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국방대학교 교수가 판문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이 나오면서 또 다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대략 정치적으로 종전선언을 함으로써 남북이 걸어 온 지금까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상생과 협력의 발전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남북관계의 긴장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유엔까지 가서 유엔사령부의 해체를 염두에 둔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어의적으로 종전이란 전쟁을 끝마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이를 선언하는 측은 상대방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면서 이제 더 이상의 공격행위를 하지 않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승자가 원하는 것을 패자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에 동의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3년 1개월을 끌었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이 쌍방 간에 커다란 피해만을 남겨둔 채 휴전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 휴전 협정문에는 쌍방 군대의 지휘관인 유엔군 측 클라크 사령관과 북한군 대표인 김일성, 중국군 대표인 팽덕회가 서명하였다.

당시 서명 당사자에 남측 대표가 없다는 이유로 이후 남북 간에 종전을 거론할 때마다 북한이 종전 협의의 당사자는 남한 당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 정전협정에서는 3개월 이내 완전한 종전을 위해 별도의 정치적 조치가 있어야 함을 약속하였지만 끝내 실질적인 6.25전쟁 종전의 조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지 않고 휴전한 전쟁을 종전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전쟁 책임을 명백히 가려야 한다. 그것은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 하는 것을 의미한다.

6.25전쟁의 가해자는 북한이고 김일성이가 전쟁 도발의 수괴이다. 또한 전쟁의 조기 종결을 방해한 중국 역시 그 책임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천문학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가 합의되어야 한다. 1천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에 대한 보상과 파괴된 재산에 대한 보상 문제가 타결되어야 한다.

셋째, 전사상자 처리는 자국의 보상 의무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전쟁 중 포로가 되었으나 아직 송환되지 못한 7만여 명의 미복귀 국군장병들에 대한 생사 확인과 생존자의 송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실질적으로 전쟁을 종결짓기 위한 핵심적 사항으로 향후 다시금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쌍방 간의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엔 핵무기의 폐기가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다.

어려운 절차와 숙제를 가지고 있는 전쟁의 종결이었기에 과거 남북 간에 2년여를 숙의한 후 1991년 12월 채택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도 종전을 언급하지 못하고 상호 불가침만을 합의했던 것이다.

이렇듯 종전은 선언적 행위로 가름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상의 조치를 북한이 받아들이고 순순히 이행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제대로 된 정부라면 감성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자세로 현재의 남북문제 본질과 그 원인을 따져보기를 희망한다.

용서를 할지언정 잊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만일 전쟁 책임에 대한 엄중한 규명의 노력도 없이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모든 죄과를 덮어버리려 한다면 그것은 역사 앞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필자 권태오 교수는 1956년 대구 출생으로 1976년 육군 소위로 임관(육군 3사 13기)해 2014년 육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경북대 학사(사학), 미 Troy 주립대 대학원 경영관리학 석사, 국방대학교 군사학(안보정책) 박사로 군 복무 중에는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수도군단장을 역임했다. 전역 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차관급)을 거쳐 현재 국방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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