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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마이클 루이스라는 작가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머니볼’을 떠올리면 된다.

서점의 작가 소개 코너에 보면 당대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말콤 글래드웰이 ‘천재 이야기꾼’이라고 극찬했던 마이클 루이스의 대표작이다.

머니볼에서는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빈’이 그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념이 되었던 선수에 관한 생각들을 깨뜨리고, 새로운 통계지표를 발판으로 새롭게 선수를 평가하고 선출하여 그 선수들로 크게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그런 마이클 루이스가 행동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 Fast & Slow)’으로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제대로 알린 두 사람,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과연 어떤 여정을 거쳐서 행동경제학에 애정을 품고 확신을 가졌으며 1996년 아모스의 죽음을 거쳐, 2002년 대니가 결국 노벨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흥미롭게 써 내려갔다.

바로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에서 말이다.

이 두 책에는 형식상 논픽션 전기문에 가깝다는 점, 그리고 소외 받았던 주제가 세상에서 주목을 끌 수 있게 될 정도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는데 바로 데이터를 신뢰한다는 점이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존 데이터를 신뢰하기 보다는 기존 데이터가 알려주지 못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보고 이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객관화 시키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이다.

머니볼은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에서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책의 첫 번째 챕터 37페이지 동안에서는 NBA의 휴스턴 로켓츠의 단장 ‘대릴 모리’가 NBA에 불러온 신선한 데이터 기반 선수 선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소유효과 (Endowment Effect), ’확증편향’, ‘사후판단편향 (Hindsight Bias)’을 거둬내고 선수를 선발하기 시작한 그의 결정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즉 야구와 농구라는 종목은 다르지만 제대로 된 선수를 채용하기 위해 기존 관점을 거부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마이클 루이스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야구, 농구 얘기만 하니까 축구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 핫스퍼 FC의 주 공격수이자 영국 국가대표의 최전방 공격수인 ‘해리 케인’ 얘기를 해 보자.

해리 케인은 아스날 유소넌 클럽에서 환영받지 못했었고 이후 왓포드와 토트넘에서 역시 환영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토트넘 유소년 클럽에서 받아 준 선수였다.

영국 청소년 축구 시스템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주된 기준에 비추어 보면 그는 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았으며 작은 선수들처럼 무게중심이 낮으면서 볼 간수가 탁월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의 두 가지 조건, 크거나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클럽 유소년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통통하고 몸이 무른 선수였지만 현재 영국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현재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팀으로 부흥하고 있는 리버풀도 기존 선수 모집 시 전통적인 관점을 지닌 클롭의 시선에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여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살라’를 데려온 것부터 해서 2015년 이후 클롭감독 시기의 리버풀의 성공은 축구 데이터를 책임지고 있는 케임브리지에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딴 이언 그레이엄 덕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뉴욕타임즈 매거진 2019년 5월 기사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 쪽에서의 선수 선발은 기업에서의 인력 채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인력채용과는 더욱 가깝다 할 만하다.

한명 한명 채용이 기업의 승패와 연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중소기업들이 과연 제대로 적절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을까?

인력의 수요 공급 측면과는 별개로 실제로 입사한 직원들이 적절한 인재인가는 또다른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기준은 적절한 것인가? 채용하기 위한 서류심사와 대면 면접은 아직도 유용한 절차인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그러한 상황에서 면접자의 편향은 개입되지 않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심도 깊게 고민할 문제이다.

앞서 말한 모든 질문에 대해서 정답을 내리기는 매우 요원하다.

하지만 기업의 흥망성쇠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거니와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국내 D그룹처럼 ‘사람이 자산이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적합한 사람이 자산이다”라고 말했던 부분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결국 우리는 채용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기존 채용과정에서 면접자의 직관, 인맥, 경험에서 나오는 다양한 편향 등을 기준으로 면접자를 평가해 왔다고 하면 이제는 우리 회사와 가장 잘 맞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확보된 데이터에 근거해서 평가함으로써 찾아야만 한다.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일까?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 그런 방법에 의거해서 사원을 채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전무하다.

채용 플랫폼은 저마다 인공지능 매칭, 직무 인적성능력평가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데이터 과학을 이용해서 편향을 제거하고 적절한 인력을 채용하게끔 만들어 줄 만큼의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유행하는 MBTI가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 역시 직업과는 하등 무관한 경계해야 할 방법 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실제 원하는 직장에 서류를 통과한 구직자들에게 알려줄 팁이 있다.

자신을 꾸미려 하지 말고, 철저하게 면접관의 성향을 파악하라.

면접관이 원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합격하는 지름길이다.

그 혹은 그녀의 편향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면접자의 편향에 맞추는 것이 회사의 비전을 달달 외워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합격하는 지름길이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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