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이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장기이식에서 가장 문제는 면역거부반응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종(異種)간 뿐만 아니라 동종(同種)인 사람 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거부반응은 혈관에 연결된 뒤 혈액이 굳는 것이다.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거부반응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몰두해왔다.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인 유전자변형(GM)을 이용해 다른 동물에서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키우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동물은 돼지다.

미국 외과의사들이 GM돼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결과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즉각적으로 작동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Nature Magazine]
미국 외과의사들이 GM돼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결과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즉각적으로 작동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Nature Magazine]

GM기술 이용해 가장 큰 문제인 거부반응 문제를 해결

21일(현지시간) 영국의 BBC뉴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미국 외과의사들이 GM돼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결과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즉각적으로 작동했다는 연구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성공적인 실험은 이종간 이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기증자의 장기 부족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신장의 수혜자는 뇌사 상태로 회복될 가망성이 없는 인공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물질’로 인식되는 돼지의 신장은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뉴욕대학 랑곤헬스 메디컬센터(Langone Health Medical Center)의 로버트 몽고메리(Robert Montgomery)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9월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이 54시간 동안 정상 기능한 것을 확인했다.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당 성분 및 당사슬을 제거

연구팀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알파 갈(α-GAL)이라는 당 성분 및 글리칸(glycan)이라는 당사슬을 제거하도록 디자인한 돼지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다시 말해서 당성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에게서 신장을 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가장 진보된 실험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서도 유사한 실험이 행해져 왔지만 사람을 상대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돼지를 장기 이식에 이용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돼지 심장 판막은 이미 인간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돼지의 장기는 크기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면 생물학적으로도 인간과 비슷하다.

몽고메리 박사는 BBC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인간의 신장이 이식된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신장을 관찰했다. 그것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거부반응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리 관련 “돼지는 식용으로도, 의료용으로도 쓸 수 있어”

몽고메리 박사는 윤리와 관련해 자신의 연구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장기를 찾아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살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고집한다면 현재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의 40%가 이식수술을 받기 전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돼지를 식량의 원천으로 사용하고, 돼지를 판막과 약물과 같은 의학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두 가지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 초기 연구이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장기 이식을 클리닉으로 옮겨도 괜찮을 것이라는 새로운 확신을 우리에게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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