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주 지동리 율수마을 팽나무 두 그루는 모두 300년 정도의 수령을 가진 고목인데, 지금은 나무의 기력이 많이 쇠했다.

두 그루의 높이는 거의 비슷한데, 보호수 기록에 20m라고 돼 있지만 이는 한창때의 기록이고 지금은 14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두 그루의 굵기도 비슷한데, 사람 가슴높이쯤에서 측정한 둘레는 대략 2m 정도 된다. 

지동리 팽나무 두 그루는 마을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목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팽나무 두 그루 앞에 사람들은 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을 세웠으며, 나무 가까이에 함부로 다가서면 안 된다는 의미로 금줄을 쳤다.

대개 금줄은 나무줄기에 둘러치는데, 지동리 팽나무의 경우 줄기는 물론이고 사람이 지나는 길가까지 넓게 둘러쳐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팽나무를 매우 신성하게 여기며 아낀다는 걸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나무 옆의 우물이다.

율수마을에서는 팽나무와 함께 우물까지 함께 서낭으로 모신다.

나무에서 멀리 이어지는 금줄이 우물 위에 세운 작은 지붕까지 이어져 있는 이유다.

오래전부터 올려온 성황제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팽나무와 샘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성황제를 지냈다는 옛 문서도 마을에 남아있다.

율수마을 표지석에는 ‘栗藪洞天(율수동천) 桑梓之鄕(상재지향)’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것을 의역하면, ‘밤나무숲이 있는 낙원이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라는 의미다.

율수마을 사람들의 높은 자긍심이 느껴지는 문구다.

표지석 측면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가전충효(家傳忠孝) 세향복록(歲享福祿)’이다.

이것은 ‘집에서 충효를 물려주면 대대로 복록을 누린다’라는 뜻이다.

표지석에 이런 말을 새겨넣을 만큼 율수마을은 충효 사상을 도덕적 규범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보호수인 지동리 팽나무 두 그루는 이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온 지킴이이자 상징이다.

지동리 팽나무가 서 있는 마을의 이름인 ‘율수’는 ‘밤나무 숲’이라는 뜻이다.

오래전에는 ‘밤쑤’ 혹은 ‘밤쏘’라고 불렀다고 한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옛 순흥도호부 때 수구(水口) 머리인 개바우와 북바우가 고을을 감싸 안지 못하고 벌어지고 어긋나 있어서 복이 빠져나가는 형국이고 사기(邪氣)가 들어오는 형상이라는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의 옛사람들이 수구를 막기 위해 밤나무 숲을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마을이 형성된 시기에 관한 기록이 없어서 밤나무 숲이 조성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지동리는 목동지, 지곡지, 재방지, 지동못 등 못[池]이 많아 ‘못골’이라고 불리다가 나중에 ‘지동(池洞)’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팽나무 앞 도로 건너에는 같은 지동리의 자연마을인 죽동마을의 너른 들이 펼쳐져 있다.

들 한가운데에 ‘금성대군(錦城大君) 부부인당(府夫人堂)’이라는 성황당이 있다.

죽동마을에서는 이 성황당에 정월 열나흗날 밤에 성황제를 올렸다.

예전에는 이 당집에 금성대군이 사약을 받고 사사된 곳에서 발견된 피 묻은 돌인 혈석을 모시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혈석은 두레골로 옮겼고 지금은 그 신의 부인인 여성황이 남아있어 모시고 있다고 한다.

죽동마을에서는 1980년대까지 동제를 올렸지만, 지금은 중단됐다.

금성대군은 세종의 아들이자 수양대군의 친동생이다.

수양대군이 계유정난(癸酉靖難)을 통해 어린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왕에 오르자, 지금의 영주 지역인 순흥도호부에 유배되어있다가 순흥 사람들과 함께 단종복위운동을 추진, 의병을 모아 거사를 계획했다가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다.

어린 단종까지 결국 죽임을 당하는 등 이 사건의 파문은 엄청났는데, 특히 지금의 영주 지역은 큰 역사적 상처를 입었다.

단종복위운동의 주 무대였던 순흥도호부는 혁파되고 순흥 주민들이 무차별 학살됐으며, 순흥도호부의 영역은 갈가리 찢겨 인근 영천, 봉화, 풍기에 속해지게 되었다.

순흥도호부가 다시 설치될 때까지는 무려 200년이 넘게 걸렸다.

이 지역 사람들은 대의(大義)를 위해 같이 싸우다 함께 비극적 운명을 맞았던 금성대군에게 각별한 정을 느껴왔다.

영주 곳곳에 금성대군과 관련된 장소, 지명,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동리 팽나무는 표지석에까지 재산이 아닌 ‘충효를 물려주라’라고 새겨놓고 충효 사상을 도덕적 규범으로 삼은 율수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온 소중한 나무이며, 이 시대에 충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나무다.

<영주 지동리 팽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8-8-2-50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6.
·나무 종류 팽나무 두 그루
·나이 300년
·나무 높이 8m
·둘레 3.1m
·소재지 영주시 순흥면 지동리 916
·위도 36.892433, 경도 128.582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