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화웨이·애플 등 전기차 진출 위해 각개약진...소니 내부서도 양산 가능성 시사
IT 기술 탑재로 단순 '이동수단' 의미 넘어서...역랑 탄탄한 스마트폰 기업들에게 유리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3월 30일 전기차 진출 계획을 공개하며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향후 10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레이쥔 회장의 모습. [사진=샤오미]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올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중국의 샤오미가 전기차 신사업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자회사 '샤오미 자동차'가 이달 초 법인 등록을 완료한 것.

전기차 출사표를 던진 스마트폰 회사는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애플, 중국의 화웨이, 일본의 소니도 기존 사업을 넘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서비스 수단으로 진화하면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I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 스마트폰, 전기차에 꽂히다

요즘 자동차 시장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동화 전환'이다. 포드·볼보 등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이르면 2030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마트폰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스마트폰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만큼 전기차 사업에서도 사활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기업은 전기차 기술에, 다른 기업은 자동차 제조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고 있다.

이중 올해 초 도전장을 내민 샤오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3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향후 10년간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샤오미는 지난달 자율주행 부문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 업체인 딥모션테크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7737만달러, 한화 약 910억원에 달한다.

지난 1일에는 자회사 샤오미 자동차가 법인 등록 절차를 마치며 전기차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자본금은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으로, 레이쥔 창업자 겸 회장이 직접 법인 대표를 맡는다.

중국 화웨이는 전기차 테슬라에 맞설 수 있도록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창안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사와 합작해 '화웨이 인사이드' 전기차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화웨이는 이달 4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에 참가해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를 선보이기도 했다. 차량 전면 유리를 1인칭 시점 디스플레이로 전환해 교통정보·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미국의 애플은 공식적으로 전기차 진출의 뜻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을 꾸려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칭) 개발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협력을 모색하는 대신 자체 개발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LG·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유력한 부품 협력사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의 소니는 지난해 자율주행 전기차 '비전-S'의 시제품을 공개했고, 이후 유럽에서 도로 시험주행을 시행했다.

당시 소니는 양산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소니의 전기차 개발 담당임원인 가와니시 이즈미는 지난 5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지만 안 한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화웨이가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선보인 자동차 증강현실 기술 AR-HUD. [사진=화웨이]

◇ '잘하는 분야에서 더 잘하기'

표면적으로 스마트폰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나선 게 안 어울려 보이지만, 업계 내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들의 변화가 당연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내연기관차가 주류였던 지난 150여 년 동안 자동차는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제조사와 정유사 등 자동차 산업군은 차체 제조·연료 공급과 같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던 중 전동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전기차는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등 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하면서 모든 기술이 모인 '총 집합체'로 거듭났다.

일례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에는 얼굴 인식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페이스 커넥트'가 적용될 예정이고, 아우디의 순수 전기구동차 'e-트론 스포트백 55콰트로' 등에는 스마트폰 콘텐츠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적용된다.

스마트폰 기업들은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전기차 기술들은 통신과 사물인식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및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폰 기업들이 이미 확보한 역량이다. 이들에게 전기차는 또 하나의 통신 디바이스이자 플랫폼인 셈이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샤오미가 스마트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확대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니의 가와니시 이즈미도 "자동차의 전동화가 진행되고 전기 부품이 늘어나면 IT 기술이 도입된다"라며 "소니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탑재됐던 엔진·변속기 등을 제외하게 되면서 자동차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3일(현지시간) "수십년 동안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파워트레인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 경쟁을 벌였다"라면서 "반면 전기차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덜어냈고,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차는 로봇"이라며 "자율주행 기술로 애플이 무엇을 하는지 두고 봐라"라고 말했다. [사진=애플]

일각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스마트폰 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서플라이프레임의 리처드 바넷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스마트폰 기업들의 전기차 진출과 관련해 "자동차는 이제 바퀴달린 컴퓨터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기차 사업에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여러 과제는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기존 완성차 기업들과 차별화된 전기차를 출시해야 한다는 점과, 운전자·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자동차 및 기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다.

최근 상하이 컨설팅기업 브레인앤코의 레이먼드 창 자문위원은 "자동차 고객들은 특정한 색상과 인테리어, 유료 옵션 등을 주문해왔다"라며 "때문에 (스마트폰 기업들은) 표준화된 스마트폰과 달리 더 독특한 사양의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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