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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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었다.

결과야 어떻든지 과정에서 매우 시끄러운 잡음도 일어났었는데, 그 과정에서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우리가 많이 얘기했던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행동했으리라 짐작된다.

물론 앞으로 있을 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질텐데 우리가 생각했던 확증편향이라고 하는 게 사실은 확증편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볼까 한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말은 이제는 기업인, 정치인, 심지어 예능인까지도 방송에서 쓸 정도로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소망편향 (desirability bias)이라는 말도 있다.

지금까지는 확증편향과 소망편향에 대해 구분해서 쓰지 않았다. (이는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러다가 얼마 전, 아담그랜트의 ‘Think again’이라는 책을 통해서 확증편향과 소망편향의 차이에 대해 인식을 하기 시작했으며 추가적으로 ‘The heart trumps the head: Desirability bias in political belief revision’ (Ben M. Tappina, Leslie van der Leerb, Ryan T. McKaya)라는 연구논문을 읽고서야 확증편향과 소망편향의 차이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확증편향은 나의 믿음, 즉 현재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해나간다는 개념인 반면, 소망편향은 내가 믿고 싶은 것에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개념이다.

즉,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의 차이가 확증편향과 소망편향의 차이다.

위에서 말한 논문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각 당의 대선후보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주 내용인데 어떤 사람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클린턴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믿는 바는 클린턴 당선이고, 믿고 싶은 것은 트럼프 당선이다.

이렇게 믿음과 믿고 싶은 바가 다를 경우에는 소망편향이 강력하게 작용하여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에 대한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에만 계속 집착하고 수집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는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비관론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잘 안 될 거라고 믿으면서도 실제로 잘 되길 바라는 희망의 증거들을 찾고자 하는 그런 모습이다.

이번 여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과정에서 이낙연 후보의 지지자들 중에는 분명히 굳게 이낙연 후보가 대통령후보로 확정될 것이라고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재명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전세 역전의 증거와 조사결과를 계속 수집하여 믿고 싶은, 즉 소망하는 바를 강화하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소망편향의 좋은 예이다.

확증편향 혹은 소망편향과 관련하여 보다 상위의 개념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실 편향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흔하게 쓰인다.

너무나도 여기저기 가져다 붙여서 어떤 책에서는 거의 100개에 가까운 편향 리스트를 제시하는가 하면 구글에서 편향을 검색하면 약 180개 정도의 인지편향 리스트를 원 모양으로 보기좋게 정리한 자료도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편향들을 몇 가지로 범주화해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최근 나온 행동경제학 관련 책 중 ‘선택설계자들’이라는 책에서는 의사결정에 치명적인 편향을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놓기도 하였다. (원제는 ‘You’re about to make a terrible mistake’인데 정말 책 제목을 하나도 안 비슷하게 바꿔 놓았다.)

이 책은 2019년 (미국 기준) 출간되었지만 책의 저자인 ‘올리비에 시보니’는 이미 2010년 맥킨지 쿼털리 (Mckinsey Quarterly) 3월호에 ‘The case for Behavioral Strategy’라는 글에서 다양한 편향들을 행동중심 편향 (Action-oriented biases), 이익 편향 (Interest biases), 패턴인식 편향 (Pattern-recognition biases), 관성 편향 (Stability biases), 사회적 편향 (Social biases) 등 5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이 중 패턴인식 편향은 우리가 기존에 경험했던 패턴으로 현재의 복잡한 실상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실을 더 쉽게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따라서, 경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에 성공했던 이야기 혹은 경험들을 현재의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일어나는 실수와 실패들은 바로 ‘패턴인식 편향’으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패턴인식 편향에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강력한 스토리텔링(Power of Storytelling), 사례 경영(Management by example), 챔피언 편향(Champion bias,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 즉 챔피언을 과신하는 편향), 잘못된 유추 (혹은 유비)오류 (False Analogies, 예: A라는 사업에 성공했는데, 이번 B도 비슷해. 그러니까 성공할 거야) 등이 속해 있는데 사실 이 여러 개념들은 각각 독립적인 개념들이기보다 서로 연결되거나 상호작용하는 개념들로 보아야 한다.

해당 연구가 맥킨지에 실린만큼 기업 혹은 경영자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다양한 편향들을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관점에서 유사한 형태끼리 묶어 분류를 해 놓았다.

따라서, 그 정확성이나 적합성을 따지기 보다는 패턴인식 편향 유형에서 보듯이 이전 성공했던 사례(Example), 그리고 그 성공을 이끌었던 이야기(Story)을 그대로 가져와서(False Analogies) 존경하는 사내 경영자가 밀어붙일 때(Champion bias)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편향들을 종합해서 패턴인식 편향이다라고 명명한 것이니 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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