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불균형에 인플레 장기화 우려...유럽·영국 등 주요은행서도 인플레 우려 제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병목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9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유럽중앙은행이 주최한 화상 콘퍼런스에서 "강력한 상품 수요와 병목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다"라며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앞으로 몇 달간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와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들은) 내년까지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사라지면 물가도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아지지 않고 연내 완화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3.7%로 올렸고, 내년 물가상승률은 2.3% 수준으로 전망했다. 2023년 물가상승률은 2.2%로 예측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얼마나 클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지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여한 다른 참석자들도 공급 병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몇 달 동안 경험한 공급 병목 현상과 붕괴는 계속되고 있고, 일부 산업에서는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매우 정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영국의 석유 공급난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초까지 경기 회복을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히루히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특히 제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당초 예상보다 더 엄중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달 1200억달러 수준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발생한 혼란들이 주요 공급망을 여전히 뒤흔들고 있다"라며 "세계 중앙은행 곳곳에서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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