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특별회의서 탈레반·테러·식량난 우려 제기...EU, 10억유로 아프간 지원책 발표
한국도 국제공조 동참 뜻 밝혀...러시아·중국 등 탈레반 우호국 정상은 회의 불참

12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G20 아프간 사태 특별 정상회의를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로마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아프가니스탄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제공조에 속도를 내기로 약속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G20 아프간 특별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G20 경제국들이 아프간의 인도적 위기에 함께 대처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주재한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은 아프간 내 '인도주의적 위기'였다.

참여국 정상들은 지난 8월 미군 철수 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재장악하고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아프간 주민들의 삶이 재앙적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식량 문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 전체 인구의 절반인 1800만명은 현재 외부의 인도적 지원에 의지하고 있고, 전체 가구의 93%가 식량난에 처해 있다.

정상들은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속한 인도적 지원과 국제 공조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한 유엔(UN)에 인도주의적 지원의 조율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고 드라기 총리는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은 국가도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아프간 주민과 이웃 국가들을 위해 10억유로(약 1조 38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원금은 아프간 주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 개선, 이주민·난민 관리, 인권 보호, 테러리즘 예방 등에 쓰일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주민에 대한 외교적·인도주의적·경제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 문제를 다룰 워킹그룹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아프간의 인도주의·사회경제적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도 입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국제공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이 평화적으로 재건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G20 특별 화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녹화 영상을 통해 "아프간은 현재 불안정하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과 필수적 원조를 해야한다. 한국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정상은 탈레반 정권에 우호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신 러시아에서는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 태평양 담당차관이, 중국에서는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및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왕이 부장은 아프간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서방권에 탈레반에 대한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다만 다수의 정상들은 아직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드라기 총리는 "탈레반이 개입하지 않고 아프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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