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1)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이 표현은 여류 소설가 강신재의 대표적인 작품 <젊은 느티나무>의 간판 브랜드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애정 풍속도를 감각적이고 신선한 문체로 세련되게 묘사해 대중소설의 위상을 한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소설의 소재는 이복 남매간의 사랑이다. 이것만 본다면 소재 자체는 통속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직접 대해보면 전체 맥락은 전혀 그렇지 않다. 평이한 단어와 화려하지 않은 묘사 속에서도 아주 시원한 사랑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폴레옹의 영원한 여인 조세핀의 매력은 독특한 체취에 있었다고 한다. [사진=wikipedia)
나폴레옹의 영원한 여인 조세핀의 매력은 독특한 체취에 있었다고 한다. [사진=wikipedia)

그야말로 향긋한 비누냄새가 나는 작품으로 이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향긋한 비누냄새로 요리한 강신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교와 문학성이 돋보인다.

처음 보는 상대 남성의 잘생긴 외모와 강렬한 눈빛은 분명 이성을 사로잡는 중요한 무기이다. 거기에다 점잖고 부드러운 성격까지 갖추고 있다면 이보다 더한 상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게 있다. 이들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한 모습일 뿐이라는 점이다.

상대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 감성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결코 아니다. 남녀 사이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역할은 사랑의 묘약인 페로몬(pheromone)에 있다. 바로 냄새다. 몸에 묻어 있는 체취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남녀 간의 사랑은 하나의 화학작용이라는 메커니즘 속에서 움직인다. 페로몬이란 동물이나 곤충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분비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특히 이성에게 호감을 일으키게 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페로몬은 남녀간의 의사소통의 호르몬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이러한 화학작용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페로몬이다. 잘생긴 외모에 이끌리는 것이 사랑의 물리학적 작용이라면 냄새에 의해 이끌리는 것은 사랑의 화학적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천하의 영웅 나폴레옹과 조세핀과의 사랑을 접하면서 애틋한 낭만에 빠져든다. 강열한 카리스마로 전장을 지휘하던 나폴레옹이 6년 연상이면서 재혼인 조세핀과의 지고지순 한 사랑을 읽으면서 국경 없는 사랑을 부러워한다.

사실 나폴레옹은 조세핀을 만나는 순간 한없이 빠져들었고 평생을 그녀를 집착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아무리 낭만적인 사랑을 갈구했던 나폴레옹이라고 하더라도 오로지 조세핀 한 명에게 빠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리 절세미인이라고 해도 천하의 모든 여자가 자기 여자라고 할 정도로 유럽 대륙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던 나폴레옹이 한 여자에게만 매달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웅이 원래 호색가(好色家)라는 것은 뜬구름 잡는 이론은 멀리 하고서라도 이 여자 저 여자를 훔치는 것이 남자들이 타고난 본능이고 또 쉽게 싫증을 느끼는 것이 남자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실 생물학적으로 여기저기 뿌리는데 익숙한 것이 남성이고, 그 뿌린 씨앗을 선택해 잘 키우는 것이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나폴레옹을 ‘뿅’ 가게 만든 조세핀의 비밀 무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람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겨드랑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체취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대부분 불쾌감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조세핀은 나폴레옹을 사로잡는 독특한 체취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남자가 아닌 나폴레옹만이 좋아하는 독특한 묘약이 조세핀에게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나폴레옹을 완전히 꼼짝 달싹 못하게 만든 비기(秘器)였다.

일부 사람들은 체취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향수라고 해도 한 두 번이지 나폴레옹을 영원히 사로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향수는 질리게 마련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나폴레옹을 포로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체취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대 체취가 그립소, 씻지 말고 기다려 주시오”

“일주일 후면 돌아가 당신을 만날 것이요. 그때까지 몸을 씻지 말고 나를 기다려 주시오. 당신의 냄새가 너무나 그립소!”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파리로 향하던 나폴레옹이 그의 연인 조세핀의 체취를 그리며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다. 

나폴레옹은 “연애편지 도사”였다. 포탄이 터지고 죽어가는 병사들의 아우성 속에서도 그는 조세핀에게 무려 50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조세핀과 지내면서 7만3000통의 편지를 전했다고도 한다.

나폴레옹은 이 카망베르 치즈의 향기가 조세핀의 체취와 같다며 즐겨 먹었다고 한다. [사진=wikipedia]
나폴레옹은 이 카망베르 치즈의 향기가 조세핀의 체취와 같다며 즐겨 먹었다고 한다. [사진=wikipedia]

“나는 잠에서 깨어 당신 만을 생각하고 있소

지난밤 도취의 열락만이 나의 감각 속에 맴돌고 있소

정다운 이여!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당신

도대체 내마음에 어떠한 신비한 효력을 불어넣은 것이요”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체취에 흠뻑 반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전해 내려오는 일화에 따르면 카망베르(Camembert) 치즈의 향기가 조세핀의 체취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늘 즐겨먹었다고 한다. 쿰쿰하면서 달라붙는 듯한 맛의 이 치즈를 좋아했다.  

비단 나폴레옹 만이겠는가? 일반 아낙네들도 남정네를 묶어 두려고 체취를 이용해 온갖 사랑의 전략을 펴왔다.

예로부터 이성을 유혹하는 향으로 널리 사용된 것은 사향이었다. 암컷 사향노루의 배꼽 근처에 있는 향낭에서 방출되는 향으로 여인들은 이를 이용해 남성을 유혹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에서 나는 고유의 체취도 당연히 이성을 유혹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사람의 체취는 지문처럼 독특하고 고유불변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주장이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궁합은 바로 체취 지문에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7세는 독특한 사랑을 했다고 한다. 더운 여름날 연인에게 두꺼운 옷을 입혀 산책을 하게 한 다음 땀에 찌든 그 냄새를 맡으며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체취를 통한 사랑의 작전은 국경을 초월해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연인들끼리 체취가 흠뻑 배인 사랑의 사과를 교환하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사과 껍질을 벗긴 다음 겨드랑이에 끼워 둔다. 나중에 사과가 땀에 흠뻑 젖으면 애인에게 보내는 것이다. 연인들은 사과 냄새를 맡으며 상대의 사랑을 느꼈다.

체취를 통한 사랑의 작전은 국경을 초월하다. 지금도 브라질 농촌 여인들은 남편이 바람을 피울 기미가 보일 경우에 쓰는 방법이 있다. 빨지 않고 오랫동안 입어 냄새가 나는 자신의 팬티를 끓인 다음 커피에 타서 먹인다고 한다.

여인의 몸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체취가 얼마나 훌륭한 페로몬 역할을 하는지 실험으로 증명된 사례가 있다. 핀란드의 한 대학 연구팀은 이틀 동안 입은 여인들의 티셔츠를 실험대상자들에게 주고 냄새를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남성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냄새는 배란기 여성들의 티셔츠였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그토록 그리워하게 만든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나 독특한 사랑의 기교가 아니었다. 독특한 유전자만이 만들 수 있었던 그들의 고유의 체취 덕분이었다.

성형이 난무하는 시대다. 향수로 치장해 자신의 고유한 냄새를 가릴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체취를 풍기며 가식을 넘어 좀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멋진 짝도 만날 수 있다. 돈 내면서 운명상담소에 찾아갈 필요도 없다. 사랑의 냄새에 이끌리는 이성이 최고로 궁합이 잘 맞는 백년해로할 배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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