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의 모습.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7일 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의 모습.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영종 전략문화연구센터 연구위원】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놓고 떠들썩하다.

새해 벽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하는 자리에서 쏘아 올린 미사일을 놓고 북한은 ‘대성공’이라고 선전했다.

한국 정부는 “대선을 앞둔 시기에 우려된다”(11일 문재인 대통령)는 입장이다.

발사 자체에 대한 비판이나 압박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가 쏠린 게 눈길을 끈다.

북한이 17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은 380km를 날아가 동해상 표적을 맞췄다. 남쪽으로 쐈다면 육해공군 본부인 계룡대를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다.

앞서 14일에는 평북 의주의 열차 이동 발사대에서 KN-23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지난 11일 북부 자강도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심각하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로 파악됐고, 1000km를 날아가 바다 위 표적을 명중했다는 게 북한 관영 매체의 설명이다.

발사체의 속도는 마하10으로, 음속의 10배인 셈이니 초당 3400m를 날아간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는 어떤 형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718호(2006년 10월) 위반이다.

국제사회가 추가제재 조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미덥지 못한 모습이다.

당초 지난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700km 거리의 표적에 명중했다”고 발표하자 우리 군 당국은 “분석 중”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시점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탄도미사일인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RV)”라고 밝혔다. 북한의 사거리와 성능이 과장됐고 “극초음속 비행 기술에도 도달 못했다”고 평가했다.

워낙 전문적인 분야인데다 비행궤적이나 탄착점을 추적해 내놓은 결론이니 어느 정도 식견 있는 전문가나 언론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이 불과 엿새 뒤 추가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산통이 깨져버렸다.

북한은 마하 10에 해당하는 속도의 탄도미사일을 쐈고, 김정은 위원장은 새벽잠을 설치며 발사현장에 나와 그 장면을 지켜봤다.

마치 직전의 미사일 발사를 깎아내린 문재인 정부와 군 당국에게 보란 듯이 한 방 먹였다는 기세등등함도 드러난다.

이제는 교훈을 얻을 때도 됐다.

왜 북한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늘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지, 또 우리의 희망대로 북한이 움직이는 게 아닌지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4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과 평양·백두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샴페인을 터트릴 때도 북한의 국방과학원 연구진과 기술 인력은 미사일과 핵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손길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꿈과 북한의 ‘비핵화’ 용어혼란 전술에 취해 북한의 은밀한 행보를 놓쳐버렸다.

극초음속으로 비행한 탄도미사일을 보고도 “과장됐다”고 평가 절하하는 모습은 과거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폄하하면서 “조잡한 형태의 수준”이라고 하던 정부의 데자뷔(déjà vu)다.

그 결과 북한은 2006년 10월 첫 핵 실험을 시작으로 모두 6차례의 과정을 거쳐 사실상의 핵 보유국에 진입했다.

우리는 북한을 여전히 모른다.

식량난에 시달리고 코로나19 백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김정은 체제를 얕잡아 보는데 익숙해져 있다.

어쩌면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기부터의 관성일 수 있다.

아무리 끼니를 해결 못하고 민생이 신음하는 처지라 해도 체제가 가진 모든 자원과 두뇌를 징발해 세습정권 유지를 위한 대량살상무기(WMD)개발에 북한식 표현대로 ‘다걸기’(올인) 한다면 당해내기 쉽지 않다.

조잡하다고 무시해서 될 일이 아니란 얘기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잇따른 논란은 우리가 몰랐던 북한을 차분히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경고음이다.

필자 이영종 

전략문화연구센터 연구위원(현)
중앙일보 북한전문기자
미 우드로윌슨국제센터(WWICS) 초빙연구원 
고려대 북한학 박사
저서 :'후계자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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