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15)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오미크론 변종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얼마나 위험한 바이러스일까? 명확한 해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바이러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다양하게 진화하는 생명현상은 어느 누구도 예견할 수 없다.

다만 그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 변화의 추세를 짐작할 뿐이다. 고등동물과 달리 미생물의 진화 패턴은 결코 미리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오미크론 변종이 그 기세를 넓혀가면서 이 변종에 대한 우려감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과학자들 간에 이 오미크론 변종을 바라보는 견해의 차이는 극과 극이라는 점이다.

델타 변종에 이어 확산되고 있는 이 변종은 과연 일반 감기처럼 가볍게 넘길 정도인가 아니면 영국에서만 향후 5게월 내에 5만명 정도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것인가? 영국의 한 연구소 과학자들의 예견처럼 말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이 변종에 대해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가볍다며 기존의 백신이나 추가접종(부스터 샷) 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그룹을 대표하는 학자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자 대통령 의료 담당 수석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다.

앤서니 파우치 박사 vs 백신업체 간의 대결? 

이에 반해 델타 변종의 위험성을 강조하면 특별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주로 화이자를 비롯한 백신 개발 업체, 또는 그 산하의 연구소들이다. 어떻게 보면 아카데미 vs 비즈니스와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우리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코로나 경제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윤을 최고의 덕목으로 추구하는 백신 업체로 볼 때는 위험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사실 더 많은 우려와 공포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종의 출현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신화의 중심에는 그동안 이 변종을 가볍게 평가해온 파우치 박사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이 변종이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흔한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과 비슷하기 때문에 전파력은 강하지만 증상은 약할 것이라는 전제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에 의해 변이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쉽게 말하자면 오미크론 변종의 조상이 감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감기 정로 치부해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미크론 변종이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 있다는 이유다. 이 주장은 오미크론 변종 바이러스가 경미하거나 무증상의 질병만 일으키면서 더 쉽게 전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실리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10여일 전만 해도 연구와 추적 기간이 불과 몇 주에 불과하지만 이 변종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는 없다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변종이 처음으로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도 다소 안도감을 주었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률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면역 체계가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나 다른 병원체에 감염된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종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그만큼 독성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면역력을 파괴시키는 HIV라는 기저질환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이 새로운 변종의 파괴력은 우려할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또한 “전파력이 높으면 심각한 증상은 사라진다”는 통설도 자리잡고 있다. 바이러스는 통상적으로 감염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특성은 사라진다는 것은 감염학계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일반적 이론이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또한 이 기대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미국의 증시는 예와 다를 바 없이 호조를 보였다. 오랫동안 불황을 거듭해온 비트코인도 더 이상의 하락은 없었다.

오미크론 변종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가볍다 vs 위험하다"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wikipedia]

오미크론 변종 사망자 발생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기대감 사라져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은 오미크론 변종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영국에서 첫 사망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몇 시간만에 그 기대감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사망자가 발생한 영국은 급기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위험 수준을 3단계에서 4단계로 높였다. 이런 와중에 오미크론 변종의 위험성에 대한 발표들이 줄을 이었다. 주로 화이자를 비롯한 그동안 백신을 개발해온 업체둘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오미크론 변종의 확산과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파우치 박사는 흔들림이 없다는 점이다. 원래 “가볍다”는 주장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계속 기존의 백신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15일(현지시간)에도 오미크론 변종에 대한 전용백신을 별도로 개발할 필요는 현 시점에서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파우치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추가접종만으로도 오미크론 변종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항체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접종 요법은 오미크론 변종에 유효하며 현단계에서 오미크론 전용 부스터의 필요성은 없다”고 설명하면서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델타 변이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지만 추가접종을 하면 효고가 75%까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박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메시지는 명확하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을 완전히 접종(2차까지)했다면 다시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전염병 연구에 평생을 걸어온 파우치 박사의 주장이 현실과 일치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또한 한 과학자에 대해 지금만큼 관심이 많았던 적이 없는 파우치 소장의 견해가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기원하다.

그러나 결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다양하게 변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와 진화에 대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백신업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준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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