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著, 천년의 시작 刊
김종석 著, 천년의 시작 刊 '행복하지 말고, 불행하지 말고, 웃으라고'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김종석 시인의 시집 『행복하지 말고, 불행하지 말고, 웃으라고』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 입상, 『시현실』을 통해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내 소리를 읽었네』 『장미의 외출』 『비 내리면 슬픈 날 바람 불면 아픈 날』 등을 출간하였으며, 미주 크리스천 문학(시 부분) 입상, 해외 문학상(시 부분)에 당선된 바 있다.

시집 『행복하지 말고, 불행하지 말고, 웃으라고』에서 시인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칠 법한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려 잠들어 있는 기억의 심층을 탐색한다.

이번 시집은 부재와 결핍 안에서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사랑의 힘에 대해 줄기차게 노래한다. 또한 이성적 합리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처나 운명에 대해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때 그의 시가 포착하는 것은 사랑의 대상과 함께 나눈 기억들, 자신의 내면이 그것을 긴밀하게 받아들인 감각에 기울어져 있다.

이처럼 김종석 시인은 오랫동안 침잠해 있던 순간들을 발견하면서 그 안에 불가피하게 몸을 드러내는 순간을 시적으로 인화해 내고, 그리하여 시인의 시선은 사랑하는 대상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삶에 이른다.

‘시詩’를 매개로 하여 타자를 향해 나아갔다가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서정시가 가지는 고유한 자기 탐구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요컨대 남다른 기억을 통해 자신을 가능하게 한 어떤 근원을 사유하는 시인은 ‘사랑’을 통해 구체적인 감각과 사유를 생성한다.

한편 김종석의 시는 기억과 현실을 통합하여 대상과의 순간적 경험에 깊이 천착한 시적 사유를 보여 준다.

존재론적 결핍을 기억의 원리에 의해서 견디고 그것을 심화해 가는 시적 감각이야말로 이번 시집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시인은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라는 분명한 사건을 통해 우리의 존재 양식을 구성하는 원리들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해설을 쓴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번 시집에 대하여 “이별과 떠나감의 경험 속에서 생성되어 그것을 수락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여 주”며, “모든 관계들이 원천적으로 소멸해 가는 예감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발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재무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한낮에도 별과 달이 뜨고 별똥별은 떨어지는데 왜 어둠을 바탕으로 한 천상의 것들을 한낮에는 볼 수가 없나? 사랑도 이와 같아서 달콤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때는 호상 간에 절실한 느낌을 실감할 수 없다가 홀로 깜깜해지는 밤의 시간대에 이르러서야 시절을 함께했던 이가 내 생과 삶을 빛나게 한 보석이었음을 뒤늦게 회한처럼 알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 늘 그렇듯, 후회는 돌이킬 수 없을 때에야 찾아오는 법인가 보다.

후기구조주의 철학자 라캉에 의하면 욕망은 결여로 인해 발생한다. 욕망이란 현재의 자신에게 부재하거나 결핍된 것에 닿으려는 안간힘이다. 사랑의 감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김종석 시인의 시집 『행복하지 말고, 불행하지 말고, 웃으라고』는 실존적 고백서로서 지금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회상의 정서가 애틋하고 애절하다. 시인의 시편들은 하이데거의 시인관처럼 자연의 사물들을 통해 상실한 대상(임)을 호환하고 현현한다.

김종석 시인에게 사랑의 상처는 기억이고 반성이고 부활이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사랑하는 대상인 ‘당신’과의 결별 상황에서 시를 시작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향한 사랑이 변함없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노래한다. ‘당신의 부재-당신에 대한 열망’이 얽혀 있는 이 비극적 구조는 서정시를 통해 비극성을 넘어서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그리움의 시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김종석 시인은 이번 시집을 내면서, “멀리서 바라보면 세상은 더 넓어집니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고 들어 주는 사람도 없던 시간들이었지만, 유성호 교수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고단하고 순전했던 젊은 날을 고통스럽게 통과해 온 영혼이라고. 하지만 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연속성, 현재 진행형이라고. 그러나 김영제 스승님에게는 말씀드렸습니다.

때 묻은 얼굴과 구겨져야 했다고.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계기는 명상 수행 때문이 아닙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늘 분투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시”는 종이에 그려지는 바탕색과 같다고 동료 (문협 회원)가 말했던 적이 있는데 이는 매우 정확한 지적입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 문제점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밖에 없는 어떤 시인이라도 우리는 상호작용을 합니다.

생각이나 감정은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공존해야 하지만, 고통을 병리적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도 우리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을 뿐임을 독자님들께서 이해하시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시집의 시 한 편을 본다.

안개 낀 부둣가에서

당신은 홀연히 안개 속으로 떠났습니다
가슴에 새겨진 당신의 얼굴을
지우려고, 파도가 다가섭니다
당신이 손을 흔들던 안개 낀 부둣가에서
뱃고동 소리는 울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 송이 꽃이 되어 바다에서 떠돌다가
파도에 밀려 모래사장의 여름은 가고
바람에 한 잎 두 잎 낙엽이 되어 날다가
하얀 눈꽃이 된 당신은 뭉게구름입니다.

김종석 시인은 1977년 캐나다로 이민갔다.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상(시 부분), 『시현실』 여름호로 등단했다.

시집에 『나는 내 소리를 읽었네』(2014), 『장미의 외출』(2015), 『비 내리면 슬픈 날 바람 불면 아픈 날』(2017) 등이 있다. 이번 시집이 4번째이다.

미주 크리스천 문학(시 부분) 입상, 해외 문학상(시 부분) 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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