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우울증을 설명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슬픔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J. K. 롤링(J.K. Rowling)-

감기처럼 흔하지만 더 위험할 수 있는 우울증. 그래서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는 의욕 감소와 우울감과 같은 다양한 인지 및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지만 마음이 약해서 생기거나 의지로 없애 버릴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그래서 적절한 대처와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세상이 편해지고 물질적으로도 많이 풍족하고 여유로운데 왜 우울증이 왜 생기냐?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아닌 것이 없다. 공부와 성적만이 아니라 돈, 직장, 그리고 상사 등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

반 고흐의 말년 작품 '슬픔에 찬 노인'.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한 자신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Wikipedia]
반 고흐의 말년 작품 '슬픔에 찬 노인'.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한 자신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Wikipedia]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낸 SNS우울증

우울증도 시대 변화에 따라 진화하는 것일까? 정보화 시대의 표상인 스마트폰과 SNS는 새로운 우울증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위 ‘SNS 우울증’이다. SNS가 왜 우울증을 일으키느냐고?

SNS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수단이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현장이다. 이 세계에서도 당연히 현실세계와 같이 당연히 소외되고 따돌림, 언어 폭력과 성폭행이 꼭 같이 이루어진다. 우울증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십대 소녀들의 5분의 1이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10대의 정신 건강 위기 중에 있으며 10대 소녀들은 그 위기의 진원지에 있다.

2010년 이후 10대 소년들 사이에서 우울증, 자해, 그리고 자살률이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10대 소녀들의 우울증 비율은 2011년 12%에서 2017년 20%로 훨씬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15년에는 2010년에 비해 3배나 많은 수의 10~14세 여학생이 응급실을 찾았다.

한편 사춘기 소녀들의 자살률은 2007년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미디어가 만연되면서 우울증 발병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젠(iGen), 또는 Z세대라고 알려진 십대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스마트폰 시대에 보낸 세대다. 그들은 또한 사회 생활에서 소셜 미디어가 필수적인 부분임을 경험한 최초의 10대 그룹이다.

물론 남자와 여자 모두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10대 소녀들은 남자보다 더 많은 정신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소년들은 게임을, 소녀들은 주고받는 메시징을 좋아해

과학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20만명이 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대 소년들과 소녀들은 디지털 미디어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보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말하자면 남학생들은 게임을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반면 여학생들은 스마트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

게임은 각기 다른 여러가지 형태의 의사소통을 포함한다. 게이머들은 헤드셋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0대 소녀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는 주로 이미지나 텍스트를 통한 메시징(messaging)을 포함한다.

우울 ACAMH
정보화시대를 대표하는 기기 스마트폰. 이러한 기기는 SNS우울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질병을 만들어냈다. [사진= ACAMH]

이러한 소셜 미디어는 상대의 반응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이 불안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불안은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다시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하나의 사회적 계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쫓는 팬들이 많다. 이미지는 큐레이팅 되며 텍스트는 조작되고, 삭제되고, 다시 쓰여진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 연구는 단순히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만으로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많은 게임 시스템과 달리 스마트폰은 휴대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사용자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간에 얼굴을 맞대고 침대에서까지 사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정신 건강과 수면을 해친다. 수면 방해는 우울증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나 단순히 10대 소녀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간을 소년들과는 다른 활동에 소비하는 것만의 이유는 아니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에게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기회 많아

이전의 연구에 따르면 남녀 관계없이 디지털 미디어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10대들이 우울하고 불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디지털 미디어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이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10대 모두 디지털 미디어에 많은 시간을 소비할수록 불행은 증가한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 그 불행의 증가 폭이 더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울증도 증가한다.

하루 30분 정도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낸 여학생의 경우 우울증을 느끼는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6시간 이상 시간을 보낸 여학생은 26%가 불행하다고 답했다.

남자의 경우 불행의 차이는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에서 하루에 30분을 보낸 사람들 가운데 11%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매일 6시간 이상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경우 18%에 비하면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면 왜 소녀들이 더 불행해지기 쉬운가? 인기와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은 남자 아이들보다 십대 소녀들의 행복에 더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인기의 냉정한 결정권자가 될 수 있다. 반면 괴롭힘, 수치심, 논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소녀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더 많은 압박을 받는 경우가 크다. 이러한 미모에 대한 압박은 소셜 미디어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 이런 이유와 더 많은 이유로 소셜 미디어는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에게 더 많은 걱정거리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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