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국가에 더 큰 이익...미국 세수 증가, 중국의 15배 전망
"개발도상국 이익은 미미"...나이지리아·케냐 등 합의안 반대

(로마=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국제경제 및 보건' 세션에 참석해 있다. 2021.10.30 jjaeck9@yna.co.kr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로마에서 개최된 정상회의에서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안을 추인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걷히는 세금이 대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추인한 디지털세 합의안은 글로벌 기업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내는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고, 최소 15%의 글로벌 법인세율을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우선 전자는 연간 매출액이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 매출에 대한 과세권을 기업이 소재한 국가에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 기업들은 이익률 10%를 웃도는 초과 이익의 25%에 대해 각 시장 소재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후자는 다국적 기업이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 기업이 실효세율 부담이 10%인 나라에 자회사를 둘 경우 미달 세액인 5%만큼을 본사가 있는 자국에 추가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이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세금을 적게 낸다는 조세 회피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지난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가 제13차 총회에서 합의한 것으로, 당시 140개국 중 136개국의 지지를 받았다.

합의안은 각국 입법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적용된다.

OECD는 글로벌 최저법인세율로 세계 각국 정부의 세수가 1500억달러(약 176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G20에서 전 세계적 최저한세율 도입 합의는 글로벌 협력의 진정한 이정표"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성공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는 아주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세가 시행됨에 따라 혜택을 볼 나라는 부유한 나라에 한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안이 부유한 국가를 더 큰 승자로 만드는 세금 개혁이라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조세 연구기관인 `유럽연합 세금 조사국(EU Tax Observatory)’은 이번 합의안으로 전 세계 정부가 연간 1852억유로(약 251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세금 조사국은 대부분이 미국(512억유로), EU 회원국(639억유로) 등 부유한 국가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디지털세 도입으로 인한 미국의 세수 증가액이 중국의 15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WSJ는 "52개 개발도상국이 거둬들일 세금은 연간 약 1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부유한 국가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나이지리아와 케냐 등 일부 국가들이 디지털세 도입을 끝까지 지지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새로운 세부 분배 방식이 대규모 국제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자선 단체 옥스팜의 세금 정책 책임자인 스사나 루이즈는 이번 합의안과 관련해 "여러모로 실망스럽다"면서 "논의는 야심찼지만, 국익의 한계를 정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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