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21)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버스 안 앞자리에 앉은 여성의 머리가 많이 빠진 모습을 보면 애처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더구나 한참 성성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모발의 여성을 보면 더욱 그렇다.

풍성한 모발은 섹시함과 더불어 여성의 건강을 상징한다. 얼굴보다 몸매보다 윤이 넘쳐 흐르는 풍성한 모발은 여인의 왕성한 에너지의 매력을 풍기게 한다.

풍성한 모발은 매력적인 여성성의 상징

두께감이 있고 숱이 많아 보이는 풍성한 헤어 스타일은 섹시한 여성미를 제공하며 백이면 백 모든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머리이다. 거기에 글래머 한 웨이브의 스타일은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물론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촘촘하고 풍성한 머리는 건강미를 부추긴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여성의 숱이 많은 풍성한 모발이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유명한 제약회사의 한 과학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차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 끝에 필자는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떤 약을 개발하면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 바이오 신약 개발이 전공인 그는 주저하지 이렇게 대답했다. “비만과 탈모 치료제”가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최고의 신약이라고. 사실 이 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약 개발에 손을 안 덴 것은 아니다.

수많은 비만 치료제, 그리고 발모제를 비롯한 탈모 치료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같이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약(妙藥)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의 N의학정보에 따르면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두피의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성모는 색깔이 없고 굵기가 가는 연모와는 달리 빠질 경우 미용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남성 탈모도 유전이 아니라 복합적인 환경적 요인

서양인에 비해 모발 밀도가 낮은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5만~7만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으며 하루에 약 50~70개까지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자고 나서나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100개가 넘으면 병적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고 의사들은 충고한다.

속칭 ‘대머리’와 함께 탈모는 그동안 남자의 문제로만 치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스트레스와 물과 공기, 화학물질에 빈번한 노출 등의 문제로 오히려 미에 집착하는 여성의 문제로 등장한지 오래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다시 N의학 정보를 참고하면 탈모의 발생에는 유전적 원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이 중요한 인자로 생각되고 있다.

정확한 질병명은 ‘안드로겐 탈모증(Androgenetic Alopecia)’이다. 영양, 스트레스 등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 탈모증은 기본적으로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효과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람들에 따라 서로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에 따라서 누구는 대머리가 생기고, 누구는 생기지 않는지가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우리 몸의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여성의 출산, 스트레스, 특히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

여성형 탈모에서도 일부는 남성형 탈모와 같은 경로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임상적으로 그 양상에 다양한 차이가 있다. 유전자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유전병만도 아니다.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멘델의 유전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머리 유전자가 한 가지로 정해져 있어서 부모로부터 물려 받고 안 받고 차이에서 결정이 되지 않는다.

모발이 많은 풍성한 머리는 매력적인 여성성의 상징이다. 그러나 최근 성인 상당수가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pixabay]

대머리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 있다는 것이 통설이며, 지금도 새로운 유전자가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총 몇 개의 유전자가 관련되는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또한 일반적으로 대머리가 모계 유전이라는 얘기가 많이 있으나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대머리와 관련된 중요한 유전자가 X 염색체에 있어서 모계 유전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아버지로부터 대머리가 유전되는 보고도 많아 대머리 유전자는 X 염색체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머리는 유전되는 경향이 있으며 모계의 가족력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정도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 있는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원형 탈모증을 비롯해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탈모는 내분비 질환, 영양 결핍, 약물 사용, 출산, 발열, 그리고 수술 등의 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탈모인 경우도 많다.

여러가지 신체의 열악한 증상으로 인해 모발의 일부가 생장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휴지기 상태로 이행하여 빠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성인 70% 이상이 머리카락이 지나치게 빠지는 탈모의 경험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제안한 ‘탈모 건강보험 적용’은 타이밍이 아주 적절한 ‘毛의 한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겪는 문제에 필요한 해결책을 적절한 시기에 내놓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많은 ‘한수’들이 대선 후보자들로부터 나오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