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기 인사 ...4개 사업부문 폐지 후 헤드쿼터제 도입
유통·호텔 총괄대표에 외부인사 영입...'정통 롯데맨' 공식 깨져
신동빈 회장, 변화·혁신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 주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위기 탈출을 위한 대규모 쇄신에 나섰다. 

약 5년 만에 4개 사업부문(BU) 체제를 폐지하는 대신 사업군별 헤드쿼터(HQ)제를 도입했고,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대거 수혈하며 '정통 롯데맨'의 공식을 깼다.

일부 사업군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가 굳건해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먼저 롯데는 기존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없애면서 ▲식품 ▲쇼핑 ▲호텔 ▲화학 ▲건설 ▲렌탈 등 계열사를 6개 사업군으로 묶고, 이 중 식품·쇼핑·호텔·화학 사업군은 1인 총괄 대표가 있는 HQ 조직을 갖추기로 했다.

롯데는 지난 2017년 3월 도입한 BU 체제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했고,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을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인적 쇄신이다. 롯데는 수뇌부에 정통 롯데맨을 지명했던 기존의 공식을 깨고, 외부 전문가들을 전방위로 영입했다.

먼저 유통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쇼핑의 대표에는 김상현 전 DFI 리테일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선임됐다. DFI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유통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한 이래 한국 P&G 대표와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텔롯데의 신임 대표직에는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올랐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롯데는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에 유통·호텔 BU를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두 BU장 모두 각 사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을 물론, 신흥 경쟁자의 등장으로 위협을 받아왔다. 외부 전문가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탈피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롯데에 따르면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사진=롯데그룹]
이번 인사에서 신임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사진=롯데그룹]

좋은 실적을 낸 화학 사업군에서는 김교현 화학BU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대로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롯데지주의 이동우 대표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식품군 총괄대표는 식품BU장을 지낸 이영구 사장이 롯데제과 대표를 겸하며 담당한다.

계열사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롯데GFR 대표에는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상품본부장인 이재옥 상무가 보임됐다.

고정욱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는 부사장으로 승진, 롯데지주의 재무혁신실장을 맡는다. 추광식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은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김용석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은 부사장으로 승진 후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정승원 롯데케미칼 전략본부장은 전무 승진 후 롯데이네오스화학의 후임 대표이사로 보임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로는 최병환 CGV 전 대표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롯데멤버스의 경우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인 정봉화 상무를 DT전략부문장으로 임명하는 등 외부 인재 3명을 동시 영입했다.

여성 및 외국인 임원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순형 롯데백화점 상무과 곽미경·강은교 롯데정보통신 상무, 손유경 롯데물산 상무, 심미향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 강경하 롯데정밀화학 상무 등 6명의 여성임원이 배출됐다.

여기에 마크 피터스 LC USA 총괄공장장도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다.

(왼쪽부터)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부사장,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 내정 부사장 [사진=롯데그룹]

한편 롯데는 지주사와 HQ, 계열사 간 소통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 산하 사업 지원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고, 조직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책임 경영과 컴플라이언스(준법)가 강화됨에 따라 그룹의 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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