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20)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2009년 12월 처음으로 개봉된 영화 ‘아바타(Avatar)’로 더욱 유명해진 아바타라는 용어는 첨단 컴퓨터과학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 용어는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고대 불교에서 유래한 용어다.

산스크리트어를 기원으로 하는 사전적 의미로는 ‘통과하다’라는 뜻의 Ava와 ‘아래, 또는 땅’이라는 뜻의 Te가 합해진 합성어 Avate가 그 기원이다.

원래 불교에서 부처의 화신(化身), 분신 등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

아바타는 분신, 화신을 지칭하는 인도 힌두 용어이기도 하다.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빌려 땅으로 내려온 신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한다. 윤회라는 단어도 바로 여기에서 파생됐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대신해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娑婆世界)를 관장하는 관음보살이 바로 아바타다. 열개의 손으로 중생의 아픔을 건지고 천개의 눈으로 중생의 아픔을 바라본다는 부처의 화신으로 천수천안(千手天眼)을 갖춘 보살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아바타라는 이 인도말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게 된 것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SF 작가 닐 타운 스티븐슨 (Neal Town Stephenson)이 1992년에 펴낸 장편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이다.

그는 여기에서 ‘아바타’와 현재 기업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이야기 전개를 위한 핵심 개념으로 등장시킨다.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나라가 있고, 여기에 들어가려면 모든 사람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 활동할 수 있다.

단순히 기술 혁신과 새로운 산업 혁명을 넘어 미래 인류 생활 양식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화두로 떠오른 용어로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 바로 메타버스다.

이미 등장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하등 다를 바가 없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더 넓고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가상의 '나', 또는 디지털 세계 속 자아인 '디지털 미(Digital Me)'가 현실 속 '나'를 대체하는데 이를 우리는 '아바타'라고 부르고 있다.

메타버스란 개념이 최근 급속히 주목받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이 매우 크다. 봉쇄와 격리가 계속되면서 인간에게 필수적인 사회적 관계 맺기와 대면 활동 등을 가상공간을 통해서라도 이런 욕구를 해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말과 함께 SF소설에 나와 유명해져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아바타는 3차원이나 가상현실게임 또는 웹, 에서의 채팅 등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 잡고 있다.

사이버 커뮤니티 상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으며 자신을 대신하는 대리자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설명하자면 사람이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을 첨단 컴퓨터나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있다. 로봇과 인간과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앞으로 키보드가 필요 없다. 또 말도 필요 없다.

만약 아인슈타인 관련 정보를 얻고 싶다고 치자. 그러면 아인슈타인을 머리에 떠올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입맛에 맞는 자장면을 선정해 주문까지 해준다.

몇 십 년 전 까지만 해도 뇌파, 텔레파시 등의 이야기는 사이비과학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사람의 뇌파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발전해왔다. 이제 말과 글이 아니라 생각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계에 살게 될 전망이다. 이심전심이 가능한 세상이 열린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대부분 손, 발, 목소리 그리고 얼굴 표정 등이다. 역사 이래 인류는 이러한 수단들을 통해 주변 환경과 교류해왔다. 행동과 움직이는 모습을 실질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외부와 의사소통 해 왔다.

以心傳心과 독심술이 통하는 시대

그러나 행동을 외부로 알리지 않고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 만약 두뇌가 외부 환경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면 말이다. 현재 이러한 인터페이스 아바타의 비용이 낮아지고, 성능은 진일보하고 있다.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미래기술이다.

두뇌는 전기신호에 의해 작동, 전기신호가 뇌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래, 이러한 뇌파를 읽겠다는 발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뇌파 연구는 커다란 성과는 없었지만 꾸준히 발전을 해왔다.

SF소설 '스노우 크래쉬'는 아바타와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심지어 기업가들에게도 톤찰력을 제공했다. [사진=wikipedia]

1950년대 말만 하더라도 한 번에 뉴런 1개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백 개의 뉴런이 동시에 활동하는 것을 기록하는 역량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발전은 마인드 리딩(mind reading), 다시 말해서 독심술(讀心術)이라는 상대를 읽는 기술 발전에 중요하다. 더 많은 데이터 포인트는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인드 리딩에 관한 연구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 우리의 생각을 엿본다거나 아이디어를 훔치는 비도덕적인 측면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늘날 연구는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며 장애인들이 운동능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일 등 훨씬 인도주의적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은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다시 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언어를 듣고 두뇌가 형성하는 전기적 활동의 복잡한 패턴을 해석한 다음, 그 패턴을 다시 원래의 언어와 매우 근사한 형태로 환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지원자들이 5분 내지 10분 동안 대화를 듣게 했다. 그리고 그 동안 두뇌 표면에 붙인 전극의 전자 텔레파시를 활용해 두뇌 활동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환자가 단어를 들었을 때, 환자의 두뇌 활동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했고 연구팀은 단어를 추론할 수 있었다.

신경과학자들은 발음된 단어가 두뇌에서 전기 활동의 패턴으로 변환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연구는 이런 패턴을 원래의 소리로 다시 변환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인데, 이는 뇌졸중 환자들이 언어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절차다.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조작하는 시대는 금방 마감할지 모른다. 그 노동을 아바타가 해줄 날이 곧 오기 때문이다.

民心의 아바타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이러한 아바타가 우리나라 정치판에 등장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말실수를 자주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윤 후보를 허수아비로 몰아붙이며 "벌거벗은 임금님 전략", "아바타 후보"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지목하며 "결국 윤 후보가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자인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하는 지도자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의 아바타를 뽑는 선거다. 누가 대신 조정해서 만든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선거가 아니다.

3월 9일 대선에서 민심의 명령을 따르고 민심에 충실한 아바타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지상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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