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갑오징어 출조에 굵은 씨알을 낚은 젊은 낚시꾼.
첫 갑오징어 출조에 굵은 씨알을 낚은 젊은 낚시꾼.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주꾸미는 8월 31일까지가 금어기다.

수도권 낚시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주꾸미낚시가 서해 각 항구서 9월 1일 일제히 시작되다 보니, 가을 주꾸미의 야들야들한 맛과 연신 올라오는 주꾸미낚시의 아기자기한 재미에 중독된 주꾸미 낚시꾼들은 9월 1일이 손꼽아 기다렸다.

9월 1일 수요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충남 오천항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을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오천항에 성시를 이루면 군산 비응항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9월 1일부터 약 두 달간 서해안 각 포구에서는 일년 최대의 낚시 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9월 1일 오천항의 새벽 5시경. 천둥 번개와 함께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 보령, 홍성 등지에는 난데없는 가을장마에 호우경보가 발효중. 이런 날씨에 과연 출조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5시 30분이 되니 비가 개고 바람도 잦아진다.

그러나 주의보가 발효 중이라 6시 출항은 못하고 7시경 출항. 천수만 입구에 많은 배들이 모여 낚시를 시작했다. 배가 워낙 많은지라 과연 낚시가 될까 했으나, 주꾸미는 넣으면 나왔다. 이른바 ‘너나너나’(넣으면 나오고 넣으면 나온다는 말)였다.

이날 처음 사용한 국산 ‘꼬마에기’가 효과가 있는지 고추장 에기 단 하나에 오후 1시까지 300여 마리를 잡았다.

무게로는 약 6.5키로 정도. 개당 가격이 8000원 이상인 일제 요즈리나 야마시타 에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고, 오히려 조과가 더 좋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특히 바늘의 날카로움이 좋았다.

주꾸미나 갑오징어, 무늬오징어, 한치, 문어 등을 낚을 때 사용하는 인조미끼를 통칭하여 에기라고 한다. 에기는 일본말 えぎ(에기, 餌木)에서 온 말로 미끼 나무라는 뜻이다. 오징어류를 낚을 때 사용하는 인조미끼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듯하다.

약 200년 전인 19세기 초반 조선 순조 때 쓰여진 백과사전인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4권 '전어지'에는 “漁人以銅作烏賊形 其鬚皆爲鉤 眞烏賊見之 自來罹鉤(어인이동작오적형 기발개위구 진오적견지 자래리구)”라는 문구가 있다.

번역하면, “어부는 구리로 오징어 형태를 만들되, 그 수염을 모두 낚싯바늘로 한다. 그리하면 오징어가 그것을 보고 스스로 달려들어 낚싯바늘에 걸린다." 서유구는 이 문구 다음에 출전(出典)을 <화한삼재도회>라고 해 놓았다.

<화한삼재도회>는 1712년 출간된 책으로 일본의 의사 데라지마 료안이 지은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즉 일본에서 18세기 초에 이미 루어로 오징어를 잡았다는 이야기고, 한국의 어부들이 루어낚시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따지고 보면 오징어 루어의 원조는 일본이고, 그러기에 일본제가 국산보다 품질이 좋은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1년 새로 출시된 ‘꼬마에기’를 비롯해서 몇몇 국산제품(물론 중국 OEM)은 고가의 일본제를 능가하는 성능을 가졌다. 이제 에기도 독립했다, 라고 선언해도 된다.

꼬마에기. 힌색 몸통에 붉은색 대가리 모양의 에기를 낚시꾼들은 ‘초고추장’이라 한다.
꼬마에기. 힌색 몸통에 붉은색 대가리 모양의 에기를 낚시꾼들은 ‘초고추장’이라 한다.
한국에서 개발한 ‘꼬마에기’
한국에서 개발한 ‘꼬마에기’

9월 4일 토요일도 출조해서 4시까지 약 5.4키로 정도 잡았다.

4일은 1일보다 날씨도 좋았지만, 조과는 1일에 미치지 못했다. 사리때가 가까워서 그런지 아니면 벌써 워낙 많은 배가 선발대 주꾸미를 잡아버려서 그런지 이 이유는 알지 못한다.

큰사리가 지나고 여전히 사리물빨인 10일 주꾸미든 갑오징어든 잡자고 출조했다.

6시 좀 지나 오천항을 떠난 배(밥말리호, 선장 송인호)는 7시경 원산도와 삽시도 사이 해역에 도착했다. 경험으로 보자면 이곳 일대가 9월 초 주꾸미들의 유치원이다.

주꾸미나 갑오징어의 먹이인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가 많이 서식해서 그럴 것이다.

첫수에 바로 주꾸미. 이어 갑오징어가 등장한다.

갑오징어와 주꾸미는 같은 장비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주꾸미는 뻘이나 모래 지역, 갑오징어는 바닥이 좀 거친 지역에서 서식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밑걸림이 없는 지역에서도 갑오징어가 잡히기 때문이다. 잡히는 대로 주꾸미든 갑오징어든 환영하면서 잡는 게 일반적인 낚시꾼이다.

갑오징어와 주꾸미를 따로 구분해서 주꾸미를 잡아낸다거나 갑오징어만 잡아낸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그건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보통 물살이 빠르지 않은 조금 무렵에는 주꾸미가 잘 잡히고, 물이 빠른 사리 무렵에는 갑오징어가 잘 잡힌다.

물론 하루 중에도 물이 빠를 때가 있고, 물이 설 때도 있는 것처럼 주꾸미와 갑오징어는 늘 혼획(뒤섞여 잡힘)된다.

개인 물칸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갑오징어.
개인 물칸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갑오징어.

아침 7시부터 따박따박 갑오징어가 잡힌다. 나에게만 갑오징어가 상당히 많이 올라온다.

어떤 꾼들은 주꾸미만 잡는데, 왜 당신은 갑오징어만 잡나 하고 물어보는 꾼들이 있다.

그건 간단하다. 예민하게 채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봉돌을 가볍게 달고, 에기는 하나만 단다. 가끔 에기를 두 개 달면 주꾸미가 더 잘 잡히는 줄 아는 꾼들이 있다.

이건 99% 잘못된 생각이다.

낚시 TV 같은 데도 전문가 혹은 프로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와 쭈갑 낚시를 하면서 에기를 두 개, 심지어 세 개 다는 경우도 있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이건 감성돔 낚시를 하면서 찌를 두 개 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신을 알아차리기 훨씬 불리해지는 것이다. 또한 에기를 두 개 달면 물의 저항을 더 받아 엉킬 확률도 높아진다. 엄청난 감각의 소유자가 아니면 한 개 다는 것이 절대로 유리하다.

주꾸미도 그렇지만 특히 갑오징어는 더 감각을 예민하게 끌어 올려야 잘 잡힌다.

시중에서 파는 주꾸미나 갑오징어 채비도 필요없다.

원줄에 양면 도래를 달아 최대한 예민한 채비를 사용한다. 라인은 0.8호에서 1호 정도. 주꾸미보다 갑오징어가 입질이 훨씬 약거나 미약하다고 보면 된다.

무엇이 아주 살짝 건드리거나 채비에 변화의 조짐이 느껴지면 바로 강하게 챔질해야 한다. 이게 요령이다.

머리카락 한 올, 지푸라기 하나도 건져 내겠다는 각오로 집중해야 한다.

어찌 특정한 사람의 에기에게 갑오징어가 달려들겠는가?

옆 사람은 계속 갑오징어를 잡아내는데 자신은 주꾸미만 잡아낸다면, 갑이가 달려드는 데도 갑이의 신호를 감지 못해 못 잡는 것이다.

갑이 입질은 주꾸미보다 훨씬 미약하니(덩치는 크지만), 그 미약한 신호를 알고 바로 낚아채는 것. 그게 갑오징어 낚시의 고수가 되는 길이다.

중간중간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중간중간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낚싯대는 연질과 경질 둘 다 괜찮다. 다만 끝 초릿대 부분은 예민해야 한다.

오후 1시 정도까지 그렇게 따문따문 잡아낸다.

물이 빨라지면서 대천 해수욕장이 보이는 수심이 좀 있는 곳으로 옮긴다. 물이 완전히 흐르기 전에는 잘 잡히더니 더 물이 빨라져서 이동. 효자도와 영목항 사이 바다 여기저기를 탐색한다.

소득이 크게 좋지 못하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벌써 많이 잡았다. 3시 30분 경 철수.

이날 총 조과는 갑오징어 70여 마리, 주꾸미 50마리 정도. 무게로는 6.5키로 정도. 사용한 에기는 ‘꼬마에기’ 두 종류, 내추럴 B.C와 레이저 초고추장. 봉돌은 6호에서 8호.

그 다음부터는 갑오징어 파티다. 입이 즐거운 시간만 남았다.

갑오징어회, 갑오징어와 주꾸미 통찜.
갑오징어회, 갑오징어와 주꾸미 통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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