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집행은 가상의 현실을 전제로 3단계 거쳐야...

신동권 KDI연구위원 

【뉴스퀘스트=신동권 KDI연구위원 】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 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 구글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2021. 9. 15.자 공정위 보도자료의 내용인데, 위 보도내용을 자세히 보면 사업자(구글)가, 관련시장(모바일 OS 시장)에서, 경쟁제한 행위(시장진입 방해행위)를 하였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안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는 기본적으로 3단계가 있다. 우선은 사업자간의 행위인가?를 판단하여야 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에도 적용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이 있으나 대부분은 행위자는 물론이고 거래상대방도 사업자이다.

따라서 사업자가 아닌 단순한 개인간의 관계에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몇 해 전 아파트 부녀회의 아파트 호가담합이 언론에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렵다고 본 것이 그 일례이다. 그리고 사업자라 하더라도 채권채무관계같은 순수한 민사관계에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사업자라는 개념은 회사라는 개념과도 다소 차이가 있는데, 특정한 법적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는 행위, 즉 경제활동을 계속적·반복적으로 하는 자를 의미한다.

한편 사업자의 개념은 기능적 차원에서 접근하므로, 국가라 하더라도 계약이나 입찰 같은 비고권적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될 수 있고, 의사, 변호사 같은 자유직업자도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동조합이나 소비자단체 같은 경우에는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자는 국내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이른바 ‘역외적용’이라는 것이 국제규범화 되어 있어서 외국사업자의 행위라도 자국에 영향을 주면 자국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를 영향 이론(effect theory)이라고 한다. 우리 공정거래법에는 명시적 규정까지 두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외국사업자인 퀄컴에 대하여 제재를 한 사례를 소개하였는데 바로 이러한 맥락인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이나 EU 등에서 공정거래법, 특히 담합행위로 제재받은 사례가 많다.

두 번째 거쳐야 할 단계는 시장획정이다. 법적으로는 ‘일정한 거래분야’라고 표현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시장이란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같이 사전에 특정된 장소 뿐만 아니라,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론적으로 시장은 수백, 수천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 사건에서, 특히 독과점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시장의 획정은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 즉 ‘A 사업자는 독과점 사업자다’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A 사업자는 B시장에서의 독과점 사업자다’라고 해야 정확한 말이 되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때 독과점사업자를 매년 지정하였지만, 결국 폐지하였다.

시장을 획정하는데 있어서는 상품시장, 지리적 시장이 가장 중요하고 기타 거래단계·상대방별, 시간적 시장이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상품시장은 예를 들어 ‘사이다와 콜라’, ‘승용차와 버스’가 같은 시장에 속하는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것이다. 지리적 시장은 세계시장, 국내시장 그리고 지역시장으로 구분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에서 시장은 기본적으로 서로 경쟁관계가 성립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이므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대체가능성인데, 서로 대체가능하면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여러가지 경제분석방법이 동원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산업 위주의 경제에서는 그나마 시장을 획정하기 용이하였으나, 플랫폼 경제로 진입하면서 시장획정은 난제로 떠 오르고 있다. 플랫폼과 같은 다면적이고 그 경계가 불분명한 경제에서 시장을 획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적 방법론인 시장획정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마지막 단계로 거치는 것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지 또는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중에서는 부당 공동행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그리고 기업결합 행위와 같은 경우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행위인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는다. 좁은 의미로 경쟁법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경쟁제한성 보다는 공정거래 저해성이라는 좀 더 넓은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는데 더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갑을 관계 규제라고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떻게 보면 공정거래법 집행은 가상의 현실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집행의 어려움도 바로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법위반을 하는지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다. 다양한 사례의 축적과 꾸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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