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코틱 CEO, 사내 성폭력 문제 알면서도 수년간 묵살
직원 20%, CEO 사퇴 요구...협력사·주주들도 개선 압박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리자드 대변인인 헬레인 클라스키는 회사가 사내 성폭력과 차별 스캔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직원 37명을 해고했고 44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액티비전 블리자드 전시회. [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지난해 직장내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미국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최근 연루 직원 30여명을 해고하고 40여명을 징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리자드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바비 코틱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리자드 대변인인 헬레인 클라스키는 회사가 사내 성폭력과 차별 스캔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직원 37명을 해고했고 44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해 7월 미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이 블리자드를 사내 성폭력 및 성차별 방치 혐의로 고소한 이후 관련 보고 700여건이 회사에 접수된 데에 따른 것이다.

당시 DFEH는 성명을 통해 "블리자드는 같은 직급임에도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승진임용에도 평등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치 않는 성접대와 성희롱 행위가 일상적으로 만연해 적대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됐다"고 비판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캔디 크러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을 개발한 미국의 대표 게임업체다.

그러나 WSJ 등 언론 보도를 통해 직장내 성범죄와 성차별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콜 오브 듀티' 등을 개발한 슬레지해머 게임즈 스튜디오의 한 여직원은 2018년 코틱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6년과 2017년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으나, 회사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30년 넘게 회사 CEO로 재직 중인 코틱이 성폭행 등 회사 전체 관리자들의 혐의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이사회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블리자드가 사내 성범죄를 고의로 숨겼는지 조사에 나섰다.

블리자드 역시 사내 성폭력 및 성차별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했다.

특히 블리자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다니엘 알레그레는 지난달 사내 편지로 "향후 5년 내 여성 및 논바이너리 직원의 비중을 전체 3분의 1 이상으로 늘리고, 직장 문제에 대해 보다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퇴사 및 징계 조치 또한 성폭력 문제 개선책의 연장선이라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들이 공정고용주택국(DFEH)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회사 대응에 비판하며 여성 등 소외계층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WSJ은 이러한 조치에도 회사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전체 직원 1만명 중 거의 5분의 1이 코틱 CEO의 사임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협력업체들과 주주들도 압박에 나섰다.

장난감 회사 레고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버워치' 시리즈에 기반한 제품 출시 계획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레고 측은 "직장 문화에 관한 논란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블리자드와의 파트너십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가도 하락세다.

블리자드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첫 조사가 실시된 이후 약 30% 하락했다.

WSJ은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 블리자드 회사와 이사들에게 이사회의 부정행위 처리 과정 및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대형 금융사인 피델리티도 브라이언 켈리 블리자드 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외부 로펌을 통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며,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블리자드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경고했다.

피델리티는 블리자드 지분 0.6%를 보유하고 있다.

블리자드 지분 0.23%를 보유한 뉴욕주 퇴직연금펀드를 감독하는 토머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관도 블리자드에 직원 괴롭힘 및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연례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