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14)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날이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11번째 국가가 됐다.

당당하게 스페이스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어갈 강대국들과 세계 속에서 나란히 자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나라호가 각종 수행할 임무 가운데 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바로 우주방사선(우주선, cosmic ray)량을 측정하는 일이다.

우주방사선 양 측정, 나로호의 중요한 임무 

민간우주여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기권 밖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우주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주선이 과연 인체에 얼마나 해롭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사다. 또한 우주선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열쇠다.

우주방사선은 우주 탄생부터 생겼다. 태양 폭발이 아니라 우주 폭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사진= phys.org]

그 동안 우주선은 대기권을 통과하여 지상으로 도달하지만 그 정도가 미미하여 인간을 비롯해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 안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었다. 대기와 자장이 우주방사선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대기권으로 들어간 1차 우주선은 다시 2차 우주선으로 변하면서 강도가 약해진다. 덧붙이자면 우주선이 일차적으로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우주선은 대기권의 분자들, 주로 산소와 질소 분자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충돌로 파이 중간자(pion), 중성 미자(neutrino), 양전자(positron), 반양성자(antiproton), 감마선, 전자 등이 발생하며 2차로 더 적은 입자들을 만드는데 이것을 소위 공기 샤워(air shower)라고 한다.

그러나 그다지 크지 않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우주선은 광자나 전자, 양성자를 만드는 능력을 점점 잃게 됨으로써 그 대부분이 공기에 흡수되고 만다.

항공승무원 원전작업자보다 피폭량 3배 많아

최근 높은 고도에서 장거리 운행을 하는 국제선 조종사나 승무원들의 방사선노출이 많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임산부에게는 장거리 비행을 금지하는 것이 태아에게 이롭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방사선노출에 따른 암을 비롯한 관련질병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나온 결과는 없다. 다만 논쟁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폭량은 고도에 비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주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연구기관은 국제선에 탑승하는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종사하는 작업자에 비해 연간 방사선 노출 정도가 3배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일본 비행승무원조합동맹이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장거리를 운항하는 국제선의 승무원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우주방사선에 예상보다 많이 노출된다. 물론 탑승시간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연간 700~800시간을 탑승하는 승무원들은 평균적으로 3밀리 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되지만 일본 원전작업종사자의 경우 평균 피폭량은 1밀리 시버트(mSv) 정도라고 한다.

시버트는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나타낸다.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의 방사성물질은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이것이 사람의 몸에 미치는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일종의 방사선 노출 단위다.

일본 과학기술청은 원전작업종사자의 연간 평균 선량한도를 20밀리 시버트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선의 승무원들은 정부의 연간 평균 선량한도보다는 훨씬 적은 양의 방사선을 받지만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원전작업종사자보가 3배나 많은 방사선의 피폭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항공기 승무원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우주방사선에 노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체에 대한 해로움 유무에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진=Singapore Airlines] 

지대 높을수록 피폭량 많고, 북극지역 더 많아

이 조사에 따르면 특히 도쿄에서 뉴욕을 운항하는 노선과 같은 장거리 운항 승무원들은 가장 많이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극 부근을 지나는 경로가 우주방사선 양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한국은 지리적인 여건으로 많은 국제항로가 북극권을 지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선 승무원들과 항공사 간에 방사선노출에 따른 피폭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항공사들은 북극항로 취항 관련 방사선 방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방사선량 계측 체계와 피폭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을 마련, 국제선 항공승무원의 방사선피폭관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 법은 기존에 원전과 방사선이용기관에서 방출되는 세슘 등 인공방사성 물질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방사선 안전관리를 우라늄, 토륨 등 천연 방사성물질까지 안전관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게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관리하고 방사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이다. 그 동안 음이온 발생효과 등을 이유로 천연 방사성물질을 첨가한 제품이 유통되어 일반인들이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례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 법의 시행됨으로써 천연 방사성 물질에 대해서도 안전관리가 강화된다.

이 법안 18조에는 우주선의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주방사선에 피폭될 우려가 있는 운항승무원 및 객실승무원의 건강보호와 안전을 위하여 항공운송사업자에게 항공노선 별로 우주선에 피폭되는 양의 조사 분석 및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도록 우주선의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구상의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방사선을 받게 되며 특히 일부 특정한 고산지대의 사람들은 연간 우주선 피폭량이 평균 원전작업종사자의 피폭량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의 대기와 지구자기장은 대부분의 우주선을 차단하지만 1만m(3만2800피트) 고도의 방사선량은 지상과 비교할 때 꽤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가 높을수록 방사선 노출양은 증가하며 북위 60도 이상에서는 노출양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주선은 태양을 비롯해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를 지닌 각종 입자와 방사선을 총칭하는 말이다. 우주선은 대기권과 반응하여 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 입자들을 생성한다. 일정 높이까지는 고도에 따라 증가한다.

서울에서 10차례 정도 미국 동부 비행 아무런 문제없어

대부분의 여객기가 순항하는 고도인 10㎞ 안팎의 고도에서 우주선은 피할 수 없다. 항공여행 중의 피폭선량은 시간이 길수록 증가한다. 고도에 따라 피폭선량도 변한다. 태양 활동이 왕성하면 태양풍이 지구 자기권을 압박해 지구 주변의 우주선이 약해진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항공여행 중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속 편하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인천에서 미국 동부로 항공여행 시 피폭선량은 0.1mSv 이하이다. 유럽은 연간 방사선량을 6mSv로 제한하는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2.4mSv의 자연방사선 노출 기준을 포함한 것이다. 선진국 평균 국민들이 의료용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은 자연방사선의 50% 정도로 알려졌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년에 인천과 미국 동부를 10여 차례 왕복해도 문제는 없다. 일반 항공여행객이 우주방사선에 대해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우주인과 항공승무원, 직업상 피폭으로 분류해야 주장 일어

우주 궤도에서 작동되는 우주비행선에도 우주방사선은 예외가 아니다. 우주에서 작동되는 모든 우주비행체는 우주방사선에 대비한 설계를 한다. 위성의 전자부품도 방사선에 견디는 경화 설계가 필요하다. 지난 50년의 우주개발 역사에서 약 25%의 지구궤도위성이 우주방사선에 의해 실패 또는 오작동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수치가 높을수록 인체에 해로운 것은 분명하다. 고공을 자주 비행하는 항공승무원과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인은 일반인보다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

우주선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빅토르 헤스 

항공승무원과 우주인을 직업상 피폭으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다. 우주방사선 피폭이 인체에 치명적이 아닐지라도 체계적인 피폭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주선을 처음으로 주의 깊게 연구한 학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헤스(Victor Francis Hess, 1883~1964)다. 우주선에 대한 연구로 193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선 관련 논문은 1912년 발표했지만 20년이 넘어서야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비행 기구를 직접 타고 5000m 상공까지 올라가 실험을 했다. 올라갈수록 대기의 전리 작용이 증가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당시 대기의 전리작용의 원인이 지구 외부에서 오는 방사선에 의한 것인지 지구 내부의 방사선을 가진 광물에 의한 것인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헤스의 이러한 측정으로 그 원인이 밝혀졌다. 만약 지구 내부에 원인이 있다면 높이 올라갈수록 전리의 세기는 감소될 것이다. 그러나 4천500m쯤 올라가면 전리작용이 증가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1922년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밀리컨(Robert Andrews Millikan 1868~1953)은 사람이 타지 않는 기구를 약 1만 6,000m의 고도까지 올리는 데 성공해 자동 기록 장치에 의해 대기 중의 전리작용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우주선의 기원은 지구의 외부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우주선이라는 이름을 제안하였다. 그는 우주선 연구 등 과학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192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선 발생원인, 태양표면 폭발이 아니라 천체의 폭발

한편 우주선의 기원으로는 태양표면의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우주선의 에너지는 별로 크지 않다. 또한 평균해서 1년에 1회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우주선 발생원인은 은하계 안의 천체의 폭발에 의한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최근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는 우주선 태양계 밖에서 대부분 거대한 질량을 가진 초신성(supernova)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1차 우주선은 99%가량이 양성자와 알파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대기권의 여러 분자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2차 우주선은 중성미자, 파이 중간자, 양성자, 감마선 등이다.

지구에 도달하는 우주선의 양은 태양풍(solar wind), 지구 자장 등에 영향을 받는다. 태양풍이 우주선을 막는 방패 역할도 한다. 지구의 자장도 우주선을 극지방으로 휘도록 만든다. 북극에서 오로라(aurora)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선은 막강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는 미립자 물리학을 선도하는 대상으로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현재도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우주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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