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女子 男子, 그리고 女子(4)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우리는 남자가 여성을 처음 보고 마음에 들었을 때 ‘첫눈에’, 또는 ‘한눈에’ 반했다는 말을 많이 쓴다. 첫눈이란 무엇이고 한눈은 무엇일까? 사실 첫눈과 한눈은 시간적인 간격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러면 첫눈(first sight)에 반했다,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할 때 그 첫눈과 한눈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8.2초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남자가 여자를 보고 포로가 되는 시간이다. 사족을 더 달자면 떵떵거리던 남자의 기세는 어느덧 사라지고 말 잘 듣는 어린아이가 되는 순간이다.

여성에게 던진 눈길이 8.2초간 지속됐다면 그 남자는 여성에게 ‘뿅’ 간 거나 다름이 없다. 그러면 여자는 남자를 애타게 만들 수 있고 사랑의 노예로도 부릴 수 있다. 여자에게 던지는 시선의 길이로 남자가 사랑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4초 이내에 눈길을 돌리면 그 여성에게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4초와 8.2초 사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하다.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 판단할 수 없는 그 중간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는 시간은 8.2초라는 연구가 나왔다. 그러나 여성은 남자에게 함부로 반하지 않는다. [사진=yourtango]

4초 이상 눈길 가지 않으면 관심 없다는 이야기

그러면 여성은? 여성은 남자와 다르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함부로 남성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낭패를 보게 된다. 설사 첫눈에 반할 정도로 ‘킹카’를 만났다고 해도 마음 속으로 꾹 참고 요리 저리 재고 콧대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나중을 위해 주판알을 굴려야 한다.

그냥 내뱉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 실험에서 나온 결과다. 남성은 여성을 평가하는 오호(惡好)의 감정이 뚜렷하지만 여성은 달랐다. 여성은 남성에게 끌리든 끌리지 않든 관계없이 동일한 시간 동안 시선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처럼 한 순간에 빠져들지 않았다.

이 실험은 원래 네덜란드의 라드바우트(Radboud) 대학을 비롯해 3개 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학생들과 영화배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다.

연구자들은 한 방에 몰래 카메라를 숨기고 남녀 학생 115명에게 한 명씩 남자 배우 또는 여자 배우와 대화를 나누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한 뒤 대화 상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묻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남성은 처음 만난 여성에게 시선이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상대방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매력을 느낀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는 사실이다. 시선의 길이가 곧 상대방에 대한 애정 여부를 결정짓는 잣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은 함부로 시선을 주지 않아”

이 실험에서 상대 여배우가 예쁘고 마음에 든다고 답한 남 학생들은 여배우의 눈을 평균 8.2초 응시했으며, 덜 매력적이며 별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 남학생들은 4.5초 만에 시선을 떨궜다.

다시 말해서 만일 남성이 한 여성에게 머무른 시선이 4초 이내라면 별반 감흥이 없다는 뜻이며, 8.2초의 벽을 깼다면 그는 이미 사랑에 빠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남자와 완전히 달랐다. 상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과 관련 없이 거의 비슷한 시간 동안 남자 배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길이로 매력을 느끼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없었다.

여성은 결코 한번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 연구팀은 “우리가 정확하게 얻은 결과는 이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이 남자의 경우 시선의 길이에 따라 거의 판단할 수 있으며, 또한 여자와 남자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는 남성이 원래 짝을 얻기 위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전략을 펴는 반면 여성은 보다 소극적이며 조심스러운 전략을 편다는 기존의 논리와도 내용을 같이 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찰스 다윈, “동물세계에서 수컷은 사랑을 얻기 위해 죽음의 곡예도 마다하지 않아”

찰스 다윈은 상대를 유혹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성적인 행동이라는 점을 연구한 첫 번째 학자다. 성적인 매력은 수컷의 건강을 테스트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수컷의 유전자를 테스트하는 걸 수도 있다. 동물세계에서 수컷은 사랑을 얻기 위해 죽음의 곡예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자는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내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자는 한눈에, 그리고 첫눈에 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한 남자의 선택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꼼꼼하게 따지고 이것 저것 다 재는 것이 필요하다.

여자는 그렇게 진화해 왔다. 진화적인 차원에서 남자는 가능한 많은 자손을 남기려는 것이 본능이다. 다시 말해서 양을 추구한다. 그러나 여자는 양이 아니라 질을 중시해 왔다.

바로 여성과 남성이 진화에서 다른 점이다. 짝을 고르는데 다르게 진화해 왔다. 그래서 첫눈에 함부로 반하지 않는다.

물론 상대방의 건강은 물론 경제력, 학벌, 성격을 포함해 이것저것 요리 저리 재보는 것은 비단 여자만이 아니다. 요즘은 남자가 더한 것 같다. ‘셔터 맨(shutter man)’을 최고로 친다.

셔터 맨이란 셧터 맨(shutter man)이란 아내가 의사와 약사와 같은 전문직이거나 큰 점포를 갖고 있어서 그 가게의 문을 열고 닫기만 하는 무직의 남편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든 콩글리시다. 정통 영어사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