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중국은 음식 등의 배달 문화에 관한 한 한국에 못지않다. 생활 문화로까지 정착돼가는 최근의 폭발적 추세를 보면 ‘배달의 민족’이라는 자랑스러운 호칭을 한국으로부터 빼앗아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의 음식 딜리버리 앱 사용자수가 5억 명 가까이에 이른 사실은 이 단정이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배달 기사의 수는 더욱 기가 막힌다. 웬만한 국가의 인구인 10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당연히 업계 내 경쟁은 치열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업체들의 행보를 보면 이를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은 아마 산쑹(閃送)이라고 단언해도 좋지 않나 싶다. 업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야말로 번개 같은 1대1 근거리 배달 대행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산쑹의 한 직원이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배달하기위해 거래처에서 포장된 제품을 받고 있다. 산쑹의 배달 원칙은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다.[사진제공=신징바오(新京報)]

정말 그런지는 공유경제 개념을 인터넷 및 스마트폰, 빅데이터와 결합한 서비스의 질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배달원이 평균 1분 내에 고객의 주문을 접수한 후 10분 내에 방문, 60분 내에 배달이 완료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리적으로는 이 이상 짧은 시간에 서비스가 완료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산쑹이 극강의 C2C(소비자 대 소비자) 배달 기업으로 불리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매년 각종 조사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고 있기도 하다.

유니콘 기업답게 사업도 전 대륙 각급 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230여 개 도시에 진출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용자 수는 1억5000만 명을 헤아린다. 음식 딜리버리 앱 사용자들의 3분이 1 가까이가 산쑹의 충실한 고객이라는 계산은 바로 나온다.

지난 2014년 3월 4차 산업 혁명의 본산으로 불리는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상디(上地)에서 출범한 산쑹은 초창기부터 엔젤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업체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안정적 경영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된 2018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3억 달러 전후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심지어 2017년에는 무려 3차례에 걸쳐 1억5000만 달러 전후를 유치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하이뎬구 중관춘(中關村)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가 리톈닝(李天凝)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동일 지역의 3km 이내 거리에 존재하는 동네 시장에 주목한 산쑹의 전략적 선택은 처음부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뛰어난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됐으니 국내외 엔젤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몰린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앞으로는 산쑹이 원할 경우 투자 유치액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으로는 상장도 자연스럽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산쑹의 서비스는 전국 어느 도시의 길거리에서도 이뤄진다. 1대1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사진제공=신징바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산쑹의 매출액은 100억 위안(元. 1조8500억 원) 전후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 가치 역시 100억 위안을 훌쩍 넘을 것이 확실하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상장이 될 경우는 몸값이 최소한 5배 이상은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쑹이 이처럼 설립 7년 만에 엄청나게 성장한 것에는 역시 C2C에 주력한 노력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상당수 기존 딜리버리 앱들은 대부분 외식 배달 등의 B2C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물량을 발송해야 한다. 주변에 있는 배달 기사들이 모두 동원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개인 사용자가 배달을 신청해도 즉각 대응할 수 없다.

배달 기사가 부족하니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이에 주목한 산쑹이 개인 사용자게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포기했다는 말이 된다.

음식 배달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은 선택도 나름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딜리버리 앱들의 음식 배달 서비스는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액의 70% 전후에 이른다.

한마디로 취급 품목이 다양하지 못하다. 이 경우 업체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 치열한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산쑹은 일찌감치 이 사실을 간파하고 음식 배달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생화나 케이크 등 기타 생활용품을 비롯한 각종 물품의 배달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업계에 전해져오는 이와 관련한 전설적 일화를 한번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수년 전 전자상거래의 거목 징둥(京東)과 알리바바의 계열사로 알려진 한 외식 플랫폼이 산쑹에 업무 제휴를 제안한 바 있었다. 그러나 산쑹의 경영진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다 업무 제휴를 제안한 플랫폼이 발언권을 독점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배달 서비스 요금을 높게 책정한 것 역시 주효했다.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산쑹의 평균 객단가(고객 1명 당 평균 지출액)는 무려 31 위안에 이른다.

10 위안이 채 안 되는 메이퇀(美團)보다 무려 3배 이상이나 높다. 대체로 이 경우 메이퇀의 경쟁력이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양보다 질을 원하는 고객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여러 주문을 같이 받는 배달 플랫폼보다는 1대1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상장이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산쑹의 향후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해도 괜찮다. 하지만 변수가 없지도 않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점점 레드오션으로 변해가는 배달 서비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할 가능성이 아닐까 보인다.

한때 산쑹과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이 경쟁을 이기지 못한 채 징둥과 알리바바 계열사로 편입된 현실을 상기하면 분명 그렇다고 해야 한다.

여기에 호시탐탐 산쑹에 눈독을 들이는 전자상거래 업계 거인들의 적대적 인수, 합병 기도도 어떻게든 방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방어에 실패할 경우 한때의 경쟁업체들과 같은 신세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성공할 경우는 산쑹 역시 장기적으로는 징둥이나 알리바바처럼 업계 공룡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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