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공광규, 우리 해양 역사를 서사시로 승화
‘서사시 동해’, 공광규 著, 천년의 시작 刊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공광규 시인의 『서사시 동해』가 출간되었다. 공광규 시인의 9번째 시집이다.

동해의 섬 울릉도와 독도에 대해 이야기로 엮은 이 시집은 시인과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민족서사시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결과물이다.

1부작은 앞서 낸 『서사시 금강산』(2019)이다. 이번 『서사시 동해』는 1부 ‘소야도’, 2부 ‘울릉도’, 3부 ‘일본’, 4부 ‘독도’, 5부 ‘다시 울릉도’, 6부 ‘다시 소야도’로 구성했다.

모두 1만 1천 행이 넘는 한국 시단에서 보기 드문 대형 서사시다. 인용을 제외하고 1연 3행의 형식을 따랐다. 독자의 가독성을 배려한 시인의 표현 전략이다.

내용은 울릉군(당시 울도군) 초대 군수 배계주(1850~1918)의 일대기를 형상했다.

고종의 울릉도 개척령 이후 대한제국의 울릉도 군수였던 배계주는 울릉도와 독도(당시의 ‘석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인물이다.

느티나무 벌목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에 두 차례나 직접 건너가 소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공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이 여백을 시인이 다른 자료와 상상력으로 복원했다.

당시 고종을 비롯한 울릉도와 관련된 주변 인물은 물론, 고종 이전의 인물인 남구만, 안용복, 뇌헌 등의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시인이 설정한 가공의 인물인강화 노인, 평해 노인 등이 등장한다.

시인은 이들 인물을 통해 민족애와 애국심을 강조했다.

조선의 역사를 상고까지 이어 보려는 노력도 간간이 보인다. 18세기 민란이나 동학을 내세워 민중의 저항을 암시하기도 한다.

시집에는 조선의 개항 과정과 민중들의 움직임, 구미와 러시아 등 열강의 움직임, 일본 등 외국과 불평등 조약들, 대한제국이 망국으로 가는 과정, 외국인 여행자가 조선을 보는 시선, 러시아와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독도를 군사적 영토 야욕으로 시마네현에 불법 편입하는 과정과 편입 후 대한제국에서 들끓다 사라지는 독도 논의 등을 밀도 있게 담았다.

망국과 함께 시작되는 조선인들의 부일과 친일, 지사들의 항일전쟁과 독립전쟁도 언급되고 있다.

공시인은 다음 3부작은 『서사시 대륙』이라고 한다.

시인과 출판사는 이 시집들을 통해 산(금강산), 바다(동해), 육지(대륙)를 공간으로 민족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 주체성, 자주성, 독립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동해의 섬 울릉도와 독도에 대해 이야기로 엮은 이 시집은 시인과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민족서사시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결과물이다.

1부작은 앞서 낸 『서사시 금강산』(2019)이다. 이번 『서사시 동해』는 1부 ‘소야도’, 2부 ‘울릉도’, 3부 ‘일본’, 4부 ‘독도’, 5부 ‘다시 울릉도’, 6부 ‘다시 소야도’로 구성했다.

모두 1만 1천 행이 넘는 한국 시단에서 보기 드문 대형 서사시다.

인용을 제외하고 1연 3행의 형식을 따랐다. 독자의 가독성을 배려한 시인의 표현 전략이다. 이 시집은 서해 소야도에서 출발해 동해로 갔다가 다시 소야도로 오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독도의 푸른 밤』(2020)이라는 시집과 민족서사시 『홍범도』의 저자인 시인 이동순은 “독도의

역사가 시련을 겪으면 민족도 덩달아 풍파를 겪는다.

그 풍파란 거의 파괴, 망실, 유린, 소외, 무시 따위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것이 침략자의 고의적 전략에 의해 은밀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독도 울릉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제국주의 침탈로부터 강토를 지키려고 혼자 사투를 벌였던 배계주란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전설적 인물에 대한 자료나 정보는 현재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다.

평생을 고독 속에서 험난한 삶을 살았던 한 민족 선각자의 희미한 발자취를 더듬어 망실된 민족사를 다시 짜서 맞추고 거기에 숨결을 불어넣는 참으로 힘든 작업을 오래도록 조용히 펼쳐 온 시인이 있다.

공광규다.

서사시는 역사의 혼을 불러일으키는 방대한 공정이다. 그의 관점, 그의 사상, 그의 투지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서사시는 아무나 써낼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이 힘든 공력을 시인 공광규가 해내었다. 작품의 규모나 구조상으로 봐서 이처럼 방대한 서사시를 거뜬히 완성해 낸 공광규의 면모를 다시금 우러러보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의 삶은 작품의 주인공 배계주의 경로와도 같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우리 민족의 강토 동해와 그 파도 소리에 묻혀 잊어진 한 민족 영웅의 생생한 숨결을 재구(再構)해 낸 시인 공광규의 엄청난 역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라고 이 시집을 상찬했다.

또한 “역사란 역사가에 의해 파악된 과거라고 한다면 공광규 시인이 말하는 문학에서 역사는 사실이 끝난 곳에서 시작되는 현재다. 이것을 밝히기 위해 공광규는 과거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진실에 가깝게 파악하고자 한다. 공광규는 배계주를 둘러싼 박제된 기억을 통해 현실이라는 진실에 도달하는 해석이 바로 이번 시집이다.”라고 문학평론가 권성훈은 평가하기도 했다.

공시인은 시인의 이 시집의 출발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서사시는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 다음 구절 때문에 시작했다. “8월에 왜놈들이 울릉도를 점거하자 도감 배계주가 왜국으로 가서 담판을 지었다”. 울도군 초대 군수 배계주(1850-1918) 선생은 기울어 가는 대한제국의 군수였다. 울릉도와 독도(당시의 ‘석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분이다. 배계주 선생에 대한 실증적 자료가 많지 않아 여백을 상상력으로 복원하였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형상한 이 시집이 동해를, 울릉도와 독도를, 당시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제국의 처지와 역사를 이해하고 현재를 각성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서사시 동해』에 등장하는 시 한편은 이렇다.

모든 냇물이 흘러드는 조선해
끝이 없는데
예부터 큰 못이라 부른다

땅에서 흘러든 물이 하늘에 다다라
출렁대는 것이
넓고도 아득하다

큰 못은 원래 해가 뜨는 문
늙은 수군이 공손히 해를 맞으니
동쪽 하늘 끝 별자리가 해 뜨는 곳이라

물속에 사는 해신은
쉬지 않고 비단을 짜는데
바람이 불면 울면서 눈물로 구슬을 만든다

이런 기이한 조화를 누가 부리는가
너울대는 모습이
상서로운 기운을 일으킨다

조개는 진주를 잉태하고
달과 함께 무성했다 이지러지며
기운을 토하고 김을 뿜어 올린다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
찬란하고 눈부시니
자주빛 붉은 빛이 일렁이고

한밤에 둥실 달이 뜨면
일렁이는 바다는 거울이 되어 달빛을 되비추니
늘어선 별들이 빛을 감춘다

수평선 응시하는 몸은 비록 늙었을지라도
왜적을 지키고 인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침 해처럼 변함없다

(「늙은 삼척 수군의 노래」 전문)

공광규시인은 충남 청양 출신으로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문학박사)하고 1986년 월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산문집 『맑은 슬픔』 등 출간했고, 윤동주상문학대상, 신석정문학상, 녹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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