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11)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과히 후한 대접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방사선이나 방사성동위원소의 역할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구석구석 여러 갈래에서 진화하면서 그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역할을 꼽으라면 단연코 우리의 생명과 연결된 의학분야다.

샴 쌍둥이 분리시술, 방사성동위원소 덕분

1811년 5월 11일 태국 방콕 근처의 한 어촌인 사무트 송크람(Samut Songkhram)에서 가슴과 허리 부위가 붙은 남자 쌍둥이가 태어났다. 아빠는 중국계 화교였고, 엄마는 중국계와 말레이계 혼혈이었다.

한 명은 창 벙커(Chang Bunker)이고 다른 한 명은 엥 벙커(Eng Bunker)이었다. 따라서 두 형제는 붙어살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전례가 없는 희귀한 케이스였다.

샴 쌍둥이 인생역정은 우리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결합쌍둥이의 분리시술을 가능케 한 것은 동위원소에 의한 방사능 탐지기다. [사진=wikipedia]

이들은 태국 출신이었고, 당시 태국을 지배했던 왕조가 샴(Siam) 왕조였기 때문에 이후 이런 쌍둥이를 사람들은 “샴 쌍둥이(Siamese twin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몸이 붙은 쌍둥이를 부르는 일반 명사인 "샴 쌍둥이"가 탄생한 것이다.

이들의 탄생은 처음부터 기적이었다. 이처럼 태어날 확률은 7만5000~10만 분의 1이다. 모든 샴 쌍둥이는 일란성이다.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200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난다.

샴 쌍둥이는 대부분 사생아로 태어나고 살아서 태어날 확률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산 채로 태어난다고 해도 하루 이상 생존할 가능성 5~25%라고 한다. 이 쌍둥이의 성비는 여성이 70~75% 정도로 높은 편이다.

결합 쌍둥이라고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이러한 샴 쌍둥이는 일란성 쌍(雙) 태아의 특이한 형태로 수정란이 완벽히 분리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 불완전해서 쌍둥이의 몸이 일부 붙은 상태로 나온 경우다.

샴 쌍둥이는 키가 157cm나 되었으며 걷는 것은 물론 뛰거나 수영까지 했다. 이들은 1829년 강변에서 놀고 있다가 부근을 지나던 영국 상인에 의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 이들은 1832년 한 서커스단에 입단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나중에 미국 시민권을 얻어 1843년 두 자매와 결혼했다. 1주일씩 집을 옮겨 다니며 부부생활을 했다. 이들은 각각 10명과 12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1874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같은 날 사망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63세까지 오래 산 셈이다. 그러나 결국 분리는 못하고 결합된 채로 죽었다.

이후 100여년이 지난 1955년 어느 날 서아프리카에서 이처럼 불쌍한 샴 쌍둥이가 런던으로 왔다. 절망감에 쌓여 고민하던 어머니는 담당 외과의사와 상의했다. 분리수술은 가능한지, 수술 도중 둘 다 모두 죽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됐다.

수년 전만 해도 이 외과의사는 뒷걸음질 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의사는 붙어 있는 두 아이 사이에 혈액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었다. 핵물리학의 발달에 따른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방사능 탐지기술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어떻게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가이거 계수기, 여러 곳에서 효자 노릇

그러면 이 의사는 어떤 방법으로 혈류의 길을 안 것일까? 알고 보면 간단한 기술이다. 그는 극소량의 방사성동위원소 인(P)을 쌍둥이 혈액 속에 주사했다. 그리고는 가이거 계수기(Geiger counter)을 통해 피가 흐르는 길을 추적했다.

가이거 계수기는 광물자원용어로 광물 속에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있는가 없는가를 간단히 탐지하는 계기다. 1929년 독일의 물리학자 한스 가이거(Hans Geiger)가 발명했다. 이 계기는 방사능 탐지기구로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1960년대, 특히 1962년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질 뻔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가 일어난 뒤의 일이다.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미국 정부는 공공 방공호와 방사성 낙진 지하 대피소 관리자들에게 민방위 가이거 계수기를 배급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핵 공격이 일어날 경우, 이 계기를 통해 방공호 밖의 방사능 수준을 측정하여 대피소를 떠나도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이 계수기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다. 핵물리학의 발전이 안겨준 선물이다.

한편 혈액의 흐름을 면밀히 검토한 의사는 분리수술을 했을 때의 위험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한 명은 살아날 수 있지만 다른 아이는 희생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어머니는 수술에 동의했고, 수술을 받은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꼭 같이 활동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경우라면 두 아이를 모두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분리수술은 대단한 위험을 안고 있었다. 성공적인 수술로 살아난 아이는 결코 머리가 둘 달린 괴물이 아니다. 그저 건강하게 뛰노는 평범한 어린이로 돌아왔다.

독일의 물리학자 한스 가이거는 방사능을 탐지하는 한스 계수기를 발명해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했다. [사진= wikipedia] 

동위원소를 이용한 병의 진단, 방사성요오드가 대표적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들은 각기 독특한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원소에 따라 생체의 특수한 부분에 잘 모이는 성질이 있다. 꼭 같이 구리(Cu)는 간에, 셀레늄(Se)은 췌장에, 바륨(Ba)은 뼈 조직에 잘 모인다.

따라서 이러한 원소의 동위원소들을 잘 이용하면 특정한 장기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치료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해당 원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입하여 영상을 관찰하면 점검과 치료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전형적인 예를 요오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요오드가 체내에 들어오면 신기하게도 그 대부분이 목에 있는 갑상선이라는 부위에 모이게 된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방사성요오드를 갑상선질환 환자에게 투여하면 그 요오드는 갑상선에 모이게 된다.

그러면 방사성요오드가 분열하면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환부를 집중적으로 쪼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부분이 받는 영향은 적으면서도 치료의 목적을 이룰 수가 있다. 이것이 소위 방사성 요오드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많은 갑상선 암 치료법이다.

또한 갑상선에 모이는 요오드 양은 갑상선 상태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그 모이는 상태를 조사하면 갑상선 기능도 진단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성요오드만 있어도 응용ㅇ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 그러면서 다른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아주 우수한 진단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진단법은 체내 검사와 체외 검사로 구분된다. 우선 체내 검사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를 인체에 투여하여 감마 카메라(gamma camera)로 영상을 얻어 관심 장기의 이상여부, 그리고 기능을 평가하여 진단하며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내의 특정물질의 존재와 양을 측정하는 것이다.

감마 카메라는 환자의 체내에 핵분열 시 감마선을 방출하는 소량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주입해서 이 때 방출되는 방사선의 동태를 추적하고 영상화해서 인체의 이상과 기능을 전달하는 장비이다. 발명자인 앵거(H. Anger)의 이름을 따서 앵거 카메라라고도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최신 진단장비로 1963년 미국 핵의학회에서 앵거형 섬광 카메라(scintillation camera)와 테크네튬 99m(Tc-99m)라고 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표지화합물(標識化合物)이 소개된 이후 핵의학은 놀랄 정도의 현저한 발전을 이루었다.

감마 카메라를 이용하면 뇌신경 및 뇌혈류 측정, 심장 및 혈관검사, 뼈와 관절검사, 종양질환검사, 갑상선 검사, 호흡기 검사를 비롯해 위식도 역류(GERS)검사, 위배출 기능(GET)검사, 신장관련 검사 등 인체 대부분의 기관 검사가 가능하다.

반면 체외검사는 환자로부터 소변이나 혈액과 같은 시료를 채취하여 방사성동위원소를 부착한 항체와 반응시켜 인체 내의 특정물질의 함량을 측정하여 진단하는 분야다. 이 검사는 체내검사보다도 예민도가 너무 높아 10~14g/L 정도의 미량도 측정할 수 있어 매우 정밀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상선호르몬, 간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종양표지자검사 등이 있다. 치료분야는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암, 골전이암, 악성복수 및 흉수,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환자에게 방사성동위원소를 투여하여 병변 부위에만 방사선을 조사하도록 해 정상적인 장기의 손상 없이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