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이 베일을 벗었다.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의 건설 부지로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낙점한 것. 이 공장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요충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선정 소식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테일러 사업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부지 규모는 150만 평에 달한다.

투자 규모는 예상대로 170억달러(약 20조원),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미 파운드리 제1공장인 오스틴 사업장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업장의 거리는 25km에 불과해, 테일러 공장은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기흥과 화성, 평택, 오스틴, 테일러 등 글로벌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강화했다. 고객사 수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신규 고객사 확보도 용이해졌다.

이중 테일러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왕좌에 오르기 위해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라인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 5G·고성능 컴퓨팅(HPC)·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시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의 반도체 경쟁력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표로 숱한 추측을 낳았던 삼성 미 파운드리에 대한 논의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2공장 투자 결정을 최종 매듭짓고,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반도체 공급망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24일 한국에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