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당시 게오르기에바 CEO, 김용 총재 등 측근 압력 행사 정황
평가 지표 바꿔 중국 순위 7단계 높여...중국으로부터 자금 조달 목적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세계은행(WB)이 매년 발간하는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를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최고위층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실의 참모들을 비롯해 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당시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언급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WB 이사회는 WB 최고위층이 2018년도와 2020년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의 공개를 승인했다.

미국 법률회사 윌머헤일이 WB 윤리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2017년 게오르기에바 당시 CEO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경제학자들에게 중국의 순위를 올리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기업환경평가 보고서는 경제 연구를 수행하는 WB의 대표 출판물로, 규제환경, 기업 창업 편의성, 인프라 등 기업과 관련된 11가지 분야를 평가해 전 세계 190개국의 순위를 산출한다.

WSJ은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의 연례 발표는 전 세계 언론의 보도를 끌어냈고, 국가들은 순위를 올리기 위해 정책 변화 등의 전략을 펼쳐왔다"면서 "그동안 각 정부로 하여금 면허 취득, 세금 납부 능력 등을 향상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윌머헤일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과 2018년 중국은 그들의 순위가 향상되기를 열망했고, 김 전 총재와 게오르기에바 당시 CEO 등의 측근들이 일련의 회의를 열고 중국의 순위를 향상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중국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기업 창업, 법적 권리 취득, 세금 납부 등 3가지 경영환경 지표를 수정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러한 평가 지표 조정을 거쳐 당시 85위여야 했던 중국의 순위는 78위로 7계단 상승했다.

윌머헤일은 보고서를 통해 당시 WB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러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8년 WB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130억달러(약 15조2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중국은 비교적 많은 금액을 납입해 지분율이 4.68%에서 6.01%로 올랐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WB 내부 직원들은 이러한 변경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윌머헤일은 "우리가 대화를 나눈 관련 직원 대다수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밝혔다"고 했다.

WB와 IMF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미 재무부는 보고서 결과에 대해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알렉산드라 라만나 미 재무부 대변인은 "보고서에서 지적한 심각한 내용들을 재무부에서 분석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주요 책임은 국제 금융 기관의 진실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오르기에바 현 IMF 총재는 성명을 내고 “조사에서 발견한 내용과 해석에 대해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김 전 총재는 아직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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