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대학 연구팀, 군대 동료 학대, 어른들의 어린이 학대도 지루함에서 비롯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낄 때 상대를 괴롭히는 가학적인 행동인 사디즘(Sadism)을 유발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연구팀은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가학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공격적인 댓글, 군대 동료 괴롭힘도 같은 이유

연구팀은 자신들이 살펴본 9가지 독특한 케이스들을 설명하면서 지루함의 심리상태가 이러한 가학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의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것에서부터 조롱, 괴롭힘, 신체적 학대에 이르기까지 가학적인 행동에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연구는 지루함이 그러한 행동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많은 가학적 행동인 사디즘이 지루함에서 비롯된다. [사진= University of Kentucky]

연구팀은 사람의 가학적인 행동에 대해 더 배우기 위해 수행된 9개의 독특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우선 참가자들에게 성격을 평가하도록 했고, 지루함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조사 결과 참가자들은 지루할 때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더 자주 괴롭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두 번째 연구다. 연구팀은 군대에 있는 사람들이 동료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지루함이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 번째 연구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트롤링(trolling) 행동을 조사한 내용이다. 사람들이 지루할 때 더 자주 이러한 행동을 한다고 연구원들은 보고했다.

트롤링은 다른 게이머가 화를 내도록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도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트롤러(troller)’는 그런 행위를 즐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원래 트롤링은 조업 방법의 하나로 트롤링 낚시를 기원으로 하는 용어다. 배 뒤에 미끼를 걸고 물고기를 모으는 이 낚시처럼 다른 사람들이 화를 낼 만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해서 실제 반응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네 번째 연구에서 연구팀은 언어적 또는 신체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성인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다시 한번 지루함이 이 가학적인 행동의 한 요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처음 4개의 연구가 모두 자기 보고(self-reporting)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다른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지원자들은 비디오를 보도록 했다. 그 중 일부는 지루함을 느꼈다. 연구팀은 지루함을 덜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구더기를 커피 분쇄기에 밀어 넣는 것을 허용했다.

구더기는 결코 그들을 해치지 않는다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결과 구더기를 분쇄기에 넣는 사람들 대부분은 더 지루한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몇 가지 사례를 조사한 결과 지루함이 가학적인 행동과 연결되며, 그 이유는 가학적인 행동을 통해 지루함을 없애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로이트, “마조히즘도 자신을 향한 사디즘”

상대방을 가학하는 행위, 또는 성향을 일컫는 사디즘은 가학증, 또는 학대음란증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문학가 프랑스와 드 사드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게 되는 마조히즘과 대응된다. 심층심리학의 시조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모든 생리적 기능에는 사디즘이 숨어 있으며 마조히즘은 자기자신에게 향하는 사디즘이라고 말했다.

단지 성적 성목표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공격적이며 고통을 주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경향을 가리킬 때도 많다.

사디즘이라고 최초로 명명한 사람은 독일의 정신의학자 리처드 본 크라프트-에빙(Richard von Kraft-Ebing 1840~1902)이다. 그는 범죄의 이상(異常)심리와 성욕 병리학 연구에 업적을 남겼다

사드 이전에도 문학이나 미술 속에서 사디즘의 표현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저서 <공화국>에는 ‘사형당한 사람의 시체를 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참을 수 없었던 사나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고대 로마시대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루크레티우스(Lucretius)가 쓴 <만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는 “죽음과 싸우고 있는 불행한 뱃사람의 조난을 언덕 위에서 구경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수의 가혹한 수난, 성자의 순교나 지옥의 형벌을 그림으로 나타낸 중세의 회화에도 화가의 무의식적인 사디즘이 역력히 나타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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