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분7초 만에 700㎞ 도달, 더미위성 궤도 올리기엔 실패
성공 확률 30% 한계 극복, 세계 7번째 위성 발사국 등극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 국내 기술로 이뤄
문재인 대통령 "누리호는 한국 과학기술이 이뤄낸 쾌거"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21일 오후 5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세계 일곱번째 위성 자력 발사국이 되는 순간이다. 

발사대와 직선거리로 15㎞ 떨어진 전망대에서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성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누리호가 그리는 궤적을 쫓았다.

발사 후 16분7초 후. 3단에 탑재한 1.5톤짜리 위성 모사체(가짜 인공위성)가 초속 7.5㎞ 속도로 목표 고도 700㎞에 다다랐다. 하지만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 10분 간의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5시 정각 발사

누리호는 모든 발사 준비를 마친 뒤 1단 엔진 추력이 300톤에 도달하자 서서히 발사대에서 움직이며 육중한 발사체를 하늘로 밀어올렸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2분7초) 만에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1단 로켓에는 연료에 쓰이는 케로신 탱크와 연소를 도와주는 산화제인 액체 산소 탱크로 가득차 있었다. 이 로켓에는 75톤급 엔진 4개가 묶여 있었다.

300톤 엔진은 누리호를 이륙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 엔진 4개를 묶는 일명 클러스터링 기술은 위성 선진국 발사체가 이용하는 고난도 기술을 적용했다.

누리호는 무사히 '단분리'에 성공한 뒤 발사 233초(3분53초) 후 고도 191㎞에서 위성(모사체)을 덮고 있던 페어링(위성덮개)을 분리했다. 

274초(4분34초) 뒤에는 고도 258㎞에서 2단 로켓을 분리했다. 이후 발사 967초(16분7초) 만에 3단에 탑재한 1.5톤짜리 위성 모사체를 고도 700㎞에 무사히 올렸다. 하지만 목표 속도인 초속 7.5㎞에  미치지 못해 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누리호가 이륙 후 1단, 페어링, 2단 분리, 위성 모사체 분리 등의 모든 비행 절차(시퀀스)를 마친 것은 첫 발사에서 성공 확률 30%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목표궤도에서 위성 모사체 분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확인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됐다. 성공 확신 속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 시간이었다. 

누리호는 제주도와 일본 후쿠에지마에서 각각 약 100㎞ 떨어진 곳을 지나 비행한다. 1단 예상 낙하지점은 발사장으로부터 지상거리 약 2800㎞ 해상이다. 페어링분리는 발사장에서 251㎞ 떨어진 고도 191㎞에서 이뤄지는데, 실제 낙하되는 예상 지역은 발사장에서 약 1514㎞ 떨어진 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누리호가 괴적을 그리며 우주로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5월 2차 발사... 중궤도 및 정지궤도발사체 기술 기반 

1단과 페어링, 2단 분리의 추적과 정보 수신은 제주추적소에서, 3단 엔진 종료와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 분리 등의 파악은 팔라우 추적소에서 맡았다. 2차 발사는 내년 5월 예정돼 있다.

누리호는 2010년 3월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제작됐다. 총 길이 47.2m, 중량 200톤의 매우 복잡한 구조물이다.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은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까지,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이뤄졌다. 향후 항공 우주산업 발전을 이룰 토대를 확고하게 다진 것이다.

엔진은 추력 75톤급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있는 1단부와 추력 75톤급 액체엔진 하나가 달린 2단부, 추력 7톤급 액체엔진이 달린 3단부로 구성됐다. 향후 개발할 중궤도 및 정지궤도발사체와 대형 정지궤도발사체의 기술적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리호는 지난 2018년 11월 28일 시험발사체(TLV) 발사에 성공하고 올해 3월 25일 1단 종합연소시험도 성공적으로 끝낸 뒤 오늘 역사적인 우주발사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성공은 독자적인 우리 기술로 이뤄낸 쾌거"라며 "우주개발 12년 만에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궤도 안착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첫번째 발사에서 매우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며,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에 헌신한 과학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남등대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남등대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 누리호 성공 이후 관련주 급등

한편, 누리호가 이륙 후 모든 비행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AP위성이 시간외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AP위성은 5시30분 시간외 거래에서 종가 대비 9.77%(가격제한폭) 오른 1만6850원에 거래됐다. 이날 성공 기대감으로 전날 대비 3.02% 오른 데 이어 추가로 급등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시간외 거래에서 8.32% 올랐다. 한국항공우주 역시 시간외거래에서 6.79% 올랐다. 한화시스템과 한화도 시간외에서 강세를 보였다.

누리호 사업에는 한화·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 300여곳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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