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4)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방사선, 그리고 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방사성, 그리고 방사능 등 세가지 용어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연일 보도되었던 내용 가운데 일부 언론들도 이러한 단어 선택에서 실수를 한 경우도 많았다.

후쿠시마 원전 보도, 단어 선택 실수 많아

아마 이렇게 예를 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지금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지만 100와트짜리 전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전구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재원이 된다. 따라서 방사성물질이라 부를 수가 있다. 그리고 전구에서 나오는 빛은 방사성물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구가 빛을 내는 능력을 방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방사선(放射線, radiation)은 에너지를 가진 빛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리 퀴리가 라듐에서 발견한 방사선처럼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고, 뢴트겐이 진공관 실험을 하다가 발견한 것으로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투과성이 좋은 빛이라고 해서 X선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있다.

방사선은 태초부터 우주 어디에나 산재해 있다. 그리고 지구 곳곳에도 존재한다. 오해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사진= wikipedia] 

방사성(放射性)은 말 그대로 방사선을 방출하는 성질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원자핵이 입자를 방출하거나 전자파를 내서 자연스럽게 붕괴하는, 이른바 방사선 붕괴(radioactive decay)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방사능(放射能, radioactivity)은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고,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물질이라고 부른다. 불안정한 원소의 원자핵은 스스로 붕괴하면서 내부로부터 방사선을 방출한다.

예를 들어 ‘방사선 물질’, ‘방사선 동위원소’는 틀린 표현

따라서 ‘방사선 물질’, ‘방사선 동위원소’와 같은 말이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는데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그렇다면 방사성 물질이라는 단어 대신 방사능 물질이라는 표현은 어떨까? 사실 과거에는 방사능 물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방사성물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상의 핵폭발이나 원자로 누출사고 등으로 인해 구름 속에 방사성 금속산화물의 입자가 부착되어 지상에 떨어지는 낙하 물질, 다시 말해서 우리가 ‘죽음의 재’라고 부르는 물질은 뭐라고 표현할까? 방사성 낙진(radioactive fallout)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그러나 과거의 표현방식인 방사능 낙진(radiological fallout)도 함께 쓰이고 있다.

방사선과 관련해서 반감기(half-life)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방사선 응용분야에서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반감기란 어떤 특정 방사성 핵종(核種)의 원자수가 방사성붕괴로 인해 원래의 수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덧붙이자면 방사성 물질이 갖고 있는 방사능이 원래의 절반이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반감기를 여러 번 거치면 방사능이 감소하고 인체에 주는 해도 당연히 줄어든다. 우리는 보통 우라늄의 반감기에 대해서만 익숙해 있다. 방사성원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도 그렇다. 방폐장 설립을 놓고 생기는 마찰도 마찬 가지다.

사실 우라늄의 반감기는 매우 길고 안정적이다. 우라늄-238의 경우 44억 6800만 년이다. 지구 나이보다 더 많다. 우라늄-235의 경우 7억 380만 년, 우라늄-234의 경우 24만 5000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원소 가운데서 원자번호가 가장 큰 우라늄에 대해서만이다.

그러나 방사성동위원소 가운데는 반감기가 1년, 심지어 불과 몇 시간, 몇 초에 불과한 것도 있다. 방사선 치료를 할 때는 선형 가속기라는 기계에서 인공적으로 방사선을 만들어 내어 이를 환부에만 정확하게 쬐어서 암을 치료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방사능을 가진 방사성동위원소를 수 밀리미터 정도로 작게 제작하여 이를 환부에 삽입하면 동위원소에서 발생되는 방사선이 환부 가까이에만 투여되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는 지극히 짧다. 다시 말해서 작업이 마치면 원소는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위원소에 대한 개념도 한번 언급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선 오늘날 우리가 보통 언급하고 있는 동위원소는 자연에 산재해 있는 일반 동위원소가 아니라 방사성 동위원소라는 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동위원소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영국의 화학자 프레드릭 소디. [사진= wikipedia]
동위원소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영국의 화학자 프레드릭 소디. [사진= wikipedia]

일반적으로 동위원소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뜻함

너무나 일상생활에 흔히 접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방사성이라는 말을 생략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동위원소(isotope)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화학적으로 서로 구별할 수가 없으나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질량이 서로 다르다. 1901년 영국의 화학자 프레드릭 소디(Frederick Soddy)가 그 개념을 확립하고 이 명칭을 붙였다.

영어의 아이소토프(isotope)는 ‘같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isos와 ‘장소’를 뜻하는 topos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서 질량은 서로 달라도 원소의 주기율표에서 같은 장소에 배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그 원소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원자핵 내에 있는 양성자의 수, 즉 원자번호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원자의 질량은 양성자와 중성자 수의 합, 즉 질량수와 같다.

따라서 동위원소란 같은 수의 양성자를 가지고 중성자 수만이 다른 원자핵으로 이루어지는 원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원소가 동위원소를 갖는다. 그러나 일반동위원소와 방사성 동위원소는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다르다.

방사성동위원소(radioactive isotope)는 어떤 원소의 동위원소들 중에서 방사능을 지니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 방사성동위원소들은 종류에 따라 다른 붕괴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특유의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된 동위원소로 붕괴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사성동위원소는 약 1천100종에 이른다. 천연 방사성동위원소도 44종이 있다.

인공 방사성동위원소 가운데 핵분열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약 180종이고, 그 밖의 것은 주로 원자로, 또는 사이클로트론 등의 가속장치를 이용한 핵반응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공 방사성동위원소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제 그 목적이 산업용이든 의학적 용도이든 간에 필요한 용도에 따라 필요한 방사선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방사선에 마구(馬具)만을 잘 씌운다면 방사선은 과학과 기술 인류에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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