보자.

아마 중학생 무렵인 듯한데 그 당시 나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려고 할 때, 버스가 정류장 쪽으로 가기 위해 트럭 앞으로 끼어들려고 하자마자 갑자기 트럭이 경적을 크게 울렸다.

나도 놀라긴 했지만 내 앞에서 내리려고 준비했던 나보다 체구는 훨씬 작고 왜소한 또래의 학생은 화들짝 자지러지듯 놀랐다.

일순간 속으로 저렇게 소심한 놈이 있을 수가 있나라고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졌는데, 버스가 완전히 멈추고 그 친구가 하차하는 순간 엄청난 후회를 하고 말았다.

내 앞에서 크게 놀랐던 친구는 꽤나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몰랐는데 움직일 때는 확연히 드러났다.

나는 그 친구의 행동을 소심한 내재적 성향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으나 그 친구가 가진 장애를 몰랐고 그 장애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행여 그 장애가 만약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면 얼마나 경솔한 생각이었는지를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이렇듯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라고 하는 생각이 바로 기본적 귀인 오류이다.

여러분들이 운전할 때,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를 보면 그 운전자의 인성을 욕할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운전자의 인성이 그러한지 아니면 차에 지금 막 아기가 나오려고 하는 순간의 산모를 태운 남편이기 때문에 오늘만 그러한 운전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렇듯 기본적 귀인 오류는 우리가 판단하는 많은 순간에 나타나곤 한다.

작은 회사일수록 직원의 인사평가는 그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선입견이 기본적 귀인 오류의 결과라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채용이나 인사평가는 실제로 잘못 진행되었을 수가 있다.

채용 시 면접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면 과연 소심한 것일까?

의외로 너무 숨가쁘게 달려와서 그랬다면, 10분 동안 숨을 돌리게 한 후 질문을 던졌을 때에 내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좋아했을 수도 있다.

소규모 회사에서 자꾸 담배를 피러 나가는 직원이 게으르고 책임감 없는 성격 때문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해고를 하였는데, 그 직원이 실상 다른 직원들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면 당장 인사팀장 자리를 내어 주는 게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었다.

이렇듯 기본적 귀인 오류는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데 지양해야 하는 현상 중 하나이다.

기본적 귀인 오류라는 용어는 나 자신을 대상으로 확장해서 쓰기도 한다.

단, 나 자신에 대해서는 성격 요인, 내재적 요인 보다는 상황 요인을 과대평가하여 설명함을 의미한다.

즉, 남이 할 때는 그 사람의 성격 탓, 내가 할 때는 내 성격은 괜찮지만 상황 탓으로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의미하는 바가 유사하다.

회사 내에서 사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하자.

그 프로젝트를 남이 진행해서 실패하면 그 사람의 책임감과 성실성, 노력 등이 부족했다고 여기지만 내가 진행해서 실패하면 조직의 지원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해서 그렇다고 여기는 현상은 대부분 조직에서 관찰할 수 있다. 역시 기업에서 일어나는 흔한 기본적 귀인 오류이다.

이러한 귀인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여러 얘기들이 많지만 크게 두 가지의 뻔한 이야기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늦게 판단하고 행동하여야만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았을 때, 왜 그런지에 대한 판단을 바로 내리지 말고 왜 그랬을까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발동해야 한다.

저런 행동을 한 이유를 ‘세 가지 이상 생각 해내기’와 같은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발동시켜 그 해답을 고민하고 판단을 내리게 되면, 적어도 성급한 결정에서 나오는 동료에 대한 그릇된 판단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여야 한다.

사실 첫 번째 해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평소에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왜 지금은 저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겪게 되면 훨씬 더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주 먼 수렵 시절부터 시스템 1에 따라 빠르게 행동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유전자에 각인되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우리를 사냥하고자 하는 맹수의 발자국 소리인지 아니면 단순히 심한 바람 때문에 일어나는 소리인지 심사숙고하다가 행여 맹수의 먹잇감이 되기라도 한다면 바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때때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도록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협력의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기업이라는 조직 내에서 우리가 동료에 대해 기본적 귀인 오류에 입각한 성급한 판단을 내린다고 해서 하등 도움될 리는 없다.

우리에게 내재된 오류를 억지로라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생존에는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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