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소재 해외 의존도 63.9%..."무역 긴장 및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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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배터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이 잠재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배터리가 원자재는 물론 부품까지 상당 부분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이 세계 충전식 배터리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수입 재료 특히 희토류 등을 중국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무역 긴장과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조사업체 SNE 리서치와 B3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이끄는 한국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44%로 집계됐다.

이어 중국(33%), 일본(17%)이 한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나 미·중 갈등 등의 외교 관계가 향후 배터리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금지 조치,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촉발된 중국의 방한 금지 조치와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을 사례로 들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2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2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이같은 지적은 국내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앞서 지난 1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인용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 의존도가 평균 63.9%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배터리 강국이지만 핵심소재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자칫 ‘가마우지’ 신세가 될 우려가 크다”며 "전지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세제, 금융, 연구개발(R&D) 등 대대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국내 공급을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FT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깨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등에 자금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재 생산에 52억달러(약 6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포스코는 호주 광산기업 필바라와 손잡고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원료인 수산화리튬의 국내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미국과 헝가리 등 해외에도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이 희토류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원자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배터리 기업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중국이 광물 공급을 중단할 경우를 대비해 핵심 소재를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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