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하우겐, "모든 책임은 저커버그에 있어" 폭로...성장에 수반한 체제개선 더뎌
양당의원들, 증언에 찬사.."저커버그 출석 요구"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내홍 잇따라..."성공, 영원하지 않아"

전 페이스북 직원인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미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라고 밝힌 전 직원이 미국 의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의 민낯을 샅샅이 폭로했다.

페이스북이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척하고 수익을 내는 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내부고발자는 사실상 페이스북이 '도덕적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면서 의회가 나서서 규제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제품 매니저로 근무했던 프랜시스 하우겐은 이날 미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하우겐은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페이스북의 제품이 어린이들에게 해를 입히고 분열을 일으키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등 많은 일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면서 "회사 경영진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사람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당신의 도움없이 그들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우겐은 지난 3일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WSJ과 의원들에게 페이스북의 내부 자료를 제공한 출처라고 밝힌 내부고발자이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이 공공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비난한 것은 물론,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 안전장치도 유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우겐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페이스북이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추구했다면서 소리를 높였다.

그는 “페이스북은 사측의 이익과 시민의 안전 사이에서 갈등할 때마다 자신의 이익을 선택했다”며 "그 결과는 더 많은 분열과 해악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페이스북이 수익을 내고 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을 선택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하우겐은 페이스북의 내부 구조가 이러한 파행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 55% 이상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페이스북에서 저커버그에게 책임을 물을 사람은 그 자신밖에 없다"며 "최종 책임은 저커버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사실상 도덕적 파산에 이르렀으며 의회가 규제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의회가 페이스북의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서 "아직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개인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왔다"고 소리를 높였다.

미 의원들은 이와 같은 하우겐의 증언에 당 구분없이 찬사를 보냈다.

청문회 의장인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상원의원은 "저커버그는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오늘 하우겐은 그런 사람에서 맞설 수 있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따.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하우겐의 증언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저커버그가 직접 청문회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그는 저커버그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그는 이러한 질문에 답해야 할 공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하우겐이 폭로한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날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를 통해 "하우겐은 이번에 폭로한 내용들을 관할하는 부서에서 일 한 적이 없다"며 "그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침묵을 지켜오던 저커버그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페이스북이 공공의 안전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글을 남겼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의 약함이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페이스북이 거침없이 성장하며 몸집을 키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부 체제가 이를 뒤따르지 못했다는 것. 

NYT도 "페이스북은 곤경에 처해 있다"면서 "죽어가는 회사를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쇠퇴를 겪고 있다. 이러한 감소는 외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수백가지의 불안 징후가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내홍을 겪고 있는 곳은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NYT에 따르면 전·현직 애플 직원으로 구성된 '애플투'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 등의 사례 500건을 모아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미국 최대 유통기업 아마존이 자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내부고발자를 불법으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에서 그동안 높은 연봉으로 가려왔던 내부 문제들이 하나둘씩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구글과 같은 기술 대기업들은 사업 역사상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는 지속적인 성장을 누려왔다"면서도 "그 성공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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