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행동경제학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보비대칭성 문제로 인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경제학 분야가 있다.

흔히 정보경제학이라고 하는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는데, 2001년에 ‘비대칭 정보’ 관련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등이 정보경제학의 대가로 불린다.

굳이 정보경제학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당당하게 경제학의 주요 분야로 자리 잡은 게임이론에서 게임의 구성요소 중 하나가 바로 ‘게임 참여자가 알고 있는 정보’이다.

게임(협상이라고 바꿔 불러도 무방하다)에서 각자 알고 있는 정보의 불완전성에 따라 흔히들 얘기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역선택’, ‘신호보내기’ (Signaling), ‘주인-대리인’의 개념이 나오게 된다.

지금 한창 뜨거워지고 있는 스토브리그에서는 구단과 외국인선수의 계약, 구단과 FA 선수의 계약, 에이전트를 통한 구단과 에이전트 및 에이전트와 FA선수의 계약, 구단과 구단 간 트레이드 등이 일어나고 있다.

각자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완벽에 가까운 정보들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다.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우선 외국인선수와의 계약이다.

구단은 그 외국인선수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 대해 아무리 서류를 완벽하게 받아도 다 알 수 없는 것처럼, 중고차 구매자가 판매하는 중고차에 대해 다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주주가 전문경영인에 대해 100% 알 수 없는 것처럼 외국인선수는 자기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반면 구단은 외국인선수에 대해 모두 알 수는 없다.

바로 이러한 현상을 ‘비대칭 정보’, ‘정보의 비대칭성’이라 일컫는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그해까지 선수 행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기록, 그리고 입단 전에 하는 메디컬 체크를 통해서만 선수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선수의 감춰진 속성과 감춰진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감추고 몸값을 높이려고 하는데 반해 구단이 지불하고자 하는 몸값은 대체로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보를 감추고 몸값을 높여서 구단이 제시한 가격에 흔쾌히 올 수 있는 선수들만 남아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레몬시장’의 역설이라고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따라서, 구단의 입장에서는 진짜 좋은 물건(선수)이 경기에 하자가 없거나 혹은 고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하자라는 것을 모든 루트를 통해 확인하고 선택을 해야만 외국인 선수 선택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당연히 국내선수에게도 해당된다.

다만, 국내 선수의 정보는 외국인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짜 좋은 선수는 정보가 불분명한 다른 선수에 비해 ‘내가 훨씬 더 승리에 기여하는 바가 큰 선수’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만 구단이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 자신을 택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 점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국내 선수는 앞서 말한 대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방법이 많지 않겠지만 외국인 선수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무언가 자신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야만 하는데 이를 ‘신호보내기’ (Signalling)이라 한다.

먼저 외국인선수는 신호보내기를 더 많이 해야만 하는데 이 때 흔히 쓸 수 있는 방법은 메이저리그에서의 경력을 포함한 성적과 메이저리그 때 경험했던 코치나 감독의 추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채용 시에는 학위나 경력이 가장 강력한 시그널임을 고려하면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어떤 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어떤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현지 코치진의 추천까지 더해진다면 가장 완벽한 시그널이 될 수 있는데 물론 이렇다고 감춰진 속성이나 감춰진 행동을 모두 알아낼 수는 없다.

국내 선수들은 정보 비대칭성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신호 보내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에이전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쯤에서 정보비대칭성으로부터 일어나는 ‘주인–대리인 문제’ (Principal-agent Problem)를 적용해보고자 한다. (사실 본인-대리인 문제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이 쓰이는게 주인-대리인이므로 그 표현을 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주인-대리인에 쓰는 개념인 에이전트가 존재한다.

에이전트의 주 업무는 선수의 연봉협상을 대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하여 선수가 ‘가치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만 한다.

여기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구단과 선수 및 에이전트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선수가 에이전트와 구단 사이에서 오가는 협상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있다면 선수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에이전트 이익 극대화가 일어날 수도 있게 된다.

이게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이다.

만약 선수와 구단 간 계약은 옵션이 많이 들어간 계약을 하고, 선수와 에이전트는 실수령액이 아닌 계약금액 베이스로 보수를 체결한다면 선수의 총액은 작아지면서 에이전트의 보수는 높아지는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혹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선수의 연봉을 줄이고자 구단과 에이전시 간 사적인 계약을 별도로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 또한 에이전트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가 선수와 에이전트에서 일어나는 주인-대리인 문제의 범주에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이 계약에서 구단과 선수 간 주인-대리인 문제는 지난 주에 얘기했던 선수가 ‘먹튀’하는 것이 가장 크다.

이 때 주인 (본인)은 구단이고 대리인은 대신해서 성적을 내기 위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오늘은 구단과 선수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일어나는 주인-대리인 문제, 선수와 에이전트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일어나는 주인-대리인 문제를 살펴보았다.

팬이 아닌 철저하게 구단의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이 첫 번째, 주인-대리인 문제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보수체계 안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에이전트와 계약한 선수의 입장에서는 에이전트에게 일임하는 것이 마음은 편할 수도 있지만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에이전트로부터 정보를 수시로 듣고 의사결정에 같이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