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11)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비단 전세계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 최초의 먹는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제로 등장한 이 약은 이제 불치병의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과 비만치료제에서 비만치료와 치매 예방까지

원래 비아그라는 사실 화이자가 협심증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되던 약이었다. 비아그라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에 발기 현상을 호소하는 임상 참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연구 방향을 바꿔 발기부전치료제 개발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뜻하지 하지 않은 ‘대박’을 터트렸다.

연구팀은 이것을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나필의 작용 메커니즘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판단하고 이 약에 비아그라(Viagra)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이 이름은 원래 화이자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출신의 미국인의 제안으로 붙인 것으로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에서 고환을 의미하는 ‘Viag’의 복수형이다.

그러나 이 약의 컨셉을 강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 정력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비거러스(vigorous)’와 나이아가라 폭포 ‘Niagara’를 합성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나이아가라의 미국식 발음은 나이애가라, 비아그라는 바이애그라로 서로 발음이 비슷하다.

어쨌든 비아그라의 등장은 알약 하나로 발기부전을 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게 함으로써 20세기의 풀 죽은 남성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선사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비아그라를 계속 연구하면서 다시 이 약이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아그라를 다량 투여 받은 쥐는 고지방 식사를 해도 체중 증가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럴까? 지방세포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백색지방세포와 갈색지방세포다. 백색지방세포는 신진대사 후 남은 지방을 저장하는데 반해 갈색지방세포는 몸에 쌓여 있는 지방을 연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비아그라가 지방을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쥐와 인체는 다르다.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연구결과에 대해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이며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약을 이용해 한 가지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체증 증가를 막는 데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예를 들어 성욕과 마찬가지로 식욕도 단순한 생리적인 욕구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욕심이기 때문이다.

진통해열제로 출발한 아스피린도 ‘장수의 약’으로 다양하게 진화

비아그라와 함께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하는 의약품이 또 있다. 아스피린이다. 이 약은 원래 해열 진통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뇌졸증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혈전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혈관 속을 떠다니는 일종의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과학계에 의해 규명되면서 일반인 사이에선 ‘장수의 약’으로 떠올랐다.

또 최근에는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 장수의 약을 넘어 21세기의 ‘만병 통치약’으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니트로글리세린도 마찬가지 경우다. 다이너마이트의 재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은 100년 넘게 협심증 치료제로 쓰였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약리학자 페리드 뮤라드와 로이 J. 이그나로 교수는 니트로글리세린의 혈관 이완 효과가 유리된 일산화질소의 효소 활성화 작용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일산화질소의 역할은 고혈압, 선천성 심장병,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뮤라드 박사는 세포이식, 위장 운동, 줄기세포 증식 및 분화, 유전자 조절, 상처치료, 암 등 다양한 활용 분야를 예상하며 현재도 응용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논문이 7만7000여 건, 관련 업체가 3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일산화질소는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다.

약품의 역사는 수많은 발견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과학자들은 또 그 발견물을 원래 용도 외의 다른 곳에 이용할 수 없을까 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그리고 많은 결과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비아그라처럼 혁신적인 의약품이 '21세기 최고의 발병품'으로 깜짝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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