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13)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이제는 주위에 누군가 갑상선 암에 걸렸다면 기간이 조금은 길겠지만 그저 병원에서 치료하면 거의 낫는 하찮은 암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완치율 90%를 넘는 예후가 좋아 두려움의 대상인 암 축에 끼지도 못한다. 남자의 전립선 암과 함께 ‘재수가 좋은 암’으로 꼽힌다.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 덕분에 이제는 ‘가벼운 암’

물론 갑상선 암은 조기 발견이 쉬운 암이며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잘 되지 않아 치료하기가 쉽다. 그러나 갑상선 암이 ‘가벼운 암’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다소 껄끄럽게 생각하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 덕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갑상선 암 치료에서 동위원소 요오드의 역할은 눈부실 정도로 대단하다.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신문과 라디오 등 매스컴에서 사고 인근 지역 사람들이 요오드 보충제를 마신다는 뉴스를 전했다.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과 요오드 보충제와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갑상선 암은 이제 간단히 치료하면 금방 낫는 '가벼운 암'으로 간주된다. 그 배경에는 방사성동위위소 요오드의 역할이 숨어 있다. [사진=MPCT Hospital]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들은 나름대로 다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 그 중 하나가 이 원소들이 우리 인체에 들어오면 아무 곳에나 머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부위에 모인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원소에 따라 간, 폐, 위, 장 등 자기와 궁합이 맞는 특정한 장기(臟器)에 모여드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요오드는 꼭 갑상선에만 모이는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누출된 방사능 물질 가운데는 방사성 요오드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갑상선에 모이는 요오드의 양은 한계가 있다.

요오드는 갑상선에만 모이는 특이한 성질 있어

그래서 비방사성 요오드를 사전에 많이 투여하면 상대적으로 방사성 요오드가 머물 자리가 없어진다. 때문에 정착지를 잃은 요오드는 결국 방황하다가 대사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고 당시 요오드 보충제 복용이 실시된 것이다.

그러면 요오드 방사선(요오드-131)은 갑상선에서 어떤 작용을 하길래 갑상선 암 치료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일까? 설명하기 앞서 요오드가 과연 어떤 원소인지 살펴보고 인체 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자.

원자번호 53인 요오드(iodine)는 김,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에 많은 성분으로 우리 몸에 흡수되어 갑상선 호르몬(T4, T3)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인간을 비롯해 다른 척추동물에서 대사 활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요오드는 반드시 필요한 미량원소다. 또한 칼륨의 양도 조절한다.

요오드 갑상선 호르몬 형성에 중요한 역할

요오드는 상온에서는 고체지만 브롬처럼 아슬아슬한 상태다. 열을 살짝 가하면 녹기 시작해서 특정 온도에 다다르면 아름다우면서 짙은 보라색 증기로 증발한다.

요오드는 또한 우리에게 연기와 증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연기는 검은 배경에 빛을 비춰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이는 연기가 빛을 반사하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기는 아무리 색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증기 안에는 오직 개별적인 분자들만 존재한다. 증기를 보기 위해서는 밝은 배경으로부터 빛을 흡수하게 한 다음 보는 수밖에 없다.

알코올에 약간의 요오드를 녹인 수용액은 한때 소독약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도 특정용도의 소독에 쓰인다. 주기율표 위쪽의 염소와 브롬처럼 요오드는 미생물의 저항력을 낮추게 만들어 치명적인 세균들을 살균한다.

오늘날 소독용 알코올처럼 옛날 비상 구급약으로 사용되던 옥도정기(沃度丁幾, Iodine tincture)가 바로 그렇다. 옥도정기는 아이오딘, 또는 아이오딘화 칼륨을 에틸알코올에 녹인 용액으로 소독용 구급약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옥도는 일본어로 아이오딘이라는 뜻이고 정기란 일본어로 팅크, 즉 팅크쳐(tincture, 알코올에 혼합하여 약제로 쓰는 물질)를 뜻하여 요오드 팅크, 아이오딘 팅크쳐라고도 불린다. 소독약으로 상처 난 부위에 발라서 이용하며 몸에 바르면 노란색으로 보인다.

역시 소독약으로 흔히 '아까징끼'로 불리던 머큐로크롬(일명 빨간 약, 또는 머큐롬)과 함께 비상용 소독약이었다. 그러나 국소 소독약인 머큐로크롬은 수은이 함유되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시판을 금지한 후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는 지난 수십년 간 치료법으로 이용돼 왔다. [사진=Cleveland Medicine]

방사성 요오드, 수십 년간 치료법으로 쓰여

요오드는 동위원소가 37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안정 동위원소는 요오드-127 하나뿐이다. 몇 가지 형태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분열 시 환경에 노출되어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 방사성 동위원소가 의료용으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의료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131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핵분열 반응의 결과물로 중량으로 3% 정도를 차지하는 흔한 방사성동위원소다. 또한 요오드-123과 요오드-125 등도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갑상선 종양의 치료 방법 중의 하나로 수십 년 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임상적인 효과가 입증되어 있는 치료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그 치료원리는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요오드는 방사성 요오드, 일반 요오드 할 것 없이 화학적 성질이 같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되면 갑상선에 모이게 된다. 액체나 캡슐 등으로 경구 투입된 방사성 요오드는 분열하면서 계속 방사선을 배출한다. 이러한 붕괴과정에서 방사선이 주위의 종양이나 염증을 파괴한다는 원리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세포에서 요오드를 섭취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수술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현미경 수준의 미세한 병변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따라서 적절히 사용하면 갑상선 암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재발이나 전이 병소(病巢)치료도 가능하다.

두 얼굴을 가진 방사성 요오드

수술 후 남은 정상 갑상선 조직을 없애기 위해 시행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방사성 요오드 제거(radioiodine ablation)’라고 한다. 또한 수술 소견에서 암이 퍼진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 재발할 위험이 높다고 생각되는 환자나, 뼈나 폐 등과 같은 다른 장기에 전이가 발견된 환자가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대상이 된다.

수술 후 추적 관찰을 하다가 재발이나 전이가 발견된 경우에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사용된다. 이는 분화(分化) 갑상선 암은 미약하나마 요오드를 섭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사성 요오드에 의해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료법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 갑상선 암을 완치하는 가장 우수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정상세포에 커다란 해를 끼치지 않은 채 나쁜 암세포만을 공격하게 하는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불안정한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131은 반감기가 짧은 8.02일로 크세논(Xe)-131로 붕괴를 일으킨다. 가장 흔한 방사성 붕괴과정은 우선 베타 붕괴를 한 후 그 다음 짧은 시간 동안 감마 붕괴를 통해 안정된 크세논으로 된다.

불안정한 동위원소인 요오드-131은 반감기가 짧은 8.02일로 크세논(Xe)-131로 붕괴를 일으킨다. 가장 흔한 방사성 붕괴 과정은 우선 베타 붕괴를 한 후 그 다음 짧은 시간 동안 감마 붕괴를 통해 안정된 크세논으로 된다.

따라서 요오드-131의 붕괴 과정에서는 베타선과 감마선 모두 나오게 되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의 90%는 베타 선에 의한 것이다. 감마선은 사람 몸을 쉽게 투과할 수 있는 반면 베타선의 경우 조직에서 투과가 가능한 범위가 수 mm에 불과해 대부분 근처 조직에 방사선으로 피해를 주게 된다. 바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논리다.

이처럼 방사성 요오드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고 할 수 있다. 핵 분열이나 원자력발전소 사고 시 누출되어 우리의 인체에 손상을 입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암을 치료해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요오드에 숨겨 있는 신기한 비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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