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1)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I am one of those who think like Nobel, that humanity will draw more good than evil from new discoveries. 나는 과학자 노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휴머니티는 새로운 발견에서 악(惡)보다 선(善)을 더 많이 이끌어 낸다고 생각한다. – 마리 퀴리(1867~1934),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

인류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라는 ‘과학적 산물’은 늘 모순적인 의미들을 내포할 때가 많다. 편의와 풍요로움을 선사하며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연장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였다.

과학기술은 늘 모순적 의미를 동반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과학적 산물에도 명암이 존재한다. 빛과 그림자가 항상 따라 다니기 마련이다. 빛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림자를 택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순전히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 선택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하기 때문이다. 마리 퀴리의 지적처럼 휴머니티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렇다.

방사선은 위대한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가 인류에게 물려준 위대한 재산이다. 또한 그녀는 방사선이 주는 피해가 무엇인지를 온몸을 통해 직접 우리에게 알려준 과학자다. 어쩌면 그녀는 인류를 위해 스스로 기니아 피그(실험 쥐)가 되기를 자처했는지 모른다.

마리 퀴리 [사진=wikipedia]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 방사성동위원소 분야를 개척해 두번이나 노벨상을 받은 그는 '방사선의 어머니'로 불린다.  [사진=wikipedia]

인류의 위대한 과학적 산물 가운데 방사선만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또 어쩌면 방사선만큼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베풀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과학기술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방사선이 주는 빛이 그림자 속에 파묻혀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원폭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오해의 주인공

방사선은 현대과학기술의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이 없는 하루는 빛이 없는 하루와 같다”는 한 과학자의 지적처럼 방사선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일부나 다름없을 정도로 현대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의 하늘을 뒤 덮은 거대한 버섯구름의 악령,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후유증,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방사능 유출사고와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방사선에 공포를 더욱 부채질했다.

세계 신문과 방송들이 참혹한 광경들을 게재하고 보도한 사진들과 동영상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 녹아 스며들었다. 뿐만이 아니다.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테러리스트들의 다음 목표가 방사능 공격이 아닐까 두려워하고 있다. 따지자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방사선이라는 단어를 대부분 원전사고나 핵무기와 연결시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방사선 공포에 대한 부채질에 가세했다. 더구나 방사능 물질의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원자력 당국의 발표가 신뢰성을 잃으면서 방사선, 그리고 방사성 동위원소 대한 국민의 불안과 공포감은 더욱 증가했다.

“방사선이 없는 하루는 빛이 없는 하루와 같다”

사실 원전사고나 핵무기가 폭발할 때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치명적인 방사선이 유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얄궂게 표현하자면 ‘악한 방사선’과 ‘좋은 방사선’이 있다. 좋은 방사선이 훨씬 더 많다. 현학적인 표현으로 “악한 방사선이 좋은 방사선을 구축(驅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베어 있고 무한한 혜택을 선사하는 방사선의 빛과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 소중함을 인식하는 일은 21세기 현대과학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며, 어쩌면 의무이기도 하다.

또한 방사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일은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의 성숙한 판단과 의식수준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우선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방사선의 DNA가 무엇인지를 해부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바로 방사선의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다. 명암을 가리는 일이다.

기장 오해를 많이 받고 있는 단어

방사선이란 단어는 오늘날 가장 큰 오해를 사고 있는 단어들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방사선이 지구나이보다도 오래된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방사선이라는 것이 원자력 시대인 최근에 이르러서야 소개된 20세기의 새로운 에너지로 생각한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나 핵 연료를 생각한다. 핵무기 또한 마찬 가지다. 방사선에 대한 오해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방사선은 공기나 물과 같이 우리 자연환경의 일부다. 지구만이 아니라 우주에는 방사선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때문에 공기와 물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자연 방사선으로 인공방사선과는 대비되는 단어이긴 하지만 말이다.

방사선은 하나의 에너지다. 파장이 다소 길지만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등 비전리방사선을 방출하는 태양빛도 넓은 의미에서는 방사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때 방사선이란 방사능을 가진 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뿜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을 총칭하는 말이다.

태양빛은 광선의 형태로 방출되는 광자(photon,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광선은 식물을 성장시키고 물을 증발시켜 구름을 형성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 물의 순환을 통해 모든 생물체를 생장발육 시켜 대지에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바로 이 태양빛이다. 또 지구를 따뜻하게 하고 밝게 비추어준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구름의 모습. 이후 방사선은 그 이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사진=wikipedia]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구름의 모습. 이후 방사선은 그 이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사진=wikipedia]

과유불급은 세상의 이치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치면 해가 되듯이 너무 많은 태양빛은 위험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햇볕을 너무 많이 쬐면 자외선으로 인해 화상을 입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는 물질에 광선을 비추어 발화점까지는 가열할 수 있으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은 광자형태의 광선이나 전자 같은 입자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높은 에너지에서는 충돌한 원자를 이온화시키는 원자궤도 함수로부터 전자를 쳐서 튀어나오게 할만큼의 충분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물질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과정인 이온화 방사선(ionizing radiation)이라고 부른다. 전리방사선이라고도 한다.

X-선, 감마선, 그리고 우주선(cosmic rays)을 포함하는 고주파 방사선은 이온화 방사선의 범주에 속한다. 우주선은 약간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이는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미립자와 그 방사선, 그리고 이들이 대기의 분자와 충돌하여 2차적으로 생긴 높은 에너지의 미립자와 그 방사선의 총칭이다.

이 광자와 입자의 많은 부분은 원자핵의 성질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방사능 물질에 의해 자발적으로 방출되며, 인간의 신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에 노출을 피하면서 잘 이용하면 여러 가지 유익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방사선에 주목하는 이유다.

방사선의 발전과 더불어 이를 이용한 기술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안겨 주었다. 비단 의학적 용도만이 아니라 산업용, 심지어 지질학, 그리고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방사선은 모든 과학기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인 고고학은 앞으로 이공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지도 모른다.

진화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편의와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 방사선에 대해 진 빚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빚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방사선은 위대한 과학자 마리 퀴리가 인류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는 주장에 결코 손색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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