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인체를 둘러싼 의학에는 여러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수년 동안 관찰되어 왔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인간과 동물의 행동들 가운데 하나가 하품이다.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쉽다.

턱을 크게 벌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다시 그 숨을 빠르게 내쉬는 반사작용의 한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하품 직후의 여유로움이 있다. 몸이 개운하고 시원함을 느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믿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품은 인간의 영혼이 하늘을 향해 도망치려고 하는 경우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었다. 자지러지게 하품을 하게 되면 몸 속에 있는 영혼이 날아가 버리니 하품을 하지 말라는 이유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의 영혼이 몸 속에서 도망칠까 싶어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사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상대에게 결례가 되어서 그런지 지금도 사람들은 손으로 입을 막고서 하품을 한다. 어쨌든 그리스 인들은 영혼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고 한다.

의학에는 여러가지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인간의 행동들 가운데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품이다. [사진=Scientist Magazine]

하품은 졸릴 때 등에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크게 입을 열고 깊이 숨을 빨아들이는 호흡동작이다. 과학자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때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졸릴 때나, 지나치게 피곤할 때, 지루할 때, 그리고 아주 긴장상태에 있을 때, 그리고 잤다가 일어날 때 등이다.

그런데 하품은 포유류 이외에 파충류와 조류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어 발생학적으로 오랜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품을 할 때는 공기를 깊게 흡입하고 또 빠르게 호흡한다. 하품 때에는 안면 및 사지, 그리고 몸통이 다소 떨린다. 그리고 눈물이 분비되고, 때로는 음경이 발기될 때도 많다.

하품에 대해 국어대사전은 “고단하거나 심심하거나 배가 부르거나 졸리거나 할 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호흡 운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누구나 경험해 봐서 잘 아는 일이다. 일상생활 속의 평범한 행동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생각과는 전혀 달리 하품을 왜 하는지에 대한 그 이유를 밝혀내는 일은 결코 쉽고 평범하지가 않다. 어쩌면 이 평범한 행동은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딱 부러지게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기존 학설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것

하품의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피곤하고, 또 지루할 때 뇌에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대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자연적인 신체의 대사과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좁은 실내는 산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한 사람이 하품을 하여 산소를 많이 흡수해 버리면, 다른 사람 역시 산소를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 하품을 하기마련이다. 그래서 전염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맑은 공기가 가득 차 있는 산이나 들에서는 사람들은 하품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전염도 안 될까? 아니다. 어떤 곳이든 하품을 한다. 물론 그 정도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실내와는 다를지 모르지만 말이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행동에 대한 연구는 유전, 생리, 진화, 신경 등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행동양식들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부 행동양식도 마찬가지다. 그 중 하나가 하품이다.

우리는 왜 하품을 하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품의 명백한 기능이나 효과, 또는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더구나 최근 자궁 안의 태아가 입을 여는 행동이 단순히 입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하품을 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하품의 미스터리는 더욱 깊어 가고 있다.

딸꾹질, 웃음과 함께 불가사의한 행동양식

태아도 하품한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됨에 따라 그 동안 소멸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온 한 이론은 이제 관 속에 묻히게 되었다. 하품에 대해서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을 대변해 준 이론 말이다.

다시 말해서 하품은 폐에 산소를 채우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신체대사의 한 과정이라는 오랜 주장이 이제 사장될 위기해 놓인 것이다.

실험결과, 산소 부족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인체를 이용한 실험결과 기존의 상식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진 지도 30년이 훨씬 넘는다.

하품 연구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프로빈(Robert R. Provine) 교수는 시험 대상자에게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마시도록 해 혈관 속의 농도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지만 하품 빈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갓난 아기는 물론 심지어 뱃속의 태아도 하품을 한다는 연구가 있다. [사진= PSU]

그렇다면 이 실험에서 밝혀진 것은 무엇일까? 프로빈 박사는 특별한 장비 없이 집에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실험, 즉 그가 말하는 ‘보도신경과학(sidewalk neuroscience)’의 창시자다. 그는 하품과 관련한 세세한 정보들을 밝히는데 오랜 시간을 쏟았다. 그의 저서 ‘불가사의한 행동들: 하품, 웃음, 딸꾹질’에도 잘 나와 있다.

프로빈 박사는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하품을 할 때 코를 꼬집거나 세게 비틀고, 또 이를 악물어 보라고 요구했다. 그가 알아낸 결론은 이렇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턱을 넓게 벌리지 않는 한 하품을 멈출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참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앤드류 갤럽 교수는 그의 부친과 함께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하품이 억제되는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마에 차디찬 쿨 팩을 묶어 두었을 때다. 또 체온보다 높은 여름 기온에 노출될 경우 등이다.

따라서 하품이란 외부공기를 들이마심으로써 뇌의 온도를 낮추려는 행동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태아의 하품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하품의 필요성은 채워지지 않는다. 사실 하품은 한번 하면 연거푸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하품에 대한 글만 읽어도 하품이 나와

지루함, 나른함, 스트레칭, 타인의 하품 등이 하품의 원인이라는 속설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전염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품에 대한 글만 읽어도 반사적으로 하품이 나온다. 하품의 전염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것으로 누가 하라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하품의 전염은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영장류인 개코원숭이와 침팬지에서도 발견된다.

재미 있는 연구가 있다. 애틀란타 에모리 대학의 한 연구팀은 하품의 전염이 공감(共感)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라면 침팬지들이 동료들이 아니라 낯선 유인원 종(種)이 하는 하품은 전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낯선 유인원들이 하품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었을 때보다 같은 침팬지가 하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침팬지들의 하품 빈도수가 더 많았다. 공감이 하품의 전염을 유도한다는 주장이 다소 맞아 떨어졌다.

지루함을 풀기 위해서? 뇌를 식히기 위해서?

하품의 원인 및 생물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이제까지 해명되지 않은 상태다. 기존의 폐에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해서 산소를 더 얻기 위한 신체적 반응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학설에 따르면 하품은 체온 조절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품은 열에 시달리고 있는 뇌의 온도를 낮추고 시원하게 조절하려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연수(延髓) 외에는 뇌가 없는 신생아에서도 하품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하품의 중추는 연수에 존재한다고 추측된다.

한편 미국의 유력 일간지 유에스 투데이(US Today) 보도에 따르면 하품은 산소 부족으로 인한 피곤함 때문이나 지루함 때문이 아니라 뇌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신체적 기능이다. 이 신문은 과학자들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연구라고 지적하면서 “하품은 뇌에 에어컨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미국 매릴랜드 치과대학의 개리 핵 (Gary Hack) 박사와 프린스턴 대학의 앤드루 갤럽(Andrew Gallup) 박사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품을 할 때는 뇌와 연결된 코 주위의 동굴(부비강 )이 풀무처럼 수축해서 뇌와 부비강이 연결되는 공간에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뇌는 온도 변화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에 과열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뇌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시원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비강(maxillary sinuses)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논쟁의 대상이며 자신들의 이론이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부비강의 기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아무런 기능이 없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품이 뇌를 식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론은 의학적 시사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예컨대 간질 환자들이 발작을 일으키기 전이나 편두통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기 전에 하품을 많이 하는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품은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 일부 포유류에서도 관찯됐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살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사진=pixabay]

과도한 하품은 중추신경계 손상을 알리는 전조

의사들은 뇌의 온도 조절에 영향을 주는 질병을 지닌 환자를 식별하는 데 과도한 하품 증상을 활용할 수도 있다. 갤럽 박사는 “과도한 하품은 뇌 혹은 신체 내부 온도를 높이는 병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며 중추신경계 손상이나 수면박탈(sleep deprivation) 같은 병이 이런 예”라고 말했다.

하품은 감정 조절 등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파민,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수용체 등의 자극에 의해 하품이 발생한다. 세로토닌 계의 기능을 촉진하는 항우울제의 일종인 파록세틴을 복용한 환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횟수의 하품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엔도르핀과 같은 경우는 하품의 발생이 억제된다는 연구가 있다.

하품은 ‘이동(전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로는 이 특징을 ’공명적인 (sympathetic)’ 또는 ‘전염하는(contagious)’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07년에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자폐적 경향을 가진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과 달리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비디오를 보고도 하품을 하지 않는다. 이를 보고 과학자들은 하품이 타인에게 감정 이입 능력(empathy)에 기인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또한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이야기하는 동안 하품이 전염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간단한 하품, 무궁무진한 연구대상 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 여전히 불가사의한 존재?

그러나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사랑의 묘약으로 일컫는 옥시토신 호르몬 역시 하품을 유발시킨다. 스킨십, 키스, 협력 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화학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탈리아의 칼리아리 대학 연구진은 실험용 쥐의 특정 뇌 부분에 옥시토신을 주입해 하품을 유도해 냈다. 또한 옥시토신 억제 화학물질을 쥐에 주입해 하품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는 하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하품의 전염성이 꼭 공감이라는 사회적 유대감에 비롯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감정과 상관없이 그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모방행동이라는 해석이 더 나을 것 같다. 공감이라는 주장도 하품의 생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혼자 있을 때도 하품을 많이 하지 않는가?

진화론에 기반을 둔 한가지 설명이다. 가족단위 생활을 하던 초기 영장류가 함께 사냥을 떠난다거나 잠을 잘 때 하품은 집단행동을 위한 신호였다는 것이다. 전염성이 큰 하품은 웃음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유대를 다지는 수단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론도 영장류만이 아니라 물고기, 새, 양서류 등 거의 모든 척추동물이 하품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품은 더 먼 과거에 무언가 중요한 기능을 했다가 이제는 쓸모 없어진 진화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하품의 주목적은 우리 자신에게 조차도 인간은 여전히 신비에 싸인 불가사의한 존재로 앞으로 계속 연구할 대상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팔다리를 쭉 펴고 신나게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면서 미스터리인 하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행동에 관심을 갖는 일 역시 과학의 시작이지 않는가?

어쨌든 큰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고 나면 시원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무궁무진한 연구분야임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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