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科技누설(26)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우한 폐렴”은 오늘날 코로나19를 말한다. 2020년 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우한(牛漢)에서 발생하자 미국이 처음으로 이 병명을 우한 폐렴이라고 불렀다.

물론 우한에서 발생했으니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 명칭 속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좋지 않은 감정이 담겨있다. 말하자면 중국은 코로나19라는 질병을 생산하는 더러운 나라라는 의미다. 상대를 깔보는 명칭이다.

이후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 계속됐다. 양국의 과학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가지 과학적 근거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분쟁으로 인한 앙금이 많은 역할을 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미국의 일부 언론이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로 표현하자 화가 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는 미국 군인들이 퍼뜨린 질병”이라며 응수했다.

이 병의 명칭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던 끝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통일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일부 보수 매체 가운데는 지금도 우한 폐렴을 고집하고 있다.

어쨌든 중국 우한이 코로나19의 발원지는 아니더라도 공식적인 첫 환자 발생이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은 중국의 우한인 것만은 사실이다.

“중국의 오미크론은 캐나다에서 유입"

우한 폐렴에 이어 이제는 오미크론 변종의 기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달 4일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국내 오미크론 변종 감염이 캐나다 항공 우편물에서 처음 기원했다는 주장에 캐나다가 즉각 부정하면서 제2차 ‘우한 폐렴’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된 것과 관련해 중국 보건당국이 캐나다 항공 우편물 접촉으로 인한 가능성을 제기하자 캐나다 보건당국이 “과학적으로 그럴 위험은 극히 드물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전통적으로 더러운 질병이나 역병의 이름은 보통 그 병의 진원지나 나라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경우가 많다. 수십년 전 해마다 찾아오는 강력한 독감에 ‘홍콩 독감’, ‘상하이 독감’ 등의 이름이 따라다녔다.

물론 질병의 발생지역을 딴 것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나라에 대한 적개심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14세기 중엽 유럽을 휩쓴 역병 페스트가 대표적이다. 징기스칸의 몽고가 옮긴 질병이라는 의미에서 ‘몽고 질병(Mongolian diseases)’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에는 열등한 아시아가 선진 세계의 유럽을 초토화시켰다는 증오가 깔려 있다. 페스트가 몽고에서 발생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훗날 유럽과 서방세계는 한동안 식민지나 다름없다고 여겼던 아시아에 크게 다친 자존심 때문에 이런 주장을 폈다.

그들은 또한 전쟁 중에 창궐하는 성병인 임질도 잔인한 몽고 침략자들이 옮겼다고 주장해 여기에도 ‘몽고 질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페스트는 ‘몽고 질병’, 매독은 ‘프렌치 디지즈’

이러한 일은 유럽지역 내에서도 벌어진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매독을 ‘프렌치 디지즈’(French Disease)라고 부른다. 로마 멸망 후 강성했던 프랑스가 전쟁을 일으켜 이탈리아를 공격했고 수많은 여자를 강간하고 성접촉을 통해 퍼트린 병이라는 것이다.

조류독감의 진원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많은 학자들이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고 진원지를 중국의 남부 광둥(廣東)성으로 지목했다. 이곳에서는 가축과 인간과의 개념이 따로 없다. 개나 돼지, 닭 등이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

당연히 닭과 접촉이 많아지고, 닭이 갖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확실치 않다. 이처럼 질병의 진원지를 지목하는 경우 대부분 그 진원지 국가를 못마땅해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다음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의 첫 감염자 발생이 캐나다발 항공 우편물이 기원이라는 중국과 이를 부인하는 캐나다 사이에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Boston University]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스페인은 정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1차 대전으로 유럽 전체가 소용돌이에 말려들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스페인은 참전하지 않아 중립으로 남았다. 그래서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스페인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보다 방역과 구제 사업에 충실할 수 있었다.

당시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은 바로 스페인 방송이었다. 대부분 방송들은 전시체제여서 정확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 국가의 언론통제가 심했지만 스페인 방송은 예외였다. 전쟁상황을 정확하게 보도했다. 그리고 때로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과 연예 프로그램에도 충실할 수 있었다. 참전한 군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스페인 방송들은 당시 유럽을 강타한 독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심한 폐렴을 동반한 독감으로 쓰러지고, 시체가 되고 있는 동료들이 바로 스페인 방송이 보도한 독감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억울한 스페인의 ‘스페인 독감’

이후 대전에 참가한 군인들은 이 독감을 “스페인 독감”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결국 이 이름으로 고정돼 버렸다. 스페인 정부는 이 독감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캐나다 사이의 해묵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앙금도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기회로 캐나다 제품 수입을 봉쇄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줄곧 미국 편에 서 왔던 캐나다는 소위 화웨이 사태로 인한 중-캐나다 분쟁을 일으켰다고 중국은 주장해 왔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2018년 12월초 캐나다 당국은 중국 굴지의 IT기업 화웨이의 부회장 멍완저우(孟舟)를 벤쿠버 공항에서 긴급 체포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의 맏딸로 화웨이의 돈줄을 쥐고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그로부터 1년 동안 중국과 캐나다 사이에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중국은 곧바로 자국 내 체류중인 캐나다인 2명 체포해 구금한 이후 두 차례 걸쳐 캐나다산 농식품 및 육류 수입중단을 발표했다.

캐나다도 이에 맞서 5월 중국을 철강 세이프가드 대상국에 중국을 포함시킨데 이어 9월에는 중국을 WTO에 제소하는 등 강경대응 입장을 보였다.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 발생해 우리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그 때마다 바이러스 질병의 이름과 명칭은 계속해서 논란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의 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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