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불균형...무디스·인베스코 "공급망 붕괴에 발목 잡혀 세계 곳곳서 난항"
인력 부족에 물류 대란까지 '첩첩산중'...각 정부 실질적 대책 없이 해결 어려워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우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은 전 세계 공급망이 얼마나 서로 얽혀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불안정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공급 대란이 전 세계 산업을 집어삼킨 가운데, 당분간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급과 수요의 간극이 여전히 크고 물류대란까지 번지며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현재 전 세계적인 공급난이 글로벌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무디스애널리틱스 팀 우이 분석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대란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공급망 붕괴에 발목이 잡혔고, 그 여파는 세계 곳곳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투자관리 회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전략가도 "기업이 어디에 있든 공급망 붕괴와 노동력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후퍼 전략가는 특히 마진(매출 총이익)이 낮은 운송, 일반 소매, 건설, 자동차 부문에서 공급망 차질로 인한 비용 상승이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대적인 공급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됐던 경기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지만, 급격한 보복소비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경통제와 이동제한, 백신패스 부족으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우이 분석가는 이를 '퍼펙트 스톰'(세계경제 위기)이라고 표현했다.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산업은 자동차다.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부품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사태는 꼬이고 있다.

CNBC는 이외에도 육류와 의약품, 가정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6일(현지시간) 독일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반도체·원자재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군나르 헤르만 미국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은 이날 "반도체 뿐만 아니라 리튬·플라스틱·철강 모두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라고 호소했다. [사진=IAA]

물량을 공급하더라도 하역할 인력이 부족해 물류대란에 빠진 국가도 있다.

미국은 자국 수입 물량의 40%를 차지하는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항에서 화물선이 하역하지 못한 채 정박하는 사태를 겪고 있다.

백악관이 공개한 가장 최신 정보(지난 11일 기준)에 따르면 두 항만에서 하역하지 못한 화물선은 총 62척이다. 이외 81척은 정박 절차를 진행하며 바다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우항은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쌓이면서 추가로 들어온 화물 선박을 하역하지 못했다.

정체 현상이 2주 가까이 이어지자 일부 대형 선박은 네덜란드 등 다른 항으로 우회했다가 하역한 물품을 세분화해 영국에 가져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물류난까지 번진 현 사태를 빠른 시일 내에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우이 분석가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운송, 항만, 창고 등 공급망의 모든 연결고리마다 병목현상이 생겼다"라며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외 공급망에 타격을 주는 악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최근 전력난을 겪으며 공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은 물류 작업을 확대해 지금의 공급 대란을 해결할 계획이다. 다만 미 동부의 뉴욕항과 조지아주 서배너항에 대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진은 LA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CNBC는 결국 각국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세계 정부가 공급 대란이라는 큰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선 대표적인 예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거론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3일 물류 수송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LA·롱비치항의 물류작업을 주 7일(24시간)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장관은 17일 "우리가 올해 경험하고 있는 많은 (공급의) 어려움들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요·공급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