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부의장부터 연은 총재들까지 한목소리...국제 금융시장 불안 야기할지 주목

리처드 클래리다(오른쪽) 연준 부의장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공식화한 가운데,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내년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의 주장대로 내년 중 금리인상이 시행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의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조치가 금융시장에 타격을 입혀왔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날 부르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금리 인상과 거리가 멀다"라면서도 "기준금리를 올리기 위한 조건이 2022년 말까지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클래리다 부의장은 연준의 2인자로, 제롬 파월 의장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연준 최고위층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계획보다 이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내년 두 차례 금리인상이 취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상황이 "매우 좋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인 고용(노동)시장과 관련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뜨겁다"라고 평가했다.

테이퍼링 절차를 마무리한 뒤 금리인상을 취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왔으나,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11월과 12월에 한해 150억달러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테이퍼링 절차는 내년 6월쯤 마무리된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뉴욕 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에 기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을 시) 연준은 2023년 이전에 행동에 나설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물가상승률이 떨어질 테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직까지 연준 내부에서 내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지난 9월 FOMC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위원 중 9명은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한편 미국이 테이퍼링에 이어 금리인상까지 단행하게 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련 조치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증폭시켜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속 시장에 돈을 퍼부었을 당시에도 자국 경제를 구하는 데 성과를 냈으나,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했다.

일례로 미국의 테이퍼링 조치로 남유럽에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럽 경제가 뒤흔들렸고, 증시자금 유출의 여파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국의 증시가 34%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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