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6)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인류가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생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식량을 잘 갈무리하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점차 식량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식량을 다 소비할 때까지 아무 탈 없이 보호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위생문제로 수확한 작물의 25%, 해산물은 50%까지 버려져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과학기술이 발달된 지금에도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확된 식량의 최소 4분의1이 해마다 썩거나, 병원균에 오염되거나 해충의 피해로 버려진다고 한다.

해산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버려지는 수치가 아주 높아 50% 이상이 되는 수가 많다. 개발도상국의 특징인 온난하고 다습한 기후의 특성 때문이다. 또한 과학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는 많은 식품들이 살균처리를 위해 방사선 조사 과정을 거친다. [사진=wikipedia]
우리가 먹는 많은 식품들이 살균처리를 위해 방사선 조사 과정을 거친다. [사진=wikipedia]

식품의 부패로 인한 다량의 필수 자양분의 손실과 더불어 박테리아, 각종 기생충, 바이러스, 그리고 해충에 의한 오염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1999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다. 식품관련 질병으로 매년 5000여 명의 미국인이 구역질, 위경련, 및 설사로 인해 죽는다. 더구나 760만 미국 시민이 매년 식품과 관련된 질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32만 명 정도가 병원치료를 받는다.

해마다 늘고 있는 식품 관련 중독 사고

사실 대부분의 경우 식품으로 인한 사망이나 질병의 발생은 극소수에게만 일어나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몇 십 년 간 이런 예상을 깨고 사회적 물의의 대상이 된 사건들이 있었다.

1993년 시애틀에서 몇몇 어린이가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조리된 햄버거의 대장균(0157:H7)에 의해 병에 걸린 것이다. 이 병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또한 대량의 육류와 가금류 제품의 추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1997년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허드슨 식품회사는 2백50만 파운드에 달하는 햄버거를 회수하여 폐기하였다. 2002년 10월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으로 40명이 심각한 중독에 노출돼 8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2011년 미국 28개 주에서 30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이에 앞서 캐나다에서는 22명이 사망했다. 꼭 같은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식중독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식품방사선 조사법은 매우 뛰어난 식품보존방법을 제공한다. 방사선조사법은 식품회사들이 식중독으로 인한 소송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또한 유통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찢어 놓은 양상추, 얇게 썬 토마토, 그 밖의 조미료에 방사선을 조사하고 있다.

식품방사선조사법은 식품 위생의 첨단 기술

방사선조사는 코발트60(Co60), 세슘 137(Cs137) 등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각종 농수산 축산물과 가공식품에 쬐는 보존처리법의 하나이다. 이를 통해 식품의 살균, 살충, 발아 억제 등의 용도로 쓰인다.

식품방사선조사(food irradiation)란 목표로 하는 병원균의 DNA 결합을 파괴하기 위해 감마선 또는 고에너지의 전자와 같은 신중하게 통제된 양의 이온화 방사선을 식품에 쪼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박테리아와 다른 병원균의 DNA를 파괴해서 죽이거나 번식을 억제한다. 이러한 방사선은 불필요한 유기체와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이것은 또한 감자나 양파에서 새순이 나는 것과 같은 생리학의 과정, 또는 일부 과실의 숙성을 방지한다. 사실 집에 사다 놓은 양마나 무에서 순이나 싹이 나오기 시작하면 상품가치가 훨씬 줄어든다. 그것은 제품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식품의 보존수명은 상당히 연장될 수 있고 대장균과 같은 세균은 극적으로 감소되거나 제거될 수 있다.

그러면 방사선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조사과정 동안 포장된 대량의 식품은 운반장치 시스템에 의해 방사선조사기기가 있는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방으로 이송된다.

식품은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시간 신중하게 통제된 다량의 이온화 방사선을 쪼인다. 그 다음 방사선 조사빔에서 분리되고 트럭으로 옮겨져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방사선 조사는 방사성물질에 노출되는 것 아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혹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의혹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방사선에 쪼인 음식을 먹으며 혹시 방사능에 노출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나 그런 걱정을 붙잡아 묶는 것이 좋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가공된 식품은 절대 방사성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규정된 조사량으로 전자, 감마선, X-선이 식품을 방사성 물질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 규정에 따르면 방사선 에너지는 5 MeV(Mega Electron Volt, 백만 전자볼트 단위) 미만이어야 하며 이는 조사되는 식품에 핵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충분한 양이 아니다.

식품이 이온화 방사선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국제적인 라두라 로고. [사진=Wikipedia]
식품이 이온화 방사선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국제적인 라두라 로고. [사진=Wikipedia]

방사선 조사는 1896년 방사능 물질이 발견된 이후 1921년 미국에서 육류의 기생충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허를 얻으면서 최초로 이용됐다. 그 뒤 1930년에는 프랑스에서 식품의 장기 안전보관을 위해,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네덜란드에서 긴급 구호물자인 분유와 채소류의 안전저장을 위해 사용됐다.

196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방사선 조사 식품의 건전성 평가에 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최초의 회의가 소집되었고, 식품방사선조사 공동전문위원회(JECFA)를 설치키로 하였다.

그리고 198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JECFA 연례회의에서 식품에 방사선을 쬘 경우 10KGy(그레이: 방사선의 흡수선량을 나타내는 국제 단위로 1 그레이는 식품 1kg당 흡수한 에너지량이 1주울(Joule)일 때를 말함)까지의 방사선량은 영양학적, 독성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한번 방사선을 쬔 식품에 대해서 다시 방사선을 쬐어서는 안되며 방사선을 쬔 원료를 사용해 제조, 가공한 식품에 다시 방사선을 쬐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식품이 방사선에 조사되었고 어떤 불필요한 오염물질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라벨을 부착하도록 했다. 방사선 조사된 식품의 기호는 Radura라는 국제로고를 표시하도록 하였다. 이 라벨은 ‘방사선 조사에 의해 처리된’이나 ‘방사선 처리된’이라는 말을 포함해야 한다.

세균을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를 줄이는데 있어

2003년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식품에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12월 현재 감자, 양파, 마늘, 간장. 고추장. 된장가루와 밤, 말린 버섯, 생버섯, 알로에가루, 인삼제품류, 2차 살균이 필요한 환자식, 전분, 건조 채소류, 효모, 그리고 효소식품 등 19가지 품목에 대해 방사선을 쬘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방사선을 쏘이는 식품을 현재의 19개 품목에서 26개로 확대할 예정인데, 새로 추가될 품목은 소스류, 분말차, 계란 가공식품, 복합 조미식품, 김과 미역 등이다.

원래 식품조사의 목적은 생물학적 오염을 완전히 박멸하는데 있지 않다. 원래 등급의 0.0001%로 감소시키는데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나 각종 세균도 생태계의 일부다. 우리의 면역기능을 높이는데 이바지한다.

만약 세균이 전혀 없어 면역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며 우리는 멸균된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한다. 심지어 매우 이물질의 공격에도 이겨내지 못하고 신체는 민감하게 돼 심각한 질병이나 죽음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어시스템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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