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반도체를 안보이슈로 다루기로 했다는 건 반도체산업 전반에 걸쳐 대변화를 의미 한다”

지난해 초 방한한 미국 방산업계 한 엔지니어로부터 들은 의미심장한 말이다.

미국은 안보 관련 연구개발을 할 때 통상 프로젝트를 3곳에 동시에 발주, 연구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실하게 높힌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게 되자 반도체를 안보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는데, 안보 이슈가 된 이상 반도체 공급이 확실하게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손을 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미 백악관은 관련회의에 삼성전자 등 관련 업체들을 꾸준히 참석시키면서 미국내 투자를 독려하고 있고, 자체 지원책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다지고 있는 게 속속 알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대만의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는 인텔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연구시설 등이 접목된 메가팹(Mega Fab)을 오하이오에 짓기로 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오는 21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새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투자금액만 20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인텔은 미국과 유럽 각각 한 곳에 메가팹을 건설하기로 하고 후보지를 물색해 왔는데, 메가팹이 완성될 경우 최종 투자금액은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상회할 전망이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 반도체 투자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440억달러(약 52조원)의 투자금액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대부분 대만과 미국 생산라인 건설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아직은 기술력에서 뒤처져 있지만 국가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도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각국의 지원 방향과 규모가 큰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상원을 통과하고 현재 하원에서 심사중인 반도체생산촉진법에서 2024년까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 관련 시설투자를 할 경우 최대 40%에 해당하는 금액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결정한 삼성전자의 경우 약 8조원의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15년 이상 사업을 해온 반도체 제조기업이 고도화 공정을 도입할 경우 최대 10년 동안 파격적인 법인세 혜택을 준다.

28~65㎚(나노미터) 반도체 공정을 도입하면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그다음 5년간은 법인세율을 50% 낮춰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을 비롯해 대선주자까지 반도체 지원을 외쳤지만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의 지원 내용은 옹색하다.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6%, 중견기업은 8%, 중소기업은 16%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반도체 인재육성, 세제혜택 확대 등 반도체업계의 기대를 담은 원안에 비해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첨단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지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 경제의 1등 효자인 반도체 산업마저 대외적 파고에 둔감해진 우리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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