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리튬이온 화재에 차세대 배터리 확보 박차...폭스바겐·포드 등 전고체 스타트업에 투자

폭스바겐 배터리 연구소. [사진=폭스바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안전한 배터리'가 떠오르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미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대중화된 전기차용 배터리는 리튬이온으로, 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한 번 불이 나면 차체가 전소될 때까지 타오르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도 미국·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에서 과열된 리튬이온 배터리 때문에 화재가 일어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외부 충격부터 과충전까지 다양했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화재 위험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를 떼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이차전지로,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수행해 안전성이 높다.

폭스바겐과 포드, BMW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기술 확보에 나섰다.

먼저 폭스바겐은 최근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에 1억달러(약 1180억원)를 추가 투자해, 총 투자 규모를 3억달러(약 3540억원)로 늘렸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범 생산시설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프랭크 블로메 폭스바겐 배터리개발 책임자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전고체 기술은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주요 배터리 스타트업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액은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 수준으로, 이중 절반은 퀀텀스케이프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퀀텀스케이프의 시가총액은 105억달러(약 12조4200억원) 수준으로, 폭스바겐 외에도 빌 게이츠의 투자를 받고 있다.

폭스바겐이 투자한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의 연구시설(왼쪽)과 주요 투자자 명단(오른쪽). [사진=퀀텀스케이프]

포드와 BMW는 지난 5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1억3000만달러(약 153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솔리드파워가 자동차용 크기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시험 제조라인을 세우겠다고 밝힌 만큼, 두 완성차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차기 (전기차) 기술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전고체 배터리"라고 강조했다.

직접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기업도 있다. 바로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지난 7일 배터리 생산·개발에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5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는 도요타가 중국과 미국에 신공장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시장이 활발한 곳에 배터리 생산거점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이 본격화되더라도 '비용'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WSJ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고체 기술을 신봉하지만 제조 비용을 아직 확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량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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